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으로 福을 나눠요” 수익금 41%로 소외이웃에 나눔 실천
로또는 운명이라는 뜻을 지닌 이탈리아어다. 우리에게는 복권이라는 명칭으로 더 친숙하다. 29일 우리나라 로또는 1000회를 맞는다. 복권의 대명사인 로또 1000회를 계기로 매주 복권판매점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복권의 역사와 현황, 그 의미에 대해 알아보자.
○로또복권 1000회… 우리나라 최초 복권은 올림픽 후원권
기획재정부 복권위원위·동행복권은 세계복권협회(WLA)에서 건전화 표준인증(RGF) 최고 등급인 4단계를 획득했다.
우리나라 복권의 기원은 근대 이전에 친목 도모 및 서로간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계’의 형태로 시작했으며, 조선 후기에는 ‘산통계’와 ‘작백계’라는 제비뽑기 형태의 복권이 존재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복권은 런던 올림픽 참가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1947년 12월 발행된 올림픽 후원권이다. 이후 1969년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 지원사업의 목적으로 정기복권의 효시인 주택복권이 발행됐다. 2002년에는 직접 숫자를 선택할 수 있는 ‘로또복권’ 발매가 시작됐다. 45개의 숫자 중 6개를 맞히는 로또복권은 발행 초기부터 큰 인기를 누렸으며 대박, 횡재 등 사행성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당첨금 이월 제한을 5회에서 2회로 줄이고(2003년 2월), 로또복권 가격을 게임당 2000원에서 1000원(2004년 4월)으로 낮췄다.
2004년에는 ‘복권 및 복권기금법’이 제정돼 복권위원회가 출범하고 10만 원 이하 19세 이상만 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건전화 캠페인, 불법 행위 신고센터 등을 운영하면서 건전한 복권문화를 조성해가고 있다. 그 결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복권수탁사업자 동행복권은 세계복권협회(WLA)에서 건전화 표준인증(RGF) 최고 등급인 4단계를 획득했다.
○2021년 복권 판매액 5조9000억 원
로또 출시 이후 일시적으로 급증했던 복권 판매액은 차츰 감소하다가 2008년 이후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복권 판매액은 5조9755억 원으로 2020년 대비 10.3% 증가했다. 온라인복권(로또복권)이 5조1371억 원(+8.4%), 인쇄복권 4420억 원(+19.8%), 연금복권 2911억 원(+29.2%), 전자복권 1053억 원(+25.6%)이 판매됐다. 특히 연금복권은 2020년 4월 당첨금액, 당첨자 수를 확대하는 상품 개편으로 판매가 크게 증가해 당첨자의 노후소득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타 사행산업 영업 축소… 대체효과 얻는 복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전체 사행산업 중 복권 매출 비중은 20% 수준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등 타 사행산업의 영업 축소 등으로 2020년 42%까지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타 사행산업 운영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른 대체효과를 본 것이다. 대체효과는 한 사행산업의 매출 증가(감소)가 다른 사행산업의 매출 감소(증가)를 초래하는 관계를 말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타 사행산업의 매출이 감소했지만 복권은 구매와 추첨에 있어 사회적 거리 두기의 제약을 적게 받아 판매가 증가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2020년 복권 판매 증가율을 살펴보면 미국 8.3%, 캐나다 13.3%, 호주 20.1% 등이었다.
○대다수 국민이 복권 건전하게 이용
비록 코로나19 이후 복권 매출이 증가하기는 했으나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권 매출은 2020년 0.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4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뿐 아니라 복권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 실시하는 사행사업 도박중독 유병률 조사에서 국내 7개 사행산업 중 가장 낮은 유병률을 보였다. 복권위의 국민 인식 조사에서도 사행산업 중 사행성이 가장 낮다고 여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21년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성인의 62.8%가 1년에 1회 이상 복권을 구매한 경험이 있고 1회 평균 구입 금액은 9255원으로, 타 사행산업과 비교해 이용 인구는 가장 많지만 가장 소액으로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분위별로 봤을 때 가구 소득 5분위 중 3∼4분위(2020년 기준 298∼646만 원)인 중산층에서 복권을 가장 많이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과 함께 복권시장 확장
복권시장의 확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사행성을 높이지 않고 건전하게 관리해 나간다면 사회적 순기능이 더 크다.
