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신문에 좀처럼 보기 드문 사진이 실려 있었다. 미국의 늪지대에서 거대한 비단뱀이 만만치 않은 크기의 악어를 먹어치우려다, 삼키기는 했으나 악어가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바람에 그만 배가 터진 채 둘 다 죽어버린 사진이었다. 이러한 광경이 자연계에서 희귀한 이유는, 대부분의 동물들은 자신보다 크고 위험해 보이는 먹잇감은 웬만해서 공격을 하지 않고 피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무리해서 공격하다 큰 상처를 남겨 자칫하면 자신의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상처를 입어 공격력이 약화되면 야생의 제왕인 사자라도 하이에나에게 먹혀버리는 것이 냉혹한 자연의 모습이다. 그래서 맹수라도 자신이 쉽게 이길 수 있는 새끼나 약해보이는 먹잇감만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여 공격하여 언제나 안전하게 자신의 목적을 채운다. 평소에는 온순하거나 공격력이 없는 초식동물이라도 번식기가 되면 암컷을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데, 대부분 자신들의 몸집을 과장해서 보여주어 상대방이 지레 겁을 먹고 피하게 만드는 전략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죽을 때까지 싸우는 모습은 동물의 세계에서 좀처럼 보지 못한다. 이러한 모습은 수억 년 동안 자연을 지배하며 종족을 번창시킨 생존의 비결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자연계에서 유일하게 이러한 위험천만한 일을 태연자약하게 행하는 동물이 있다. 그게 바로 사람이다. 같은 민족조차도 이해가 엇갈리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잔인한 살상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에도 동유럽이나 아프리카에는 ‘인종청소’라는 이름하에 끔찍한 살상이 계속되고 있다. 동물들이 이 사실을 알면 사람을 가장 미련하고 어리석은 동물이라고 할 것임에 틀림없다. 세상에서 목숨보다 더 귀한 게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만 사람들은 탐욕에 눈이 멀어 목숨을 잃는 바보짓을 수천 년을 이어가며 자행하고 있다.
굳이 국가나 민족 간의 어리석고 무모한 행동을 차치하고라도, 개인의 삶에도 이러한 모습은 도처에서 발견된다. 그중에서 사람들이 빈곤하게 사는 이유의 상당부분은, 높은 소득을 얻는 직장이 없었다기보다 탐욕과 조급함의 성품을 버리지 못해서이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의 40%는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백수라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위 3D 직종이라고 불리는 열악한 중소기업은 직원을 구하지 못해 해마다 중국동포나 개발도상국가에서 온 사람들도 일손을 채우고 있다. 물론 대학까지 졸업했는데 기다려서라도 번듯한 직장엘 들어가야지, 이런 곳에 한번 발을 담그면 평생 못 빠져 나간다고 뾰쪽한 눈을 치켜세워가며 필자에게 항변하고 싶을 게다. 그렇지만 현실을 찬찬히 살펴보라. 누구나 원하는 직장인 공무원이나 대기업, 금융기관들은 대학졸업자의 5%만이 들어간다. 나머지 95%는 원하지 않더라도 다른 곳으로 가야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자신에게 5%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한번 냉정하게 따져보라. 졸업한 학교나 학과의 위상, 학점이나 토익 성적, 외국어 능력, 관련 자격증, 수상 경력, 관련 회사의 경험 여부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점수를 매겨보라. 졸업한 학교나 학과는 지원하는 기업에서 쳐주지 않으며, 학교성적이나 토익성적은 별 볼일 없으며, 외국어나 컴퓨터 실력도 그저 그렇고, 다른 능력이나 특기도 없다면 10년을 기다리더라도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생 중에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이 60%가 넘는다고 한다. 사실 내년 발표되는 공무원 채용인원은 들어가려는 숫자에 비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이다. 중고등학교 때의 시험성적이나 대학의 성적표를 보면 시험에 대한 자신의 능력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시험이 사법시험을 방불케 하는 요즘 현실로 치자면, 오랫동안 장수생으로 시험 준비를 하며 버티어도 합격할 확률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시험을 잘 치르는 능력이 없다면 하루빨리 욕심을 버리고 현실에 맞는 직장을 알아보아야 하는데, 그냥 부모 밑에 눌러 앉아서 용돈을 타서 주머니에 넣고 도서관에 간다고 하면서 PC방에 가거나 친구들과 술집을 드나들면서 세월만 보내고 있다. 