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7월 17일)은 제헌절입니다. 하지만 제헌절은 현재 공휴일이 아닙니다. 한때 공휴일이었습니다. 제헌절은 1949년부터 58년 동안 공휴일이었습니다. 그런데 2008년부터 제헌절이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제헌절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것은 바로 주 5일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입니다. 경영자들사이에 생산성 저하 우려가 터져나오자 당시 이명박정부는 제헌절을 공휴일에서 제외시켜 버렸습니다. 멀쩡하게 잘 있던 제헌절 공휴일이 졸지에 평일개념으로 평가절하된 것입니다. 어버이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16년이 지났습니다.
갑자기 제헌절을 공휴일로 하자는 의견이 등장합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가 아닙니다. 덥고 힘든 여름철에 하루라도 더 쉬고 싶다라는 그런 시민들의 요구가 아니였습니다. 그런 제안을 하고 추진하는 세력은 바로 국회의원들입니다. 최근에 여야가 함께 제헌절을 공휴일로 다시 정하자는 방안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고 합니다. 요즘 여야 국회의원들의 상황을 감안하면 참으로 희한한 일입니다. 서로 못잡아먹어 안달이 나있는 그런 사이인데 공휴일제정에는 의견일치를 본 모양입니다. 국회의원들이 내건 이유는 이렇습니다. 국민들에게 휴식권을 보장하고 헌법 제정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의도라고 합니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언제 이렇게 국민들의 휴식권에도 신경을 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건으로 여야가 그야말로 정말 오랫만에 합의를 이뤘다는 것이 참으로 생뚱맞게 여겨집니다. 국민들이 하루라도 더 편히 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제헌절을 공휴일로 만드는 것말고도 대단히 많습니다. 여야가 국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고 마음편히 생활할 수 있게 할 방안은 너무도 많습니다. 국민들의 불편함이 무엇인지 무엇이 국민들에게 괴로움을 주는지를 먼저 잘 살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수순입니다. 그많은 방안을 여야의 불협화음으로 팽개치면서 단지 하루 공휴일로 만들어주면서 생색내려는 행위는 참 보기 민망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제헌절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헌절이 어떤 날입니까. 법의 정신을 높이고 제대로 된 법의 가치를 함께 나누는 그런 날 아닙니까. 지금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법 정신을 얼마나 준수하고 있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습니까. 진정 법을 제대로 지키고 그 법의 정신으로 국회의원 활동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까.
국민들이 하루 쉬면서 헌법 제정의 의미를 되새긴다고 판단한 것은 너무도 단순하고 편한 사고방식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국회의원들이 허구헌날 서로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여야가 대치국면을 이어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피곤함을 주는지 당사자인 국회의원들만 모르는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행복과 편의 그리고 권익신장을 위한 법 제정을 이뤄나가고 진정한 법치주의 국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다면 그것이 국민들이 하루 쉬는 것보다 더 유익하고 피로가 풀린다는 것을 왜 국회의원들만 모르는 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2024년 7월 1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