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학교에서 인정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욱 혼란속으로 들어간다~ 사부님이 이렇게만 쓰면 된다고 하시는데, 진짜? 라는 마음이 든다.
본래는 신앙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심리학 서적을 쓰고 싶었다. 인기가 없더라도 어느 시대 누군가는 읽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회를 떠났지만, 교회를 돕는 마음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교회의, 악의는 적지만 사짜스런 치유사역의 큰 피해자들(나 같은)이 더는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근데, 글쓰기 학교 진행하면서 쓰려던 책은 잠시 뒤로 밀려나고 좀 막 써보게 됐다. 재밌긴 한데, 무슨 글을 쓰게 되는 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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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세대 래퍼들의 역사, 그리고 일목
래퍼가 정식 직업으로 세간의 인정을 받은지 제법 시간이 됐다. 청소년들의 희망 직업 중 하나로 래퍼가 나오고, 부모들은 사교육으로 프로 래퍼들을 불러다가 자녀들 랩 과외도 시킨다. 다른 청소년들이 대학진학을 위해서 자기소개서를 채울 방과 후 활동들을 하듯 래퍼 지망생들은 청소년기때부터 크루(래퍼들의 모임)를 만들고 활동을 하고 SNS와 유튜브에 프리스타일 랩을 올린다. 그러다가 한 두명쯤 주목을 받아 실제로 프로 데뷔를 하게 되고 그걸 보고 큰 희망을 가진다.
유사한 청소년 유망 직업인 아이돌과는 그 결이 다른 셈. 무엇이 이리도 다르게 했을까? 전세계를 휩쓰는 K-pop은 철저한 연습생시스템의 결과이다. 투자하는 자본가와 자신 있어 하는 기획자들이 있다. 말인 즉슨, 돈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반면에 래퍼들은? 대중의 인정을 받아내야만 한다. 래퍼가 돈이 된다는데 왜 기획자나 연습생이 없을까? 다른 나라라면 몰라도 K-pop의 나라 한국에서 말이다.
사실 래퍼가 되려고 과외를 하는 이야기 자체가 내게는 생경스러움을 넘어서 무슨 블랙유머로 느껴진다. 불과 20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옛날인지도 모르지만)전만 하더라도 래퍼들은 매우 배고픈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때가 타이거 JK나 다이나믹 듀오(당시CB Mass)와 같은 이들이 언더(인디음악계)에서 오버(공중파 음악방송)로 넘어오고 있던 시절이었다. 또 1999대한민국이나 2000대한민국을 통하여서 mc몽 같은 래퍼들이 발굴되는 시절이기도 했다. 허니패밀리의 유행도 이때 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삶도 배고팠다. 그리고 기획사들에게 착취를 당하기 일수였던 시절이었고. 타이거 JK나 MC메타와 같은 거장들과 함께 거론되고는 하던 주석이 유튜브에 나와서 현재 돈을 거의 못 번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당시의 배고픔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알 수 있다. 유명래퍼들조차 방송이 없을 때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당연시 되던 그 시절에, 직업 래퍼를 꿈꾸는 것은 마치 배고프기로 결단하는 것이었다. 그런 환경 속 2000년대 초 잠시 있었던 짧은 힙합의 전성기는 이들의 음악적 헌신 덕분이었다.
1세대들은 신념도 대단했다. 타이거 JK는 드렁큰타이거로 활동할 당시 인터뷰에서, 자신이 프로이기에 돈을 벌기 위해 음악을 하는 것은 맞지만 돈되는 음악을 하지는 않기로 결심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름 그 신념을 지켜오고 있다. 현재도 주변에서 보는 타이거 JK는 자신이 힙합의 1세대이기에 후배들에게 누를 끼쳐서는 안된다며 마치 성직자와 같은 삶을 산다고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거칠어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다. 부조리에 굴하지 않고 나는 옳은 길을 가겠다는 태도. 내게는 그 정신이 힙합이었다.
1세대들의 정신은 당시 힙합의 장르였던 붐뱁과 연관되어 있어 보인다. 붐뱁은 단순한 비트 위에 삶의 이야기들을 가식없이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진실하게 내밷는 것이었다. 당시 래퍼들에게 중요한 것은 언행일치. 겪지 않았던 것을 겪은 척 하지 않고, 살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하지 않는 진실함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러면서도 그 삶이 멋이 있어야 했다. 돈 못버는 그들에게 멋이란, 힘에 굴하지 않는 삶이었다. 미국 힙합씬의 살인과 약물이 난무하던 상황관은 전혀 다른, K힙합 낭만의 시절이었다.
오늘날 트랩과 드릴이라는 장르로 대표되는 현재의 3세대 래퍼들은 전혀 다르다. ‘나 돈 많아, 나 인기 많아, 나 너 다 이겨, 다 덤벼’ 네 마디로 요약 가능한 돌려막기식 가사는 내 관심에서 멀어져 버린지가 솔직히 오래. 거기서 어떤 정신을 느끼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찌보면 힙합이 돈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들은 한국 힙합 1세대의 정신적 유산을 물려받지는 못한 것 같다.