탐욕을 버리지 않는다면 평생 실업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중년 실업자의 처지는 더욱 열악하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다니던 직장을 나온다면 다시 들어갈 직장의 문은 굳게 닫혀있다. 월급을 적게 주어도 들어오게 해달라는 신입사원들이 넘쳐나는 마당에, 나이 많은 중년사원을 쓸 이유가 없다. 그나마 이들에게 손을 벌리는 곳은 보험이나 정수기, 학습지 등을 파는 판매회사이다. 이들마저 떳떳한 이유가 아니라 새로 들어올 사원의 연고를 이용해서 판매하고자 하는 속셈이다. 그러므로 주변의 연고가 다 떨어져 판매가 부진하면 수입이 없어지므로 다른 판매회사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만 몇 군데 회사를 돌면 아무리 가까운 친인척이나 절친한 친구라도 덥석 사줄 리가 없다. 전화를 걸면 받지 않거나 자리에 없다고 핑계를 대며 피하기 일쑤이다. 그래서 이들이 손을 대게 되는 곳은 다단계회사거나 음식점, 피자집, 부동산중개소 같은 자영업이다. 그러나 가게를 얻고 집기를 들이고 인테리어 시설을 하려면 만만찮은 자금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그래서 퇴직금이나 명퇴금에다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얻게 된다. 그렇지만 아무리 나이를 많고 회사 경험도 적지 않지만 자영업자의 신분은 신출내기에 불과하다. 음식점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성공을 가름하는 우선순위는 가게 입지이고, 그 다음은 맛을 내는 능력, 서비스 순일 것이다. 좋은 위치의 가게는 보증금이나 월세가 하늘 높은지 모르므로 웬만큼 매출을 늘려도 인건비와 관리비 빼고 나면 적자를 면하기가 어렵다. 또한 잘 되는 가게는 권리금이 천정부지인데다, 이 돈은 계약기간이 끝나면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사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없이 뛰어들다 그동안 저축한 돈과 대출금을 떼이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지식과 경험이 없이 뛰어드는 어리석음의 이유는 탐욕과 조급함 때문이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시작하는 것은 대부분 실패로 직결된다. 준비된 자금 없이 빚을 얻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막대한 돈을 들여 자영업을 시작하려면 최소한 이 분야에서 1~2년의 견습기간을 거쳐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 또한 사업 초년생이 엄청난 대출을 얻는 것도 실패의 원인이다. 이자부담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에 실력과 경험이 없어 이윤을 내기도 시원찮은 데, 돈을 빌려온 금융기관에 꼬박꼬박 이자를 물어야 한다면 오래 버틸 재간이 없을 것이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서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탐욕과 조급함의 결과로 평생 후회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회사원이 재정적인 고난을 겪는 이유는 회사를 잘못 옮겨서 낭패를 보거나 투자에 실패한 경우가 적지 않다. 불완전한 시기의 신입사원 시절을 거쳐 여러 해 경력을 쌓게 되면 회사에 수익을 안겨주는 실력을 갖추게 되고 업계에 관련된 사람들과 친근한 인맥을 형성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경력이나 능력을 갖추게 되면 경쟁회사에서 유혹의 손길이 거세지기도 한다. 이들은 기존회사보다 더 많은 연봉과 한 단계 높은 직위에다 거절하지 못할 스탁옵션까지 제시한다. 기존 회사에 근무하며 적지 않은 수익을 올려주었는데도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과다한 업무, 현실을 무시하고 설정하는 목표, 상사와의 잦은 불협화음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쌓인다면, 이번 기회에 폼 나게 사표를 내던지고 당황해하는 상사의 손길을 뿌리치고 옮기고 싶은 생각이 간절히 들기도 한다. 대개 손을 벌리는 회사는 새롭게 시작한 회사이거나 기존 회사보다 규모나 조직 면에서 작은 회사일 것이다. 새로운 곳으로 옮겨 성공할 확률은 생각보다 적다. 기존 회사에서는 이미 능력을 인정받고 자리 잡은 상태이므로 직급이 정체되고 월급이 더디 오를 수는 있지만 직장을 잃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새로운 회사는 경영진이나 기존 조직원과의 관계도 검증이 되지 않았으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업계에서 탄탄하게 성장할 가능성도 적으며, 새로운 아이템으로 시작하는 벤처기업이라면 향후 몇 년을 버티는 것조차 의문시될 것이다. 