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욥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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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 강에 서서 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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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강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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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나
저 강은 시퍼렇게
눈뜨고서 물을 다 빼앗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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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빈 강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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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없는 강바닥엔
억새풀만 가득하고
억새풀 사이로 작은 새들만
철없이 날고 있습니다
부르지 않은 바람만 찾아와
강물인척 출렁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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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강은 물소리를
그리워하고 있을 것입니다
수많은 보조개를 띄우며
햇살을 담았던
옛날을 생각하고
눈물없이 울고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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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시 귀기울이면
부서진 빈 배처럼
바람만 담고있는 저 강은
신비한 침묵의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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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을 모두 빼앗기고서야
자신을 남김 없이 잃어버리고서야
강물없이도 흐를 수 있는
진정한 강이 되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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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강은 홀로 누워
성자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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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알고 지내는 분(유한나)의 詩(시)입니다.
내 세울만한 성공보다
이미 벌거 벗은 내 모습을
들어낼 줄 아는 삶으로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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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처럼. 빈 강처럼
모든 것 들어내고
비로서
내가 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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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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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향을 바라볼 줄 아는
오늘의 삶이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