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13일 원주역에서 21시 기차타고 지리산을 향했습니다.
춘천서 출발한 친구와 청량리역에서 만났는데, 그 친구의 짐꾸린 모습이 처음으로 황당하게 하더군요. 배낭은 초등학생 야영훈련 갈때나 씀직한 작은 가방에, 침낭도 없는 배낭은 무엇으로 채웠는지 터질듯이 빵빵하더라구요.
뭐가 들었냐 물으니 잠잘때 입을 옷이랑, 쌀이라더군요.
고생좀 하겠구나...생각했지만, 지금 후회해서 무엇하랴..하는 마음에 서울역으로 향했죠. 반찬거리로 포장김치와, 비상식량으로 소주 댓병하나 사려고 했으나 더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그냥 가기로 했습니다.
배가 고프다는 친구의 말에 서울역 옆 작은 식당에서 잔치국수와 김밥을 먹고나니 23시 40분, 곧바로 열차에 올랐습니다.
배낭을 멘 사람들이 간간이 보이더군요.
아침을 생각해서 무작정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자다깨다 어느새 구례구역.
열차에서 내리니 밤새 조용하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어느새 주룩주룩 내리네요.
기다리던 버스에 올라타고 화엄사 버스종점에서 생수와 배낭커버를 사서 씌우고 출발, 판초우의는 하나 있었는데 같이 간 친구에게 주고 비는 그냥 맞기로 했습니다.
곧 화엄사 도착. 잠시 휴식후에 등산 시작. 평탄한 길을 조금 오르니 가파른 돌길 등장. 헉헉거리며 한참을 오르다가 배도 고프고 지쳐서 짜장범벅을 먹기로 결정. 잠시 비그친 틈을 타서 물을 끓이고 사발면에 물을 부었습니다. 짜장범벅이 익어갈 즈음 다시 쏟아지는 비. 홀로산행하는 여인네가 하는말. "행복하시네요. 그것도 산에서 짜장면을..." 정말 행복하더군요.
곧 자리를 접고 다시 산행 시작.
한참을 오르니 노고단 대피소로 향하는 포장 도로 도착. 아주 짧은시간 섬진강이 내려다 보이더군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증명사진 한컷..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하니 10시 15분쯤. 늦은 아침겸 점심을 먹고 남은 밥은 김밥을 말음. 깻잎과 참치를 사서 보충한 후 다시 산행 시작. 노고단에 이르자 비가 억수로 쏟아짐. 증명사진 촬영 포기.
노고단에서부터는 완만한 산길 계속. 임걸령 이정표에서 친구가 모자를 벗어놓고 출발함.
반야봉과 뱀사골로 갈림길에 도착. 반야봉 등반시 되돌아와야 한다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반야봉 등반 결정. 가파른 등산길을 폭우와 번개, 천둥소리 들으며 등반. 반야봉 정상에서 폭우속의 증명사진 촬영후 빗속에 김밥을 먹고 하산 시작. 뱀사골-노고단 갈림길 도착. 등산로인가 의심스러운 길을 따라 계속 산행. 삼도봉 도착. 운무가 가득하여 보이는것이라고는 발아래 바위뿐. 잠시 후 뱀사골 도착. 시간확인하니 3시 35분. 연하천까지의 예상 소요시간을 물으니 넉넉히 2시간이란 말에 3시45분 쯤 출발. 연하천 도착. 잠자리 배정받은후 저녁 준비. 12~14명이 자야할 방에는 이미 4~5명이 자고 있는데 방의 반이상 차지. 텐트 후라이를 덮고 비박을 하고 싶지만 강한 바람과 계속되는 비에 대책이 안섬. 일단 저녁을 먹고 계곡물에 담그어저 있는 맥주 한캔씩 마심. 등산객들은 계속 대피소에 도착. 다행히 그들은 대피소를 통과하는 야간등반객들이었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자리에 누음. 친구는 문가에, 나는 이미 자고 있는 사람들 발치에서...
다음날 새벽 5시반, 어두운 탓인지 아무도 일어나지 않음. 친구를 깨우고 아침을 준비.
식사후 8시경, 출발, 비는 오지 않음. 증명 사진을 촬영하려고 사진기를 꺼냈으나 작동불능, 습기로 인한 밧데리 방전인 듯... 아쉬움을 뒤로 한채 출발.
구름이 가득낌. 멀리 보이지 않음. 능선에서 내리보이는 것이라고는 자욱한 안개뿐.
