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터미널 모인 전장연 “장애인도 버스 타고 고향 가고 싶다” 기자명 복건우 기자 입력 2023.01.19 20:28 수정 2023.01.19 20:35 전장연, 남부터미널서 진천행 시외버스 탑승 시도 경찰 방패에 막히고 대합실엔 “시민 불편” 안내 방송 박경석 대표, 장애인용 화장실서 휠체어 바퀴 끼이기도 “50년간 시외버스 못 탔다”며 시외이동권 보장 촉구 이번 설 연휴에도 휠체어 탄 장애인은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에 갈 수 없다.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버스가 거의 없다는 게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경찰이 이들의 버스터미널 승강장 진입을 막고 출입문을 걸어 잠그면서 대치가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활동가들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에서 충북 대소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5시 20분 진천행 버스표 5장을 예매했다. 휠체어 장애인들이 버스를 타러 충남-충북 방면 출입문으로 향하자, 경찰 30여 명은 이들이 출입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방패로 막아섰다. 일부는 휴대폰과 카메라로 현장을 채증했다.
유진우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에서 충북 대소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5시 20분 진천행 버스를 앞두고 경찰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 복건우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 충남-충북 방면 승강장에서 바라본 출입문 너머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와 경찰 간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출입문 위에는 ‘승·하차장 외 출입 절대 금지’라고 적혀 있다. 사진 복건우 경찰 측은 “업어서라도 (버스에) 태워드릴 순 있지만 전동휠체어는 버스에 싣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도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인정하지만 이런 식의 업무방해는 용인할 수 없다”고 말하며 휠체어 탄 사람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다.
그 시각 대합실에는 “대합실이 혼잡해 미리 승차를 준비해주시기 바란다. 또한 서울남부터미널은 다중이 출입하는 시설로, 전장연의 현재 집회는 많은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으니 즉시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는 안내 방송이 반복해서 나왔다.
전장연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장애인 시외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 자체가 문제”라며 승강장 출입문 앞에서 ‘장애인도 시외버스를 탈 수 있게 해달라’고 외쳤다.
현재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할 수 있는 시외‧고속버스는 거의 없다.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몸과 휠체어를 분리해야 한다. 접이식 수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경우 휠체어를 짐칸에 싣고 누군가에게 업히면 버스를 탈 수 있다. 반면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경우 휠체어를 짐칸에 실을 수조차 없어 버스 탑승 자체가 불가능하다.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과 휠체어를 분리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자 인권침해’라고 밝힌 바 있다.
전장연은 2014년 1월 설 연휴를 앞두고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점거한 투쟁을 시작으로 명절이 다가올 때면 시외이동권 투쟁을 벌여 왔다. 이에 따라 2019년 처음으로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버스 10대가 4개 노선(서울-강릉, 서울-당진, 서울-부산, 서울-전주)에 도입됐지만, 코로나19 이후 경영 악화로 최근에는 1개 노선(서울-당진)에서 버스 2대만 운행을 지속하고 있다. 사실상 버스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장애인 활동가 3명은 오후 6시 30분께 출발하는 진천행 버스를 다시 예매했지만, 경찰과 실랑이가 이어지며 탑승하지 못했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문경희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나는 50년 넘게 시외버스를 타본 적이 없다. 경찰은 우리를 막을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이동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지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경찰을 향해 오후 6시 30분 진천행 버스표를 들어 보이며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복건우 오후 5시 50분께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 장애인화장실에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의 휠체어 바퀴가 문틈에 걸려 있다. 사진 복건우 오후 5시 50분께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 장애인화장실에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의 휠체어 바퀴가 문틈에 걸려 있다. 사진 복건우 한편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터미널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후 5시 50분께 그는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장애인화장실에 들어갔지만 터무니 없이 좁은 공간으로 휠체어 바퀴가 문틈에 걸려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됐다. 10분 뒤 출동한 소방관의 도움으로 박 대표는 화장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박 대표는 “장애인은 명절을 앞두고 가족을 만나러 시외버스를 타고 싶어도 타지 못하고 있는데, 이렇게 장애인 이동권과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으며 차별이 차별을 낳는 상황을 남부터미널은 즉각 멈춰야 한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단독면담이 성사되지 않은 전장연은 20일 오이도역과 서울역 등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한다. 오는 22일은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참사가 발생한 지 22년째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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