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방 내가 일주일동안 머물렀던 절
탈코 사진은 맨 밑에 첨부할게
하용가 하용가~~~ 막생엔 글 처음 써보는데 스타트를 어떻게 끊어야 할 지 모르겠네.
여기에 글 쓰기 전에 한글파일로 한번 써봤는데 꽤 분량이 많더라. 길더라도 끝까지 봐주면 고마울거야.
먼저 내가 탈코 후기글을 작성하는 이유는 나도 다른 사람들의 탈코 전시를 보고 탈코하는데에 용기를 얻었기 때문에 이걸 읽는 사람들도 내가 받았던 용기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후기를 작성하고 있어.
일단 내 기준 코르셋이란 여성에게 강요되는 꾸밈노동(머리길이, 화장, 과도한 다이어트, 옷, 자세 등)이야. 참고로 꾸밈노동 안에 코르셋이 있다고 생각해.
탈코하기 전의 나는 심하게 코르셋을 조이던 사람은 아니었고
1. 머리를 짧게 자른 사촌언니가 멋있어보여서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짧게 자르고 싶어했어. 그런데 미용실 이모가 내 얼굴형은 ~~해서 머리 자르면 안어울린다 얼굴이 넙대대해보일거다 매번 이 말씀을 하셔서 자르지 못했고 얼굴형 트라우마도 생겼어ㅋㅋㅋ
2. 화장은 자기만족이라고 생각했어. 이모한테 눈썹 없다고 모나리자라고 하도 놀림받아가지고 트라우마였거든,,, 그래서 무인도 들어가도 눈썹은 그릴거라고 했던 사람 나야나...
3. 고2 때 (그 당시 160에 58) 다이어트 한다고 씹뱉 했던거... 지금 생각하면 진짜 아...
4. 여자 대학생은 화장도, 하늘하늘한 옷도 필수라고 생각해서ㅋㅋㅋㅋㅋ 대학 들어가면서 기존에 입던 맨투맨, 후드 거의 버렸어.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까워..
5. 3~4일 정도 아파서 겨우 물만 마실 수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살 빠졌다고 엄청 좋아했던거.. 그때 당시에도 음? 싶긴 했는데 흐린 눈 했지 내가.
6. 미세먼지 자욱해도 화장 때문에 마스크 안쓰고 돌아댕김.
이런 정도였어. 그러다가 학교 페미니즘 소모임에서 탈코를 접했지.
18년 3월. 학교 페미니즘 소모임 내에서 탈코가 화두되었고 중요성은 알긴 아는데 무서워서 못했었어. 다들 탈코 해야하긴하지... 그런데... 하는 분위기였어.
18년 4월. 긴 머리에서 단발로 머리를 자르고 화장은 색깔있는 립밤+아이브로우만 했어. 사실 투블럭 하러 미용실에 갔었는데 거기 미용실에서도 자르면 후회한다고 엄~~~~~청 뭐라고 했었어. 얼굴형이 어쩌구 하면서 차라리 단발로 자른 다음에 마음에 안들면 투블럭을 하라고 하더라. 얼굴형 트라우마가 있었던 나는 거기에 흔들려서 단발로 잘랐지. 근데 단발이 진짜 잘어울리긴 하더라. 이런 말 하면 웃기긴 한데 정말 잘 어울렸었어. 그래서 이때 당시 긴머리였던 기간에 비해 사진도 많이 찍었었고 숏컷하지 말까 하고 망설이기도 했어.
18년 7월. 종강하고 여름방학에 잠깐이라도 조용히 혼자있고 싶어서 아는 스님이 계신 절에서 일주일 동안 지냈어. 산 바로 밑, 깡시골에 있는 작은 절이라 사람은 나랑 스님 포함 넷, 내 방은 에어컨 하나 없이 오래된 선풍기 하나 탈탈탈 돌아가는 방이었어. 애초에 에어컨 자체가 큰 법당 빼고 없었어. 진짜 더워 죽는 줄.. 단발인데 목 뒤에 닿는 머리카락도 너무 더워서 둘째 날부턴 하나로 질끈 묶고 다녔어. 고데기도 안하고 눈썹도 아이브로우 가져갔었는데 둘째 날 이후론 귀찮아서 안그렸어ㅋㅋㅋㅋ 집에 가기 이틀 전 쯤인가 새벽에 SNS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우르르 탈코 전시하는 걸 보고 생각이 많아지더라. 그날까지 했던 코르셋에 대한 생각과 신념을 종합해 본 결과 탈코해야겠다는 결론이 나왔어. 탈코하기 무서웠는데 그 때 탈코 전시하는 사람들을 보고 용기를 얻었어. 그래서 절에서 내려가자마자 집에 짐 풀고 바로 탈코했지. 동생도 나 따라서 다음날 탈코하더라.
