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기행 Ⅱ
-사려니 숲 속을 걸으며
제주도는 돌도 많지만, 숲이 울창하다. 사려니 숲 속 길을 걸었다. 숲속에 들어가니 삼나무가 하늘 높이 솟아 있으며 시원하고 상큼한 공기 맛을 느꼈다. 어느 곳을 지나니까 삼나무에 칡과 등나무 덩굴이 뱀이 똬리를 틀 듯 배배 꼬아 오르며 상생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우리의 삶으로 다가왔다.
그들 나무의 습생이 칡은 오른쪽으로, 등나무는 왼쪽으로 줄기가 뻗어나고 있었다. 그러면서 갈등을 일으켜 대립하며 기어오르고 있다. ‘갈등(葛藤)’이라는 말이 칡(葛)과 등(藤)나무에서 생긴 것이다. 우리 삶을 대변하는 것 같아 한참을 바라보았다. 서로 대립의 각을 세우면서 갈등하나 결국은 정반합으로 서로 화해하고 조화롭게 어울려 살아간다.
우리 삶은 어떤가? 개성이 다르고 생각과 이념이 다른 집단이 모여 살고 있다. 작게는 가족, 지역사회, 국가,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을 형성하여 살고 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대립하여 여러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그래서 분쟁이나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타협하고 화해하며 조화로운 관계를 맺으며 평화를 이룬다.
석부작(石附作) 농원을 둘러보았다. 그곳은 돌에다 식물을 기르는 농원이다. 식물이 흙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것이 아니라 돌에 뿌리를 붙이고 살고 있자니 얼마나 갈등을 일으킬까. 하지만 굳건히 버티며 살아가니 참 신기하고 생명의 끈질김을 말해주고 있었다. 척박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식물을 보면서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였다. 지금이야 넉넉하게 잘살고 있지만, 60년대를 돌아보면 저 식물과 같은 우리의 삶도 있었다.
한 지도자의 발상과 노력과 지도로 삶의 활기를 찾은 것이 새마을운동이다. 60년 전의 삶의 애환을 느끼면서 저들의 삶을 눈여겨보았다. 돌벽에 붙어 굳건히 사는 모습이 옛날을 회상하게 했다. 각가지 식물이 각기 제모습을 드러내며 꽃을 피우기도 하고 열매를 맺기도 하며 자라는 모습이 역시 너희도 ‘그렇게 살아라.’라며 무언의 교훈적 메시지를 주었다.
두 달 전에 UAE에 다녀왔다. 그 나라는 중동의 사막으로 풀 한 포기 저절로 자랄 수 없는 메마른 땅이었다. 그른 곳에 한 지도자가 나타나 악조건을 무릅쓰면서 삶의 길을 터놓았다. 석유를 이용하여 관광, 금융, 무역으로 탈바꿈하여 삶의 궤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나무 하나, 풀 한 포기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것이 없었다.
제주도! 수많은 사람의 손길로 푸른 자연을 만들었다. 바람 많고 돌 많은 메마른 땅을 아름다운 낙원으로 만들어 놓았다. 나무가 무성한 곳에 새들이 깃들 듯 뭇사람이 그곳을 찾고 있다. 그저 생겨나고 이루어지는 것이 하나도 없음을 우리에게 전해주었고 삶의 지침으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멋진 여정이었다. <다음은 마라도 대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