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 청년정책조정위 부위원장 화려한 부활
자유주의연대 대표·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총장
신지호의 '사상 선행'과 윤석열의 '이념 가장 중요'
뉴라이트 전성시대 맞아 '광야' 아닌 정치권 진입
왜 윤석열 대통령의 말은 그들의 주장과 닮아 있을까. 왜 윤석열 정부는 그들의 사주라도 받은 듯 한사코 독립투사들의 역사를 지우려 할까. 왜 그렇게 굴욕적이라는 거센 비판까지 받아가며 일본을 맹종할까. 수없이 많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윤 정부와 용산 대통령실에는 이미 그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등이다. 그러나 이들은 그들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이들만큼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정부 산하의 각종 위원회 등 조직에서도 그들은 이미 맹활약 중이다. 윤 대통령과 윤 정부의 이해하기 어려운 여러 정치적 결정과 행위 배후에 그들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시민언론 민들레가 그들, 윤 정부의 뉴라이트 인사들을 하나하나 소개한다. ‘윤 정부 뉴라이트 인물 열전’이다. [편집자주]
‘80년 광주’의 아픔을 안고 1981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 원래 품었던 학자의 꿈을 포기하고 운동가의 길을 걷는다. 인천, 울산에서 지하 노동운동을 하면서 한국사회주의노동당 결성에도 깊이 관여했다.
신지호 국무총리실 산하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이 2006년에 펴낸 <뉴라이트의 세상 읽기>라는 책에 나오는 저자 소개다. 젊은 시절의 신 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식으로 말하면 공산전체주의 신봉자였다.
자유주의연대 대표,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총장 출신
오늘날, 신 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뉴라이트 계열 인사 가운데 하나다. 신 부위원장은 자유주의연대 대표,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총장을 지냈다. 그가 대표를 역임했던 자유주의연대는 2004년 11월 19일 출범했다. 그는 이 단체의 산파였다.
자유주의연대가 세상에 태어나자 보수언론들이 반색했다. 월간조선은 자유주의연대 출범 얼마 뒤, 2005년 1월호에 대표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 인터뷰 기사에는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기자가 ‘어떤 식으로 일할 생각이냐’고 물으니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어떤 운동이건 초기에는 사상운동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사상’이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그는 “사상운동이 성공을 거두게 되면 분야별 운동으로 나갈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도 덧붙였다.
신지호의 ‘사상운동 선행’과 윤석열의 ‘제일 중요한 게 이념’
신기하지 않은가. ‘사상운동 선행’이라는 말은 윤 대통령의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라는 말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 모두 발언을 통해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라고 말해 철 지난 ‘이념 전쟁’을 선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이념’이 무엇인지 많은 사람들이 아리송해 하지만 그 기반은 자유민주주의, 공산전체주의 같은 것이다.
신 부위원장이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자유주의연대 출범 꼭 1년 뒤인 2005년 11월 7일 창립됐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활동성이 강했다. 2006년에는 ‘식민지 근대화론’ 등을 담은 대안 역사 교과서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2008년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촛불시위를 지지하며 단식농성에 나서자 ‘더 이상 종교인으로서의 양심적 가치도 없는 집단’이라고 매도했다.
‘뉴라이트 전성시대’ 맞아 정치권 진입 성공
뉴라이트전국연합이 본격적으로 현실정치에 뛰어든 것은 2007년이다. 이 단체는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그때 뉴라이트전국연합은 180여 개 지역조직과 16개 부문조직, 10개 해외지부를 두고 있었다. 회원 수도 17만 명에 이를 정도였다. ‘뉴라이트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신 부위원장도 2008년 18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 도봉갑에 출마, 당선되면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그는 친 이명박계로 불리기 시작했다. 국회의원이 된 그는 ‘MB 악법’으로 악명 높은 ‘집회시위법 개정안’(마스크 착용 금지)을 발의하는 등의 의정 활동으로 눈길을 끌었다.
2011년 술을 마시고 '100분 토론'에 출연한 신지호 부위원장. 엠비시 '100분 토론' 화면 갈무리
술 마시고 ‘100분 토론’ 출연
신 부위원장은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2012년에는 기업체의 협찬을 받아 자신의 지역구 경로당 21곳에 2400만원 상당의 가전 제품을 기부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2013년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 나경원 후보의 대변인이었던 그는 술을 마시고 엠비시 ‘100분 토론’에 출연, 당 안팎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 음주방송 사건으로 그는 대변인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그는 <신지호의 쿨톡>이라는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인기를 끈다. 14일 현재 구독자수는 거의 47만 명에 이른다.
윤석열 정권 들어 장관급으로 화려한 부활
신 부위원장은 2021년 7월 ‘윤석열 대선 캠프’의 부름을 받아 총괄부실장에 이어 정무실장으로 선임됐다. 이때 그의 유튜브 활동으로 ‘가산점’을 받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유튜브 정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그것이 감점 요인이 됐을 리는 없다. 다시 그의 책 <뉴라이트의 세상 읽기>의 저자 소개 한 부분을 보자.
2002년 대선이 몰고 온 사회변화에 대해 깊이 고민한 끝에 다시 광야에 서기로 결심한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자유주의연대를 필두로 한 뉴라이트 운동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26일 한덕수 국무총리로부터 청년정책조정위 부위원장 위촉장을 받았다. 그가 받은 자리는 장관급이다. 화려한 부활이다. 그는 지금 ‘광야’에 서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