1세대 래퍼들이 잠시 얻었던 인기는 확장되지는 못하고 힙합 장르는 연일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 유명했던 MP를 위시하여 작게나마 존재하고 있던 힙합 클럽들은 아예 사라져 버렸고, TV는커녕 신인 래퍼들이 설 랩 무대는 아예 없어지고 말았다. 이 시기에 헌신한 것은 다시 1세대들이었다. 타이거 JK는 계속 힙합이 인기있도록 방송과 음악을 파고 들었다면, 또 다른 1세대의 거목인 MC메타는 힙합의 저변을 확대하고자 나름의 고군분투를 지속한다. 그가 선택한 것은 사회복지관에서 어머니들과 청소년들에게 랩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 그에게 힙합은 진솔한 이야기였고 가슴에 담아둔 자기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었기에. 미국에서는 제법 수요가 있는 랩테라피를 한국에서 처음 시작한 것은 심리치료사가 아니라 래퍼였던 셈이다.
그의 이러한 수고는 한국 힙합사에 엄청난 역사를 만들어 낸다. 그에게서 복지관에서 랩을 배우던 청소년들이 모여서 음반을 내고 팀을 만들었다. 그것이 거의 유일한 2세대로 알려진 소울 컴퍼니. 거기에 들어가 있던 것들이 지금 세대들에게 원로로 비춰지는 더콰이엇, 화나, 그리고 그들의 무대 위에 올랐던 후배가 그루비룸 같은 이들이다. 이들은 1세대가 가고, 래퍼들이 설 무대가 거의 없을 시점에 자신들의 공연 막바지에 후배 래퍼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줬다. 자신들도 어리면서 더 어린 래퍼들에게 기회를 준 셈. 더 콰이엇은 많은 3세대 래퍼들이 데뷔하고 발전하는 대에도 여전히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MC메타의 정신적 계승자라고 하겠다. 그들의 헌신으로 한국힙합의 명맥이 이어졌고, 2010년대에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서 힙합은 점차로 ‘돈이 되는 장르’로 발전해 갔다. 그리고 많은 것이 변해 버렸다. 아쉽다.
이쯤에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1세대들은 힙합이 뭐라고 자신의 삶을 다 바쳐서 헌신했을까? 이미 성공한 음악인으로써 자기 혼자 살아 남는게 아니라 장르의 저변 확대를 위해 과도히 헌신하고, 큰 성공을 거두고도 힙합의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삶을 다잡을까? 그 과정 속에서 자신들도 돈을 벌지 못해 막노동을 하고 알바를 하고 식당을 운영하던 이들도 많았는데 말이다. 그들의 마음에서 뭔가 느껴진 것이 있겠지.
나에게 한국 힙합 1세대들은 힙합이라는 신앙을 위해 삶을 바친 성직자들이다. 돈이 안되고 내가 인기가 없어져도 좋으니 힙합만은 살아남기를, 지켜지기를 바라는 듯 살았다. 물론 실제 성직자만큼 그들의 삶에 흠이 없다고 여기지야 않지만 그들의 헌신만큼은 대단했다. 그런 삶은 참 본받고 싶은 삶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교회를 나왔나보다. 제법 안정적인 길을 떠나 깨지고 부서질 지언정 부딪히기로 했다. 물론 그런 것 치고는 삶이 안정되기도 했다.
힙합은 내 목회에 도움이 되었다. 30대 때 40분 거리의 교회를 새벽마다 운전으로 새벽기도를 가면서 잠을 깨우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나는 힙합을 들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세상에 굴하지 않고 맞서겠다는 1세대들의 가사는 피곤한 목사의 정신을 또렷하게 했다. 설교단에 올라설 때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고 세상을 향해 랩을 외치는 마음으로 외치기도 했다. 그렇다. 목사의 삶이 곧 힙합이다. 적어도 내게는.
최근 일목(일하는 목사)가 한동안 이슈였다. 어느 존경하는 원로 목사님이 하신 목사들은 돈버는 일 하면 안된다는 말. 그러면 프로가 아니라는 말. 어떤 마음이신줄은 알지만, 이는 마치 성공한 1세대 래퍼들이 너희들도 나처럼 성공하면 알바 안하고 랩할 수 있다고 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상처를 받았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모르시는 것 같아 아쉽다. 그리고 현재 목회 지망생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3세대 래퍼들이 꿈꾸듯 종종 성공한 목회자가 되기를 꿈꾼다. 대체 왜 목사는 다른 일을 하면 안될까? 너무 거룩한 직업이어서? 그러면 신학이 왜곡됐다. 사제주의다. 너무 집중해야 하고 중요한 일이어서? 그러면 한국 1세대 래퍼들이 비웃는다. 3세대 래퍼들처럼 성공을 꿈꾸는 목사들 사이에서 1세대 래퍼들의 계승자와 같은 목사들을 기대하는 것이 나쁜가? 내게는 그것이 힙합이고. 그것이 목사다. 그리고 그것이 기독교이다. A-men그리고 A-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