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28.물날. 날씨: 흐리다 낮부터 비가 온다.
아침열기ㅡ오름잔치 채비ㅡ술빵ㅡ글쓰기ㅡ점심 ㅡ청소ㅡ오름잔치ㅡ잘가 잔치와 잘 다녀와 잔치ㅡ마침회ㅡ교사회 회식
[오름잔치와 새로운 출발]
2월 마지막 날, 오름잔치 뒤 학년이 바뀐다. 3학년과 마지막 아침 걷기를 마치고 학교로 들어와 항아리와 술빵 반죽을 관찰했다. 오름잔치 때 모둠마다 맛있는 새참을 만들기로 해서 알찬샘은 술빵을 한다. 발효과학을 즐기는 어린이들이다. 교실로 들어와 마지막으로 함께 호흡을 맞추는 피리를 불고 절기 노래에 이어 하루 흐름을 나눈다. 알찬샘과 마지막 날이니 뭐든지 마무리가 된다. 이어서 이사 준비를 한다. 책상 서랍 짐을 모두 꺼내 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 낮에 4학년 교실로 옮기면 된다. 한 학년 올라가는 설렘을 느낀다. 중간 중간 술빵을 찜솥에 올리고, 확인하고, 마지막 공부로 1학년 때부터 3학년까지 되돌아보기를 했다. 물날이 본디 글쓰기 시간이라 되돌아본 뒤 마무리 글을 쓰려는 게다. 어린이들이 1학년과 2학년은 역시 기억이 흐릿한데 비해 가장 가까운 지난해 공부를 모두 기억한다. 바구니, 빗자루, 외나무다리, 움집, 밧줄놀이터, 궁채와 열채, 뜨개질 목도리, 뜨개질 가방, 나무 목걸이, 스타돔, 이글루, 허수아비, 젓가락, 태양광발전기가 달린 포장마차, 술빵과 찐빵, 발효빵, 막걸리, 누룩, 메주, 장 담그기, 자전거 타고 한강 가기, 자전거 면허 시험, 네 번의 학교살이, 젖은 그림 그리기, 원형직조, 실 직조, 용마골 물놀이와 얼음썰매, 관문체육공원 몸놀이, 아침 걷기, 열기구 만들기, 열기구 타기, 밀 털기, 텃밭 농사와 논농사... 정말 많은 공부를 함께 했다. 밀 털기 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하고, 아이마다 가장 좋았던 공부는 모두 다르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것들을 만들어보는 생산 경험을 많이도 했고, 함께 일하고 놀아서 추억할 게 많은 3학년들이다. 마무리 글로 3학년을 갈무리 한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늘 바라는 자유롭고 긴 쉬는 시간으로 알찬샘 모둠 선생 노릇이 끝난다.
청소를 마치고 드디어 새 교실로 이사를 한다. 책상을 넣고, 책을 옮기고, 교실마다 짐 정리를 마치고, 2시에 모두 모여 오름잔치를 한다. 저마다 쓴 한 학년 올라가는 다짐글을 쓴 것을 모두 앞에서 발표하며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내일 입학식 때 만나는 1학년 빼고는 2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학년이 완성된다. 저마다 쓴 글에 한 학년 올라가는 마음과 하고 싶은 공부에 대한 바람이 모두 들어있다. 모둠을 맡은 선생들도 설레는 건 마찬가지다. 모둠 어린이들에게 주는 편지를 읽으며 한 해 밑그림을 떠올려본다.
3시부터는 잘가 잔치를 한다. 민혁이와 가율이가 전학을 가게 돼서 모두가 함께 잘 가 라는 인사를 하는 자리다. 슬픔도 있지만 어느 곳에 가서든 행복하게 살다 다시 만나자는 우리들의 잔치인 게다. 민혁이는 잘 다녀오겠다며 잘가 잔치가 아니라 잘 다녀와 잔치라고 말한다. 그 말에 선생이 울컥하는구나. 이어서 안식년을 가는 조한별 선생 잘 다녀와 잔치와 퇴직을 하는 송순옥 선생 잘가 잔치를 했다. 퇴직하는 송순옥 선생을 위해서 선생들이 사진을 모으고 영상을 만든 것을 다 함께 보고, 케이크에 불을 붙여서 이별을 마무리한다. 헤어지면 다시 만나고, 만나면 헤어진다는 걸 자꾸 익히는 게 삶이란 걸 알아가는 어린이들이다.
깊은샘 6학년은 짧은 마침회를 했다. 벌써부터 졸업여행을 어디로 가자는 이야기부터 바라는 공부가 많다. 깊은샘답게, 초등과정을 마무리하는 청소년답게 함께 교육밑그림을 만들어가는 첫 주가 되겠다. 다시 새로운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