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만드는 회사, 제조 부서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올해 5월 8일이 되면 입사 4주년이 되구요.
신입 교육 받을 때 '어버이날 입사한 당신들은 정말 효자,효녀'라는 소리를 들으며 교육 받았습니다;;
돈 하나만 보고 들어온 곳인지라 사실.. 입사하면서도 제가 무슨 일을 하게 되는 건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는데
다행인건지 TV에서 보는 그런 공장일은 하지 않는 부서로 배치 받았네요
왜 있잖습니까,, 기계의 한 부분인 것 마냥 사람 여럿이 일렬로 앉아서 부품이 레일 위를 따라 움직이면 사람은 일정한 동작을 반복하는...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학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어쩌다 운 좋게 들어온 회사인데 보수는 제 능력 이상으로 받고 있습니다.
연봉을 놓고 보면 돈을 참 많이 받았는데.. 그 돈이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
돈 자랑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많이 받았다는 겁니다.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서빙도 1년 넘게 해보고,, 주자창 안내도 해보고,, PC방,, 편의점에서도 일해보고..
여러 일들을 해봤지만 업무 강도를 놓고 봤을 때 여기 이 회사가 가장 낮은 축에 속합니다. -_-;;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 두겠다고 결심을 했으니,, 제가 생각하기에도 참으로 어리석은 판단입니다.
현명하게 생각을 한다면,,,
회사 쉬엄쉬엄 다니면서,, 어학 공부도 하고,, 사내 대학도 졸업하고,, 자격증도 따고,,
그렇게 쌓은 스펙으로 자기가 원하는 다른 곳으로 이직하고,, (아니면 그냥 이 회사에 말뚝을...)
나중에 시간 여유 되면 원하는 여행도 하고,, 여.유.롭.게...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만은..
곧 서른을 앞둔 스물여덟의 저는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교대근무 특성상,, 오래 근무하기 힘듭니다.
젊을 때 교대근무 하다가 서른 즈음엔 사무실로 부서를 이동하는 게 좋은데
솔직히.. 저희 회사 사무실.. 저에게 아주 많이 어렵습니다.
눈치도 많이 보이고,, 지금보다 더한 심적,업무적 스트레스에 못이길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뭐.. 많은 직장들이 이런 걸 요구하리라 생각되는데.. '아부', '아첨', '딸랑딸랑'.... -_-
제 성격상 아닌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지라 이 부분 또한 제 스스로가 못이깁니다.
이 회사를 다니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졌고,, 배가 불러가면서,, 뭔가 잊었던 것들이 생각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어졌고,, 고등학생 때 부터의 꿈이었던 세계일주가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3박4일 또는 4박5일 간의 휴가를 이용해 도쿄, 오사카, 대만 이렇게 가까운 곳을 다녀왔는데
제 3번째 해외여행인 대만을 다녀온 날,, 인천공항에서 회사로 오는 길 버스에서.. 그만 울어버렸습니다.
다행히도 리무진버스 1인 좌석에 앉아 있었고 어두운 밤이어서,, 소리없이 눈물만 흘렸는데..
일하는 내내,, 그리고 그 이후로 주욱.. 우울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더라구요.
아마 그 즈음에 결심을 한 것 같습니다.
원래의 계획은 회사를 열심히 다니면서 짧게 있는 휴가를 이용해 여행을 다니자 였지만
그 일이 있은 후 이렇게는 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겠다는 판단이 서면서 퇴사 후 여행을 꾀하게 된겁니다.
사무직 같은 경우는,, 어떻게어떻게 눈치보면서 2주간 휴가를 낼 수 있지만.. (이것도 상,당,히!! 힘들죠)
교대근무 같은 경우는 이런 거 꿈도 못 꿉니다.
대치 근무를 해놓고 빼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제가 일하는 부서의 다른 사원들이 제가 떠나있는 2주 내내 못쉬고
하루 12시간씩 일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죠. 전 그렇게 염치 없는 사람이 못됩니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못해도 작년 2009년 9월에는 퇴사를 했어야 했는데.. 고맙게도 회사에서 저를 잡더군요 -_-;;
이 때 순간 흔들린 이유는,, 제가 치아교정을 하고 있는데.. 이게.. 2010년 12월이 되면 2년 6개월째인데 그 즈음에 끝날 거라,,
회사를 당장 그만 둬도 공백이 너무 길다 싶더라구요,, 어디 먼데 가지도 못하고;;;
그래서 일단은 마음을 가다듬고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이젠...... 저에게 있어서 한계네요.