9시 45분경 벽소령대피소 도착. 일회용카메라 구입후 증명사진 촬영. 곧 세석대피소를 향해 출발. 걷기도 힘들정도의 강한 바람불어옴. 잠시후 바람이 약해진 평탄한 등산로를 산책하듯 걸음. 연하천에서 일찍 자리를 잡고 잠자던 등산객들에게 추월당함. 선비샘에서 만남.
가파른 돌길 지나 한적한 등산로 따라 잠시후 세석대피소 도착. 점심. 부식이 남을 것 같아 양파하나를 부식통에 넣음. 계속되는 언덕길을 한동안 오른후 촛대봉 도착. 숨돌리고 출발.
내리막길. 한동안 걸은후 장터목대피소가 눈에 들어옴. 아주 짧은 시간동안 구름이 걷힘.
서둘러 사진 촬영후 대피소로 들어감. 약3시50분경 도착. 예약을 하지 않아 7시까지 기다려야 자리를 배정받을수 있음. 대기자명단에 등록후 천왕봉을 다녀오려 했으나 3시 30분부터 예상되는 비로 통제됨. 하루종일 비는 맞지 않았으나 대피소 도착후 곧 폭우 내리기 시작.
대피소 계단에서 건빵을 먹으며 시간 보냄. 점차로 도착하는 등산객들 증가, 취사장에서 취사, 또는 소주를 마시기 시작함. 부러움... 가위바위보로 소주사오기 하자고 친구와 농담함.
6시반경 자리배정후 저녁식사 준비. 어두워지자 비 그침. 각자 집으로 안부전화. 원주에 하루종일 비가 왔다고함. 자리에 들어갔으나 마땅히 할 일이 없음. 대단한 한국인들 발견- 그 곳에서도 고스톱은 벌어지고 있었다. 정확히 밤 10시 전등이 꺼졌고 억지로 눈을 감음.
새벽 5시, 아무도 일어나지 않음. 친구를 깨워 헤드랜턴과 오버자켓을 챙겨 밖으로 나옴.
해가 뜰때가 되었건만 아직 사방이 어두움. 흐릿한 불빛을 의지해 산행 시작. 제석봉 고사목지대를 지나 내리막길, 잠시 길을 잃음. 곧 뒤따라온 등산객을 발견하고 제길을 찾음.
이곳을 통과하면 하늘과 닿는다는 바위문-통천문. 주위는 완전히 밝아있음.
천왕봉 바로 밑. 삼각점인듯한 표석 발견. 그날의 방문객중 나와 친구만이 그 표석을 유심히 봤음직한 추측을 하며 천왕봉 도착. 역시 우리가 처음. 어제의 자욱하던 구름은 하늘위로 올라가고 지표면으로 내려가 주변이 아주 맑게 보임. 해는 기대할수 없음.
아래에 올라오는 사람들이 하나둘 보이고 곧 학생인듯한 한무리의 등산객들 도착. 애국가를 제창하기 시작. 가슴이 뭉클함. 몇장의 사진 촬영. 장터목으로 하산. 짐정리 후 아침.
백무동을 향해 하산. 평탄한 내리막 언덕길 한동안 계속됨. 망바위 지나 곧 가파른 내리막 바윗길. 친구의 무릎에 무리가 조금씩 느껴짐. 하산 속도 매우 느려짐.
11시 15분경 백무동 버스 정류장 도착. 13시 20분, 구의동행 버스가 있었으나 인월-남원-전주-대전거쳐 원주로 가기로 함.
이렇게 지리산행을 마쳤습니다.
첫날 아침부터 비를 맞으며 쉽지 않은 산행을 시작했지만 다음날은 비가 오지 않았고 해가 나지 않아 순조로은 산행을 했습니다. 구름이 가득 껴서 전망이 좋을듯한 곳은 모두 지나쳤으나 지리 주능선을 종주 했다는 것에 만족을 느낌니다. 이로써 다음 지리산행때 새로운 코스를 계획할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사진은..
쓸만한 사진 한장도 못건졌어요. 천왕봉정상에서 찍은 사진은 배경이 밝아서인지 일회용카메라가 한장도 못잡았더군요. 그래도 신경써도 운무를 담았었는데...사진기가 물을 먹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나중에 다시 오라는 산신령의 뜻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또하나...
산에 갈때는 부식은 빠뜨리더라도 소주 댓병하나는 반드시 챙겨갈것...
밥은 한끼 굶어도 살지만 산에서 남는 시간에 술 굶고는 미쳐 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