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하나님의 자녀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를 들으십니다. 그리고 그 기도에 신실하게 응답하시는 분이십니다. 물론 어떻게 응답하실지는 잘 모르지만, 하나님은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으로 응답하시는 분이십니다(마 7:11).
시편 116편은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그러한 하나님께 평생에 기도하며 살겠다고 고백하고 하나님께 찬양과 경배를 드리는 내용의 시(詩)입니다. 시편 116편의 저자가 누구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성경학자들은 다윗이 사울 왕이나 아들 압살롬에 의해서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구원받았을 때 썼을 것이라고 보기도 하고, 남왕국 유다의 왕인 히스기야가 질병으로 인해 죽을 위기에 처해 있을 때 하나님께 기도하여 15년 동안 그 생명이 연장되었을 때(열왕기하 20장) 쓴 시로 보기도 하는데, 추측일 뿐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하셨기에 하나님을 사랑하며, 하나님께 평생에 기도하며 살겠다고 고백하며 시를 시작합니다(1절, 2절). 아마 시인(詩人)은 엄청난 위기에 처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죽음의 위기에 봉착하여 환난과 슬픔으로 인하여 고통을 받고 있었을 때에(3절) 하나님께 구원해달라고 기도하였는데(4절), 은혜로우시며 의로우시며 긍휼이 많으신 하나님께서(5절) 순박하고 미약한 자인 자신을 구원하셨다고 고백합니다(6절). 6절에 나오는 “순진한”이란 단어는 히브리어로 “페타임”(פְּתָאיִ֣ם)인데, 이 단어의 원형은 “페티”(פְתִי)로 “단순함”, “순진함”, “속기 쉬움”이란 의미와 더불어 “어리석음”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단순하면서도 순박하여 힘이 없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면서, 어리석다는 의미는 “교활함”의 반대되는 의미로서의 뉘앙스가 강하다고 보면 됩니다. 하나님 앞에 순박한 시인(詩人)이 하나님께 기도하였더니 하나님께서 그 어려움에서 구원하셨다고 고백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시인을 사망에서 건지셔서 눈물에서, 그 발이 넘어짐에서 건지셨습니다(8절). 10절의 말씀을 새번역 성경에서는 “‘내 인생이 왜 이렇게 고통스러우냐?’ 하고 생각할 때에도, 나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라고 번역했습니다. 정말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여길 정도로 극심한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에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흔들리지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너무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하였기에 “모든 사람이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고백합니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고백입니다. 그러니 엄청난 고통과 어려움과 슬픔에 젖어 있으면서도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그 누구도 의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하나님께만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께 부르짖어 기도하였는데, 하나님께서 들으시고 그 기도에 응답하셨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으로 인하여 평안함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7절).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시인을 후대(厚待)하셨습니다. 그렇기에 시인은 더욱 하나님을 의지할 수 있었고,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께 기도를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가려면 이 세상에서는 “순진한 자”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순박하게(어리석게) 살아가면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힘들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하나님이 함께하십니다.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이 함께하십니다. 그렇기에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내 생명이 살아가는 이 땅에서 하나님 앞에 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9절).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매년 연말이 되면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올해도 역시 다사다난했습니다. 쉽지만은 않은 삶을 살아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와 연결된 끈을 끊지 않으시고 붙드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그렇기에 내 생명이 살아가는 이 땅에서 하나님 앞에서 온전히 행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그렇게 살아가는 삶이 되게 하옵소서!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