그리고 한번 옮겨 실패한다면 다시 옮길 수밖에 없어 업계에서도 소문이 좋지 않을 것이 뻔하다. 요즈음 같은 불황에 전직이 잦은 사람을 신뢰하고 채용하는 경영진은 없다. 그렇다면 직장을 잃고 실업자 신세가 되거나 마지못해 형편없는 회사라도 잡아야하는 최악의 경우를 맞게 된다. 이 같은 경우를 예상하지 못하고 선뜻 이직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탐욕과 조급함에서 비롯된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옮기는 회사에서의 연봉과 스탁옵션의 금액을 미리 떠올려 머릿속에서 이미 큰 부자가 된 것처럼 상상하면서 현실감각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는 탐욕과 조급함이 냉정한 이성과 합리적인 사고능력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잠 20:21 처음에 속히 잡은 산업은 마침내 복이 되지 아니하느니라
개인들이 흔히 저지르는 투자의 실패를 들여다보자. 입에 풀칠하기에 급급한 사람들은 투자를 생각할 겨를도 없다. 그렇지만 공무원으로 정해진 월급이 또박또박 나오거나, 의사나 변호사 같은 고소득의 전문직업인들은 시간이 지나가면 쌓이는 예금통장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본다. 자영업이나 사업가들도 힘든 시절을 거쳐 순풍에 돛단 듯 술술 풀리는 날도 맞이하게 된다. 그러면 이들은 쌓이는 돈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한다. 정해진 수입을 더 올리는 것은 만만치 않으므로 가진 돈을 투자해서 불리고자 하는데 귀를 쫑긋 세우며 고수익을 올렸다는 사람들을 찾아가거나 증권회사나 부동산 사무실을 기웃거리게 된다. 돈이 많은 사람들만 투자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신문에 주식투자를 해서 한 달 만에 세 배가 넘는 돈을 벌었다는 소식이 들리고, 친구나 친척이 땅을 사거나 아파트를 되팔아서 엄청난 소문이 들린다. 평소에 별로 친하지 않았던 전 직장동료가 갑자기 만나자고해서 만나보면, 자신들만이 은밀히 알고 있는 벤처기업이 세계 특허를 신청해 놓고 있는데 허가가 나면 주가가 뛰면서 곧 코스닥에 상장될 것이라고 하면서, 지금 사두면 한 달 안으로 최소한 2배는 벌 수 있을 거라고 속삭이면 갑자기 앞이 안 보이며 가슴이 뛰고 순식간에 일확천금을 버는 기회가 눈앞에 어른거리게 된다. 이들은 준비한 돈이 아니라 자녀 등록금을 빼고 보험을 해약하며 주변의 지인에게 급전을 빌기도 하면서 투자를 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서 이들을 만나보면 거의 대부분이 돈을 잃고 사기를 당했다며 땅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투자의 세계란 어떤 곳인가? 평소에 장외 주식이 뭔지 알지 못하는 사람이 덜컥 투자해서 손쉽게 돈 버는 곳은 전혀 아니다. 내 노라는 투자의 달인도 오랫동안 수익을 보장하지 못하는 냉혹한 세계이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투자에 대해서 거의 모르며 탐욕과 조급함에 사로잡혀 일확천금에 눈에 멀어 있는 당신의 돈이다. 투자는 오랫동안 지식과 경험을 쌓아 위험을 안을 능력을 알고 적법하며 합리적인 방법으로 오랜 시간을 두고 조금씩 버는 것이며, 투기는 불법하고 불의할 뿐 아니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급정보, 뇌물, 향응을 마다하지 않고 단기간 내에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고 속삭이는 것이다. 투자의 세계에서 잔뼈가 굵었으며 세계적으로 이름난 투자의 달인들도, 그들의 투자비법은 다름 아닌 저평가된 주식을 최소한 수년 혹은 수십 년간 기다렸다가 되파는 인내의 방법을 선호하고 있다. 그런데 투자의 기본도 모르는 당신이, 온갖 배신과 거짓이 횡행하는 냉혹한 투자의 세계에서 엄청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무지와 어리석음을 이용해 사기를 치려는 이들의 달콤한 속삭임일 뿐이다. 어째든 교묘하게 짜놓은 사기꾼들의 계략에 걸려들면 주의 깊으며 학식이 높은 이들도 순식간에 넘어가게 된다. 이들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와 사기의 분야에서 고수이기 때문이다. 탐욕과 조급함을 다스리지 않는다면 언제나 이들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 번의 실수라도 평생 빈곤과 악성부채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며, 뼈에 사무친 회한과 후회만을 남겨준 채 이 세상을 떠나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