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병원
이영광
어느 시골 병원에 실려 간 병든 노인을 두고
여기선 못 고쳐요 큰 병원으로 가보세요
의사가 말하면 다들
눈앞이 캄캄하겠지, 큰 병원이란 대체
어디에 있는 병원이란 말이란
말인가, 싶겠지.
운명하셨습니다, 하고 큰 병원 의사가 그때
숨 거둔 환자의 혈족들,
우리에게 짤막하게 고했을 때
이렇게 헛들었다;
여기선 안 돼요 큰 병원에 가보세요.
더 고칠 데가 없는 시신 앞에서 더는 말이 없는
작디작은 지상의,
큰 병원이 소개하는
큰 병원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시신이,
그렇게나 가기 싫어하다 나중엔 가고 싶어 하던
저세상인가. 저세상이라면 이
폐차와 같은 사체의
고통 없음과
고통의 지각 없음과
고통의 뿌리인 생명 없음과
생명의 밭인 몸의 사라짐을,
저승이여 큰 병원이여,
없음으로써 있는 이 투명인간을
고칠 데가 있으려나.
이, 보이는 사람
없음으로 이룩된 투명인간의
불순한 없음을,
있음이라는 투명을
치료할 수 있으려나
- 월간 《현대시》 2023년 5월호
이영광
경북 의성 출생. 1998년 《문예중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직선 위에서 떨다』 『그늘과 사귀다』 『아픈 천국』 『나무는 간다』 『끝없는 사람』 『해를 오래 바라보았다』 『깨끗하게 더러워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