탈코 하니까 장점은
1. 준비시간이 줄어들음. 빨리 씻으면 7분안에 씻기 가능이야. 고데기도 안하니까 씻고 머리만 말리면 끝.
2. 화장에 들이는 비용과 시간이 확 줄어들음. 지금은 남성용 올인원제품이랑 수분크림, 립밤만 사니까.
3. 평가대상에서 제외됨. 이상한 남자들이 나를 잠재적 연애대상으로 안봄. ㅇㄱㄹㅇ 개좋아 최고야...
4. 바람불어도 머리카락 신경 안쓰임. 날리든 말든 머리 엉키지도않아서 노상관.
5. 운동할 때, 밥먹을 때, 공부할 때 등등 머리가 방해 안해서 편해. 진짜 고등학생 때 머리카락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 받았는지...
6. 밤에 길거리 돌아다녀도 내가 입만 안열면 남자인줄 아니까 좀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음.
7. 여름에는 시원에서 좋고 겨울에는 정전기 일지 않아서 좋고
탈코 단점은
1.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카락 까치집이라 아침 저녁으로 머리 감아야함.
2. 미용실 자주감.
3. 남자냐 여자냐는 말 종종 들음,,,
4. 화장실 갈 때 시선,, 저 여자 맞는데요ㅠ
5. 겨울에 귀 시려움ㅋㅋㅋㅋ
마지막으로 내가 탈코에 대한 생각 및 하고 싶은 말 하고 끝낼게
미의 기준은 시대마다 다르고 크게는 국가마다, 작게는 사람마다 달라. 지속적으로 변하는 미의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는게 너무 비효율적인데 이 비효율적인 미의 기준에 여자들만 맞추려고 아등바등하는게 너무 억울하고 차별적이지않아? 물론 남자들도 하는 사람이 있긴 해. 근데 그 비율이 여성에 비해 얼마나 되냐고.
왜 여성은 아름다워야하지? 나이들면 다 사라질 허상이야. 사라지는게 싫어서 어떻게든 가리거나 늦추려할테고 거기에 들인 내 시간과 비용은 다른 곳에 더욱 가치있게 쓰일 기회를 놓치겠지. 예쁜게 권력이라도 선택받지 못하면 없을 권력인데다가 온전히 내 권력도 아니야. 날 선택한 사람의 권력을 빌린거지. 선택 하는게 권력일까 선택 받는게 권력일까? 날 좋아한다고 선택한 사람은 내 외모가 나이를 먹어서 바뀌든, 사고가 나서 바뀌든, 내 자의로 바꾸든해서 바뀌어도 내가 좋다고 할까? 결국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남는건 능력이고 내면이야.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아름다움의 심리학’이라는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아름다움을 위해 1년 동안 얼마나 돈을 쓰는지 기록하게 했는데 한 여학생은 1년에 5,000달러 가까이 비용을 지불한 반면에 한 남학생은 1년에 50달러를 지불한다고 했대. 이 수업을 할 때마다 여남 간의 차이는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보통 세 배 정도 더 많이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나.(러너이 엥겔른 – 거울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격차 1위를 찍는 마당에 억울하지 않아? 미디어에 나오는 여자들처럼 꾸미는 여자는 많은데 거기 나오는 남자들처럼 꾸미는 남자들은 없지. 오히려 요즘엔 화면에 나오는 남자들이 예전에 비해 점점 길거리 한남들 닮아간다는 생각이 들어... ㄹㅇ얼굴 뭔데... (특히 기안같은 거,,,) 여자였으면 저 얼굴로 아이돌/MC/배우 못하겠다. 이런 생각들고 그래.
내가 요즘 코르셋 관련해서 제일 걱정되는 건 코르셋을 차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거야. 우리도 코르셋으로 인한 피해자지만 가해자이기도 해. 전에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나은이가 어린이용 화장품으로 화장하면서 노는데 MC분들이 여자애들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안다 신기하다 이런식으로 말하셨던 적이 있어. 나은이는 누구를 보고 배운걸까? 나은이가 보고 배운 사람이 비단 나은이 어머니 뿐 일까? 세상에 나은이 같은 케이스가 나은이 한 명 뿐 일까? 나 때는 중학교 들어가서 화장을 했는데 요즘엔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도 화장하는 광경이 심심치 않게 보이니 너무 심란해. 전에 봉사활동 했던 기관에서도 화장도 안하고 머리 짧은 나를 보면 선생님 남자에요? 여자에요? 하는 애들을 보고 벌써 화장안하고 머리가 짧으면 남자. 화장하고 머리 길면 여자라는 생각이 머리에 잡히는구나 싶더라. 그런 이 애들이 크면 똑같이 코르셋은 되물림 되겠지. 난 더 이상 되물림 되는걸 원하지 않아. 나는 여자 아이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고싶어.
