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친이 격돌, 미묘한 민심
내일신문/2009-03-11 오전 11:34:19
“박근혜가 밀면 다되지” “경제 살리려면 힘 있어야” 선거전 후끈 지난 총선에선 친박이 ‘승’ … 재기 노리는 정종복 ‘낮은 자세로’
16명이나 되는 예비후보들의 현수막이 내걸린 경주 성동시장 인근은 벌써부터 4·29 국회의원 재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었다. 반경 1km 이내에 선거사무실이 밀집해 있어 이미 ‘본선’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경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연다, 사무실을 개소한다며 연초부터 떠들썩한 분위기가 형성된 데다 명함을 돌리기 위해 시장을 찾는 예비후보들의 발걸음도 부쩍 늘었다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이다.
◆반경 1km 안에 16명 사무실 밀집 = 특히 한나라당의 향후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친박-친이 격돌이 예고된 탓에 ‘외부 시선’에 대한 경주시민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9일 현장을 방문한 기자에게 “서울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역질문 공세를 하는 시민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일단 예비후보가 16명이나 되지만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주요정당의 공천이 마무리되면 무소속을 합쳐 5~6명 정도로 후보군이 압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에서도 정종복 전 의원과 정수성 예비역 육군대장이 돋보인다.
지난해 총선에서 친박연대로 출마한 김일윤 전 의원과 맞붙었다 고배를 마셨던 정종복 후보는 설욕전을 노리고 있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를 업은 정수성 후보는 ‘친박 수성’이 목표다. 현지에서 이번 선거를 친박과 친이를 내세운 ‘양정(兩鄭) 격돌’로 보는 이유다.
‘양정 격돌’에 먼저 불을 지핀 쪽은 정수성 후보였다. 지난해 12월 11일 박근혜 전 대표가 참석한 출판기념회는 5000여명이 몰렸다. “행사장인 교육문화회관에는 건립된 이후 최대 인파가 몰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지난달에는 정종복 후보가 맞불을 놨다. 30명이 넘는 현역의원들을 경주로 불러들여 세를 과시했다.
◆‘다시 한번 기회달라’ 짠한 읍소 = 일단 경주시민들의 시선은 ‘친박-친이 재격돌’에 쏠려있다. “박근혜가 밀면 다 되는 거 아이가”라는 성동시장 상인의 이야기가 상징하듯 지난 총선에 이어 다시한번 친박에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정서를 가진 경주시민도 많았다. 친이계, 정확하게는 친이상득계로 분류되는 정종복 후보가 부담스러워하는 대목이다.
“인근 도시인 포항과 영천에는 중앙정부가 수천억에서 조단위가 넘는 예산지원이 받았다”(성동시장 약사)며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는 경주시민들은 정종복 후보에게 무게를 싣고 있다.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초선보다는 재선이, 대통령과 일정한 거리를 가진 친박계 보다는 친이계 핵심인 정종복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정종복 후보 선거캠프에서 조차 ‘안티세력’이라는 단어를 거론할 정도로 강한 ‘반정종복’ 정서도 선거결과를 좌우할 변수 중의 하나로 꼽힌다. 한 택시기사는 “정종복 후보에 대해서는 ‘거만하다’ ‘사람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정종복 후보 동기라는 승객도 안찍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물론 정종복 후보도 자신에 대한 거부감 극복을 과제라고 보고 ‘낮은 자세로’라는 말을 되뇌이고 있다고 한다.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는 읍소가 적힌 선거사무소 외벽 현수막도 짠하다.
◆백상승 경주시장 의중도 변수 = 그래서 이번 총선을 지역경제 대 정서의 싸움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친박근혜 정서가 반정종복 정서와 만나 증폭효과를 일으키며 친박-친이 전선이 분명해 질수록 정수성 후보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질 경우 정종복 후보에게 힘이 쏠리는 것과는 대비되는 효과다.
백상승 경주시장이 어느 후보에게 미소 짓느냐 하는 점도 선거승패를 가를 수 있다. 모두가 어렵다고 내다봤던 2005년 11월 방폐장 주민투표에서 89.5%의 찬성을 이끌어냈고 2006년 지방선거에서 84.4%로 전국최고 득표율로 당선될 정도로 탄탄한 지지기반을 자랑하는 만큼 그의 ‘기침’ 한번이 선거판에서는 ‘태풍’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친박 바람이 거셌다는 지난 총선에서도 김일윤·정종복 후보 사이의 격차는 5580표에 불과했다.
경주 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정종복 후보와는 최근에 화해했고 정수성 후보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어느 한쪽으로 손을 들 순 없겠지만 선거가 막판으로 갈수록 지지를 보내달라는 후보 쪽의 압박이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 변수는 속내를 잘 보여주지 않는 경주사람 특유의 성격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한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 정종복 후보가 15% 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투표함을 열어보니 5.5% 뒤진 것이 대표적이다. 언론사와 각 후보 진영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100%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주 = 허신열 기자 The Naeil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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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교육문화회관 앞에서 추위에 떨며 무려 2시간 동안이나 박 전 대표를 애타게 기다린 ´박사모´. |
박근혜 ´하늘의 별, 나도 따겠다´"정치 분야서 뜻 이루려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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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정수성 전 육군대장의 자서전 출판기념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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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사를 끝낸 박 전 대표가 꽃다발을 받아들고 정 전 대장의 안내로 자리에 돌아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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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월남전 참전 용사라고 밝힌 한 노인(왼쪽)에게 정성껏 사인을 해주고 있는 박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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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렇군요." 출판기념회에 관한 정 전 대장의 설명에 호응하는 박 전 대표.
ⓒ 데일리안 박정우,200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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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11일 자신의 안보특보 출신인 정수성 예비역 대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차 경주를 방문했다.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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