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수목원
오랜만에 시내버스를 타고
동학사에 가려니
그 노선이 없어졌다고 해서
수통골 가는 버스를 기다리니
8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하니
참다 못 해서
목적지를 한밭수목원으로 바꿨지요
법원은 엄한데
법원 옆의 단풍은 언제나 봐도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서
항상 찾던 길이지요.
정부청사에 다다르니
넓디 넓은 잔디밭에서
삼삼오오 쌍을 지어 앉아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사람도 보이고
아빠랑 배드민턴 하는 5살 박이 여자 어린이도 보이고
유치원에서 왔는지 게임을 하는 어린이도 보이고
하늘 닿을 듯한 소나무 아래의 정자에서
지팡이를 놓고 잠시 쉬시는 할머니의 주름살도 보이고
정부청사의 귀퉁이을 돌 때 나는 이상한 냄새!
썩은 풀잎과 어우러진
과일 중의 못난이 모과의 냄새가 배여져 있었지요.
엑스포 남문 주차장의 아스팔트 위에는
대전 시내의 어린 꼬맹이들은 총 집합한 냥....
광장안이 꽉 차 있었지요.
그것도 모자라서 오토바이 뒤에 동생을 태우고 씽씽 달리는 모습!
자동차에 올라 앉아서 발을 동동 구르는 어린이!
다른 어린이가 타는 저 자동차를 달라고 떼를 쓰는 어린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나게 타는 어린이!
자전거의 뒤에 애인을 태우고 다니는 멋진 2인용 자전거!
하늘 끝까지 오르려는지 ......... 높이 높이 올라가는
꼬리 세 개 달린 연들.....
대전예술의 전당에는 차가 가득하여 사람조차 잘 보이지 않았지요
한밭수목원!
작년 여름에 오고 오지 않았나?
그 예쁜 야생화도 못 보고 지나쳐 버렸으니....
잎사귀조차 보이지 않는 야생화의 처절한 모습에
괜히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항상 풍성한 모습을 보다가
겨울팬지꽃과 내 손톱만한 크기의 작은 노란국화꽃들만이 나를 반긴다.
노란국화꽃에 코를 대고 킁킁거려본다.
어려서 맡던 그 냄새다!
그런데 향기가 그전보다 좀 연한 것 같다.
둘이서 데이트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약혼을 했는지.... 옷차림이 예사롭지 않다.
사진을 찍느라고 정신이 없어 보인다.
서로 주고 받는 눈빛이 아름다워 보인다.
나 같이 나이든 사람들은 거의 없다.
남편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 본다.
나두 지금 저 사람들처럼 테이트라는 것 하는거 아녀..........
쑥스럽게 한마디 던진다.
그럼....................
나도 저런 날들이 있었는데....
무척이나 부럽다!
젊음이 있으니 아름다워 보이는 것 아닌게베.....
졸졸 흐르는 냇물의 돌다리를 건너니
조금 생기가 난다.
냇물을 보면 항상 기분이 좋아진다.
대나무로 둘러진 아담한 장소에 나무 벤치가 놓여 있다.
여기에서는 꼭 앉아서 쉬었다가 가야지 ....
나무벤치에 앉아서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를 듣고 싶어서다.
언제 날라왔는지
까치 한마리가 머리 꼭대기의 단풍나무에서 조잘댄다
우리가 왔다고 반겨한다는 인사라나......
어쨋든 까치를 보면 반가운 손님이 오거나
좋은 일이 생긴다니................
무조건 기다려봐야지.
두 시간 반이나 넘게 거닐었다.
동학사나 내장산에 갔으면 가을을 물씬 느끼련만...
안타깝지만..... 그래도 만족한다.
이 곳에라도 왔으니.........
가을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어떤 슬픔이 막 몰려 오는 듯하다.
항상 그래 왔듯이.........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데.........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거여............
아직도 나는
남선근린공원의 돌계단을 올라가서
5-6 살 난 연연생의 딸과 아들과 같이
베드민턴을 치던 날들을 생각하길 즐긴다.
그 때 남선공원을 메아리치던
아이들의 까르르 웃어 제치던
행복한 웃음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들린다.
아! 행복했던 날들이여!
애들이 있는 엄마선생님들!
지금은 키우기 어려워 고생이지만
나중에는 그리움이 되거든요.
애기들 많이 사랑해 주세요!
많이 나들이 데리고 다니세요!
첫댓글 한밭 수목원은 봄 여름 가을꽃으로 곱게 단장 하고 대전 사람들에게 휴식을 제공 하는 유명한곳이지. 갑천에서 숫불에 고기 구워먹고 밤하늘 은하수 구경하다 그도지치면 액스포 남문으로 와서 여러 래저 활동하는사람구경하고 운좋으면 공연장에서 공연도 보고 다리 위에서 폭죽 구경도 하고, 수목원 산책은 더할나위없는 마음의 쉼터지.서울 양재천 보다 난 그곳이 더 좋더라.서울 대전 왔다 갔다 하지만 자연 환경 더 좋아 대전에 살거다
ㅡ 남편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본다ㅡ 이부분이 젊음의 추억, 지금의 완숙함, 앞으로 게속 이어지는 안정된 삶, 이3가지를 한꺼번에 나타내주고 있어서 글의 중심을 잡아주고 읽는이마저 안도감을 느끼게 해 주고 있어,굳이 강조하지 않으면서 보이지 않는곳에 글의 중심이 들어가 있는것 ㅡ 채송화글의 특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