이상으로 탈코 후기 마무리 할게.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다들 하는 일마다 잘 풀렸으면 좋겠다. 그럼 이만 바용가~~~
문제시... 뭐하지? 우리집 한남 머리 두 대 때리고 옴.
+혹시 주변 탈코인들한테 나도 너처럼 탈코 하고싶은데 두상이... 얼굴형이... 머리카락이.. 이런 핑계 대지마. 무서운건 알겠는데 탈코는 잘 어울리려고 하는 게 아닌데다가 그런거 생각하고 탈코한 사람들에게도 실례라고 생각해. 남자들도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얼굴이라 짧은 머리인건 아니잖아. 내가 탈코하고 나서 제일 듣기 싫었던 말은 나처럼 머리 자르고 싶다는 말에 그럼 너도 자르라 했더니 "나는 얼굴형/두상이 안예뻐서 안돼"였어. 내가 했던 탈코와 관련된 고민들이 아무것도 아닌게 되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하여튼 그러더라구. 너무 서럽다,,,흑흑 정말로 찐 바용가~~
1학년 새내기 한창 코르셋 꽉 조일 때
1차 단발로 자르고 아이브로우&색깔있는 립밤 빼고 다 놓음
2차 찐탈코 후 다음해 봄에 탈코한 친구들이랑 다같이 놀러갔지
코로나 터지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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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첫댓글 용기 얻고 간다!
용기내 줘서 고마워 💙💙
연대하자😊
와 진심 용기있어 ㅠㅠ 나도 성공할 날이 왔음 좋겠다 잘보고가!
👏🏻👏🏻👏🏻👏🏻 고마워
갹 용기가 멋지다 최고
멋있어 고마워
멋있어 !! 연대 🔥 🔥
멋있다!! 고마워!!
악!!!!!!!너무 멋있잖아!!!!!탈코전시 고마워
진짜 탈코 전시 너무 고마워 같은 탈코인으로서 용기 받고 가🥰🥰
개본새
전시 고마워!~!~
탈코 전시 고마워!
멋있다 완전 본새나 !!
혹시 머리 몇 미리로 밀었는지 물어봐도 돼? 마지막 사진처럼 깔끔하게 자르고싶은데 내 머리 너무 덥수룩한 것 같아서 다음에 밀 때 참고하고 싶어
나 옛날엔 6미리로 밀었었는데 요즘엔 3미리! 앞으로도 쭉 3미리로 밀려구
@농심진라면 고마워! 다음엔 6미리로 밀어봐야겠다
용기 내줘서 고마워 너무 멋져 🖤
와진짜짱멋잇다!!!!!!!!!!!! 레알로멋져
진짜 멋있다 이 세상 본새가 아님!!! 전시해줘서 고마워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응 상관없어! 사진 마지막꺼 주면 될까?
글 잘읽었어! 나도 닮아가도록 노력해볼게!! 글 고마워!!!!
멋진 글 써줘서 고마워 진짜 멋있다
최고야 멋있어 고마워!!!
멋있다.. 나 또한 이미 숏컷을 해본적이 있음에도 다시 하기가 망설여지는데 정말 큰 용기냈어. 당장은 힘들지만 용기내볼게! 글 정말 멋있고 잘 어울려~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한달에 한번? 귀찮으면 한달 하고 일주일에 한번정도!
개.본.새 전시 고마워
멋있다 이런 본새나는 글 써줘서 고마워!!!
마지막말머싯잔아.. 고마워
멋지다,,,,!!!! 탈코 전시 고마워👍👍🔥🔥🔥🔥🔥
고마워 !!!
멋져
글 올려줘서 고마워! 멋있다
탈코 전시 고마워 👏
봊멋
헐 너무 잘어울려!! 머리 정보좀ㅋㅋㅋㅋㅋㅋ나도 얼굴형 웅앵웅 때문에 어릴때부터 스트레스 받아서 숏단발도 겨우 했는데 이런글 하나하나 볼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용기 게이지가 차오른다고 해야하나? 그래도 다행인건 가는 미용실에서 이젠 얼굴형같은거 언급보단 다시 기르실땐 힘든데 자르면 편할거다 이런 얘기 많이 들어! 너로 인해 너와 같은 사람들로 인해 세상이 조금씩 바껴가는게 느껴져서 너무 행복하다🥰 고마워 !!
나 머리 그냥 미용실가서 투블럭 3미리 앞머리는 눈썹 살짝 가릴정도로만 잘라!
멋있다 👍👍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진짜 멋지다 용기 얻고가
여기 너무 좋아
생각 정리하고 바로 실행에 옮긴것도 진짜 멋있어
최고야 고마워❤
222 나도 교육관련 일이라서 그런지 젠더교육을 많이 생각하는데...이 부분 진짜 공감이야
고마워 연대하고있어
본새쩔어 고마워!!
혹시,, 미방 절 어딘지 물어봐도대? 좋아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