"중앙정부와 울산시가 주요 권한을 쥐고 있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했다. 울산 구청장ㆍ군수 협의회가 민선 7기 2년차를 맞아 기초단체장 권한 확대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쏟아 낸 주장이다. 현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기초단체장이 소신껏 지역 현안을 추진하려 해도 위에서 이것저것 통제하다보니 실정에 맞게 움직일 수 없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지난해 이맘때 나름대로 청사진을 펼쳐들고 주민 삶속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이 1년 만에 이런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면 실제는 이보다 더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을 것이다.
이동권 북구청장은 "외곽순환도로가 통과하는 지역은 100% 그린벨트인데 도로는 국가가 이를 해제해 건설하겠지만 진입도로나 나들목 인근에 음식점이나 휴게소가 들어서는 건 규제에 막혀 전혀 불가능하다"고 했다.
울산 북구 호계를 거쳐 강동에 이르는 외곽순환도로가 건설되는 것을 반기는 이유는 물론 도심의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강동권 개발의 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역 주민들 입장에선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는 측면도 없진 않을 것이다.
도로 주변에 휴게소, 음식점, 주유소 등을 설비해 소득증대를 꾀하겠다는 주민들의 기대는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허가하려면 그린벨트 규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 권한을 정부부처나 울산시가 움켜쥐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에서 광역자치단체 그리고 기초자치단체로 이어지는 `권한 사슬` 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게 없다. 표면적으로는 권한이양이 대거 이뤄진 것 같지만 심사ㆍ권고라는 과정을 통해 상부조직이 실제권한을 행사하는 게 현실이다.
웬만한 국비사업 하나 챙기려면 광역시 실ㆍ국장이 정부부처 사무관에 머리를 조아리고 혀 짧은 소리를 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또 어렵사리 국가예산을 확보한 기초자치단체가 자신 있게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는커녕 윗선인 광역시 해당 부서의 지시를 다시 받아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앙정부는 그렇다 치고 울산시라도 5개 구군의 사정을 살펴야 한다. 오죽했으면 김진규 남구청장이 "도시관리계획을 입안할 때 함께 참여라도 시켜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겠는가.
기초지자체는 공원을 조성해야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울산시가 조그만 꽃밭을 조성하는 게 옳다고 결정해버리는 통에 이런 항변이 나오는 것이다. 중앙정부 운운할 것 없이 우선 울산시라도 울산 5개 구군의 형편을 살피고 그들의 주장을 경청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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