첫째, 공익적 재원 확보를 통해 사회 발전에 공헌한다. 복권기금에 적립된 복권 수익금은 대부분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둘째, 복권은 생활 속의 건전한 오락으로 즐거움을 준다. 공익을 우선시하는 국가가 운영함으로써 지나친 사행심을 조장하지 않는 수준에서 당첨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사회적 활력소로 전환되는 기회를 제공한다. 셋째, 불법 사행적 도박을 대체·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복권은 인간의 요행을 바라는 마음을 건전하게 해소시켜 불법 사행행위에 빠지는 것을 막는다.
○복권 1장(1000원) 구입 시 약 410원 공익사업에 지원
복권기금 꿈사다리 장학사업 멘토링 캠프 모습.
복권 판매액에서 당첨금과 발행 경비를 제외한 수익금은 판매액의 약 41% 수준이다. 복권 판매를 통해 조성된 기금은 대부분 저소득층 주거 안정 및 장학사업 등 취약계층 지원에 활용되어 사회 안전망 구축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복권법에 따라 복권 수익금의 35%는 기존 복권 발행기관의 고유 목적사업에 우선 배분되고, 나머지는 복권위 의결을 거쳐 공익사업에 지원된다.
지난해 복권기금으로 우리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총 2조6311억 원이 지원됐고, 저소득·소외계층 소득 지원 1만4752억 원(56.1%), 주거 안정 5504억 원(20.9%), 문화 기회 향유 1642억 원(6.2%) 등이 집행됐다. 저소득·소외계층 소득 지원으로는 저소득 한부모가정 자녀양육비 3067억 원, 미취업청년·저소득근로자 등의 긴급한 생계자금 지원을 위한 햇살론 보증재원 출연 2670억 원, 저소득층 중고교생·대학생(3000여 명) 장학금(평균 월 35만 원) 995억 원, 의료비가 연 소득의 15%를 초과할 경우 본인 부담 의료비의 최대 80%까지 지원(평균 264만 원·1만7000명)하는 재난적 의료비에 252억 원이 지원됐다.
○복권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대
14기 행복공감봉사단이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복권 수익금을 활용한 취약계층 지원 확대 및 공익성 홍보 등으로 복권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2008년 50%대에서 계속 상승해 현재 70%대에 도달했다. 2021년 설문조사 전문 업체 입소스코리아에서 성인 102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7명(73.7%)이 “복권이 있어 좋다”고 응답했으며 복권이 있어 좋은 이유는 “기대와 희망을 가질 수 있어서” 39.2%, “좋은 일, 공익사업에 사용되어서” 26.5%, “재미와 흥미” 9.3% 순으로 조사됐다. “좋은 일, 공익사업에 사용되어서”라고 답한 응답자는 2020년 19.2%에서 2021년 26.5%로 증가했다. 이는 복권 수익금을 활용한 취약계층 지원과 ‘복권기금이 지키는 행복한 권리’ 공익 CF, 건전화 캠페인, 행복공감봉사단의 봉사활동 등 다양한 공익적 활동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복권기금의 공익사업 지원에 대한 인지도는 2020년 47%에서 49.5%로 증가했다.
실제 연금복권720+ 86회차 1등 당첨자는 인터뷰를 통해 “복권기금이 어려운 이웃에 쓰인다는 것을 알고 기부하는 마음으로 로또, 연금복권을 종종 구입한다”고 말했다. 로또복권 2등에 당첨된 부산대 학생도 당첨금의 일부를 같은 학과 동아리 친구들의 연구 활동을 돕는 데 기부하면서 나눔의 기쁨을 만끽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우리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기부를 하고 싶어도 정작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복권은 복(福)을 나눠주는 행복한 나눔활동으로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작은 기부다. 복권 한 장 한 장은 앞으로도 우리 주변 어려운 이웃들의 희망을 일구어내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태현지 기자, 공동기획 : 동행복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