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밟으며.
늙은이의 푸념 시
가을의 한 복판에 있습니다.
들 역은 황금물결로 덮여 있고
산에는 울긋불긋한 색의 향연이
끝없이 펼쳐졌구나.
이 곱고 아름다움의 색의 향연이
언제까지 이어지려나.
아무리 색의 향연이
곱고 화려하다 한들
가을바람이 부니
힘없이 떨어진다.
(萬紫千紅秋風落)
어찌 떨어지는 것이
낙 엽 뿐이겠느냐.
세월이 가니 사람도 변하여
머리는 백발이 되고
(歲去人頭白)
귀밑에는 서리가 하얗게 내렸도다.
꽃은 다시 필 날이 있지만
(花有重開日)
사람은 다시 소년이 될 수 없으니
(人生更少年)
아! 정처 없이 흐르는
무심한 세월이여.
정다운 친구들 하나 둘
이 세상을 하직하니
세월이 유수같이 흘러감을
어찌 실감하지 않으리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자연과
더불어 살아 왔는지.
특히 가을과 얼마나
친하게 지내왔던가.
기억조차 희미하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면
나이와 관계없이
소년과 같은 설레임은
예전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것이 모든 사람이 갖는
初心일 것입니다.
초심에는 좋은 일은 있으나
나쁜 의미의 초심은 없습니다.
그래서
초심은 아름다운 것이며
복된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오래간 만에 낙엽이
쌓인 길을 걸어 봅니다.
길 위에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걸어가니
이브몽탕의 枯葉이 떠오릅니다.
이브몽탕의 고엽은
쓸쓸히 걸어가는 발자국에서
한 때 연인이던
에디프피아프에 대한
어쩌다가 찔끔찔끔 밀려오는
사랑과 그리움이 묻어나오는
노래가 아니라
한꺼번에 몰아치는
그리움이 솟구치는
노래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걸어갑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이 더욱 찡해 집니다.
이제 나는 낙엽을 밟으며
누구를 위한 그리움의
노래를 부르려 하느냐.
묻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우리가 낙엽을 밟아
본 적이 언제였던가.
언제 우리가 이렇게 호적한 길을
걸어 본 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그 곳에서 내 연인과
흘러간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던가.
호적한 길을 걸으니 자연히 입가에는
레이드 구르몽의 시가 절로 나온다.
시몬!
나무 잎 새 저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덥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같은 노래와 시라 해도 오늘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다른 느낌이 듭니다.
一葉知秋라.
이상 하리만큼
낙엽 밟는 소리 하나에도
가을을 느낍니다.
그리고 가을은 나를 유혹합니다.
그대사랑 가을사랑
단풍일면 그대 오고
그대사랑 가을사랑
낙엽지면 그대 가네. 라고
아! 입가에 맴도는 진한 가을 사랑에
몸 소리치는 짜릿함이여.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계절에
나의 그리운 이여.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말 좀 해 다오.
오늘도 요양원 마당에서
저 먼 북한산을 바라보며
가족의 만남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 런지.
나는 낙엽을 밟으며
깊은 상념에 빠져듭니다
.
우리는 서로 떨어져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서로 만날 수 없는
환경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하나님이 맺어
준 부부가 아니더냐.
허니, 주어 진 삶에
만족하고 감사하리라.
내 그대 영원히 썩지 않고
고유한 맛만 내는 장맛처럼
영원히 사랑하리니
힘내라.
그대여.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