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나뭇가지 / 이어진 나무를 심은 건가 내 몸에서 흔들리는 나뭇가지, 우아한 풀들이 자라나는 공중의 들판 너는 길고 나는 아름다워 꼬리에서 자꾸만 긴 뱀이 자랐네 팔에선 좁은 들길이 자랐네 네가 걸어간 발자국을 달빛 내려앉은 공중이라고 해줘 나에게 와주었을 때의 저녁, 나무가 흔들리는 들판에서의 만남 별들이 고요해지면 우리는 긴 혀를 뻗어 서로의 입술을 훔쳤네 관자놀이에서 흘러내리던 별 그날 이후 나는 공중의 바람처럼 밤하늘에서 빛났지 별이 되어 반짝이다가 나는 나를 데리고 먼 여행을 떠났지 별이 온몸 가득 흔들리기도 천 개의 나뭇가지로 네 마음속에서 흔들리기도.
- 시집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청색종이, 2023.10)
* 이어진 시인 서울 출생,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 졸업 2015년 《시인동네》 등단 시집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사과에서는 호수가 자라고』 연구서 「1980년대 한국 현대시의 멜랑콜리의 정치성 연구」 유튜브 채널 〈이어진의 문학의 향기〉 운영
******************************************************************************************** ‘인간에게 가장 달콤한 것이 무엇일까?’라고 묻는다면,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것입니다. 달콤하다면 설탕과 같이 단맛을 내는 어떤 물체이거나 정신을 아찔하게 만드는 어떤 상황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로또 일등’이 달콤한 무엇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내가 지금까지 느꼈던 달콤함은 ‘성취’와 관련된 것들이었습니다. 어떤 대회에 나갔을 때, 그 대회에서 1등이라고 불렸던 순간은 달콤함이 최대치에 달했던 순간이었고, 내 아이들이 이루었던 어떤 성취들도 저에게 있어서 달콤함 중의 하나였습니다. 성취는 ‘개인적인 상황’일 것입니다. 조금 더 공통적이고 근원적인 달콤함이라고 한다면, ‘잠’이 아닐까요. 잠에도 다양한 잠이 있습니다. 불면증에 시달리다 간신히 드는 잠은 그렇게 달콤한 잠은 아닐 것입니다. 이렇게 잠이 들면, 깨어나도 개운하지 않습니다. 힘들게 하루를 보내고 쓰러지듯 자는 잠이 들었지만, 다음 날 아침 일어났을 때 다시 태어난 것처럼 개운한 잠이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도 어느 나이부터인가 이러한 잠을 잃어버렸습니다. 삶의 노곤함이라고 할까요, 무거운 몸을 간신히 일으켜 세우면, 몸의 관절 이곳저곳에서 비명을 지릅니다. 잠도 이제 내 것이 아닌 듯합니다. 잠은 꿈을 동반합니다. 오늘 소개한 이어진 시인의 시처럼, ‘몽롱한 꿈’이라면 꿈꾸는 순간만큼은 행복할 듯합니다. 그런데요 ‘꿈에서 깬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 말은 비현실에서 현실로 되돌아온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비현실은 우리가 만나고 싶지 않은 상황일 것입니다. 그런데요 비현실이 극악의 현실로서 만들어지는 까닭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현실 속에서 현실만을 바라보면서 살아갈 때 비현실이 현실화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가야만 하는 것일까요.
저는 현실과 비현실이 잘 비벼진 비빔밥처럼 비벼질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을 중도라고 얘기할 수도 있고요, 화합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 무엇이든 어느 극으로 흐르지 않고 중간으로 손잡고 흐를 때 만들어지는 것이겠지요. 오늘 읽은 이어진 시인의 시 「잠의 나뭇가지」, 감정의 모호성은, 잠시 나를 잊게 해서 좋습니다. 따듯한 욕조에 몸을 담그는 기분입니다. - 시 쓰는 주영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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