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안한지 10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사이 나의 이글스는 "꼴닭"이 되었고, 그 팀을 응원하는 저는 "부처님"이 되었습니다. (저 교회다니는데요.. ㅠㅠ)
TV 중계에서 자기 아이에게 한화이글스 잠바를 유니폼을 입히고 경기장을 다니는 아저씨들을 보면
"와... 진심 못됐다. 자기 자식한테 물려줄게 없어서 "한화팬"을 물려주냐..."라고 자조섞인 농담도 했고요,
그럴 때일수록 대한민국 최고의 극한직업에 종사중이신 창화형님을 보면서
"그래. 1승 1패보다 이글스야."라면서 스스로 최면을 걸고 힘겨운 나날을 걸어왔습니다.
저에게 가을야구는 단지 가을야구가 아닙니다.
비단 저 뿐만 아닐 것입니다.
가을야구는 한 때 리그를 호령했던 독수리군단이 되찾을 명예요, 영광입니다.
우승요? 코시요? 5위로 광탈해도 좋습니다.
가을야구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피에와 같이 "팬들을 생각하면 잠이 오질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구단관계자, 선수들, 코칭스태프, 창화형님 비롯 응원단 등에 대한 보상이요,
끝까지 믿고 "최강한화"를 외치는 팬들에 대한 훈장입니다.
그래서 가을야구를 열망했습니다.
처음 김성근 감독이 온다고 했을 때,
그간 이글스의 팀컬러였던 큰 야구는 포기하고 작은 야구를 해야 하는가... 하는 자괴감도 있었지만
그래도 적어도 당시 팀에 만연해있던 패배의식만큼은 깰 수 있겠다며 우려섞인 기대도 했습니다.
혹시나 가을야구를 한다면... 그래서 우리 선수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정말 소박한 바람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저는 선수들과 팬들이 행복한 야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하주석이 평범한 뜬 공을 놓쳤을 때, "아악!!! 저걸 놓치냐! 바부탱이!"라고 시원하게 욕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아이고... 주석이 오늘 펑고받겠네... 불쌍해서 어쩌냐..." 심각하게 걱정됩니다.)
선발투수가 1회에 5실점을 해도, "괜찮아. 타선이 따라가면 돼!"라고 허세부리고 싶습니다.
(지금은 선발투수가 볼넷 하나만 해도 불펜을 걱정스레 쳐다봅니다..)
다 이기던 게임을 신인투수가 나와 역전을 당해도, "에이씨.. 그래도 비싼 수업료 냈다 치자."라며 그 선수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신인투수라는 존재조차 못본지 너무 오래됐습니다..)
질 때 지더라도 "나는 행복합니다"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야구를 보고 싶습니다.
올해는 틀렸습니다.
그렇다고 가을야구를 기대하기에도 너무 멀리 온 것 같습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어떤 한 분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겠다며 그 분이 보일 일들이 너무 뻔해서,
그리고 그 뻔한 일들이 오늘의 이글스 팬들에게, 내일의 이글스 선수들에게 너무나도 불행한 일이라서 정말로 걱정됩니다..
이제는 어떠한 기적과 마법이 나타나 이글스가 가을야구를 하고 가을야구에서도 선전을 한다 해도,
심지어 우승을 한다 하더라도 전혀 기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을야구를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10년간 더 가을야구 안해도 좋습니다.
그저, 이 상태로라도 그대로 보전해서 내년에 다시 "행복한 야구"를 꿈꾸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냉정하게 와일드카드전은 가을야구도 아니죠.
4위부터가 진짜 가을 야구인데 현상황으론 말도 안대고 잘해서 5강 비벼봐야 타팀 원정 첫경기서 광탈할게 뻔합니다.
정말 선수들 덕아웃 눈치보는거 짜증납니다ᆞ행복한 야구 보고 싶네요
그 인간 같지도 않은 사람이 빨리 팀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추울때 야구하면 다쳐요. 가을야구 안하는게 좋습니다.
애정 듬뿍 묻어나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가을야구 그까이꺼 한 5년뒤에 해도 좋습니다 단 김성근이 나간다면 말이죠!!
대한민국 최고의 극한 직업~~~공감이네여ㅜㅜ
구구절절 진심어린글 잘봤습니다.
좋은글이네요.
이글스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네요.
공감합니다.ㅠㅠ
일단 아픈곳먼저 도려내야지요.
정말 전신이 곪아터질 지경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