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파티의 끝, 영화 <해피 타임>
영화 <해피 타임>은 제목이 너무나 역설적이다. 대사가 영어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배우들 이력 찾아보니 이스라엘 출신들이란다. 그러고 보니 랍비도 나왔었네. LA의 엄청난 대 저택에 사는 사업가 부부가 동업자 부부, 부하직원, 아내의 친구 부부, 아내의 남동생과 여친, 그리고 랍비를 초대한다. 그런데 사소한 일들이 점점 번져 마침내 제어 불능의 막장 참극이 벌어지는데.
젊은 부하직원은 사장님 몰래 사모님을 꼬시려들고, 그 와중에 아내는 남편이 바람피운 것을 알게 되고, 동업자 친구는 주요 사업에서 자신이 빼돌려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아내 따라 온 지식인 남편은 책이라고는 한 권도 찾아 볼 수 없고 자기 이야기는 한 마디도 못 알아먹는 무식한 졸부와 어울려야 하는 시간이 자존심 상하고, 철부지 영화배우 지망생 남동생은 철딱서니 없이 이리저리 좌충우돌하다가 기어이 사고를 일으키고, 그렇게 다이너마이트가 하나씩 터지기 시작하는데.
중간에 총성이 울리고 주민의 신고가 들어왔다며 경찰이 찾아오지만 한때 변호사 지망생이었던 여주인의 친구가 쏼라쏼라 아는 체를 해서 경찰이 수색 못하고 철수한다. 만약 그때 경찰이 들이닥치고 끝났더라면 차라리 좋았을 것을, 무사히 넘긴다고 좋아하는 그 순간이 어쩌면 마지막 구원의 순간이었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지 않았을까. 그것도 벌써 여러 번.
<파고>였던가. 그 영화처럼 이를 어째, 일이 점점 커지네~~가 되어버리는 영화, 그런데 그보다 훨씬 더 막장 막장 개 막장이 되어버리는 영화인데(포스터나 리뷰 같은 데서는 '크레이지 코믹 잔혹극'이라고 소개) 하도 어이가 없었는데도 사람이 저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면이 있었던 걸로 기억.
우리나라 요즘 돌아가는 걸 보면, 정말 사람들이, 한 나라를 책임지고 이끌어간다는 사람들 머리속에 뇌가 있긴 한가 싶다. 그러고도 자기는 잘났노라 어깨 힘주고 다니고 한 마디씩 하는 걸 보면...
꼭 <해피 타임>에 나오는 인물들 같다. 단순하고 모자라고 도덕도 양심도 없고 돈이 최고인 줄 알고, 자기 거 아닌 거 욕심내고, 자만심에 빠져 있고, 시기심은 넘치고, 재능은 없는데 스타는 되고 싶고, 능력은 안되는데 인정은 받고 싶고, 그래서 우쭐대다 망신당하고 제 성질 못 이겨 사건 일으키고, 그렇게 제 정신 무너뜨리고 끝내 너 죽고 나 죽자 하며 온통 피칠갑을 해버리는.
별로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아닌데 그래도 계속 보게 되고, 보고 나면 뭔가 찜찜하고 씁쓸한 게 남는 영화, 그냥 아침에 뉴스 헤드라인 훑어보다가 이 나라의 막장 드라마도 결국 끝까지는 가는 건가 싶어서, 그러지는 말았으면 싶어서 끄적.
- 김규나 작가
첫댓글 우리사회는 썩기시작한지 오래됐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이웃과 인사하는것은
위험한 일이라 은근히 유도하여 사회를
냉정하고 인간끼리 서로 접근하는걸
꺼려하도록 만들어 왔습니다.
도시에서는 이미 이웃의 얼굴도 모르고
살아가는게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