항공권 사이트를 하루가 멀다하고 바라보던 중.. 악명 높은 러시아항공(아에로플로트)에서 유럽 쪽 항공권 싸게 풀린 게 있길래
이것도 예약, 취소, 예약, 취소, 예약, 취소를 반복하다가 더이상 지지부진하게 미루고 싶지 않아서
6월 말 부터 한 달간 터키 왕복 티켓을 결재해버렸습니다.
노르웨이,덴마트,스웨덴 / 이집트 / 오스트리아,체코,헝가리 / 터키 가 세계일주 연습 후보지 였는데
그래도 4년만의 퇴사 후 여행인데 북유럽은 물가 때문에 버거워서 편히 쉴 수 없을 거 같았고,
이집트는 나중에 세계일주 할 때 요르단이랑 같이 가볼 요량으로 패스,
터키도 유럽이지만 상대적으로 유럽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하고 그리스랑 묶어서 한 달간 쉬기엔 적당한 것 같아서 당첨!
러시아 항공,, 상당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떤 현란한 서비스를 보여줄지...
모스크바 공항에서 대기시간 보내려면 PP카드 하나 만들어서 VIP라운지에 있어야 할 거 같은데
회사 다닐 때 시티카드 추가발급 미리 해놔야 하겠습니다. -_-+
암튼.....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이상 -_-;;;
5월 말이나,, 6월 초쯤 회사를 그만 두게 되구요,,
저희집 집안 분위기는 저를 지지해주는 편이라 심적 부담은 덜합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고,, 너 하고 싶은 공부 하는 게 어떻겠냐는 분들이라;;
(문제는 이 나이임에도 견문 및 인간관계가 좁아서 그런지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거죠.. 곧 알 수 있게 됨을 바랍니다.)
회사 퇴사 후 한 달간 터키, 그리스 여행,, 그 후로 치아교정이 끝날 때 까지는
후회없는 여행에 필요한 어학, 카메라, 포토샵, 요리, 기타 등등을 배울 계획입니다.
혹시 몰라서 나중에 재취업에 '초큼'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토익 점수도 좀 받아놓으려구요,, 가능하다면;; ^^a
여행을 하는 이유... 그냥,,, 제가 원한다는 거죠.
거창할 거 뭐 있나요.
큰 기대 따위도 없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제가 변했으면 하는 거,, 그겁니다.
제가 돌아왔을 때,, 현실은 현실 그대로 저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오늘,, 참 많이도 적어 내려왔네요,,
야근 근무라 이제 곧 출근인데,, 중간에 잠이 안와서 깼다가 보이스피싱 전화도 받고;;;
(집안에 고이 모셔 놓은 카드인데 현금서비스를 백만원 넘게 받았다고 해서 심장 멎는 줄....ㄷㄷㄷ ㅡ,.ㅡ)
아,, 그리고 지금 세계를 둘러보고 계시는 분들,, 또는 다녀오신 분들이요~
정보도 많이 올려주시고,, 여행기도 올려주시고,, 항상 감사하게 보고 있습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별로 알찬 내용도 없는 제 개인적인..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 (--)(__)(--)
첫댓글 당신의 선택에 응원을 보냅니다. 터키 잘 다녀오세요. 개인적으로는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함 나가보세요. 넓은 세상으로... 사람은 하고픈것 하고 살아야 됩니다. ^^
원하시는 모든것 이루시기 바랍니다.
그 용기에 박수를^^ 아마 터키 다녀오심 세계여행에 대한 마음이 더 활활 불타오를것임을 확신합니다~! 터키,,,참 멋진곳이거든요 전광판 광고만큼이나 신비로운곳^^
화이팅(/^^)/
가입하고 첫 글을 님글의 댓글로 쓰는군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래봅니다 CHANCE! ^^
저도 디스플레이 제조/생산에서 11년동안 근무했어요. ㅎ 작년 7월달에 그만두고 한달동안 유럽여행갔다왔는데...왜 좀더 어렸을때 진작에 갔다올걸 하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더라구요~ㅎ 돈이 다가 아니란 생각도 많이 들고~ 저는 결혼한 몸이라 세계여행은 꿈도 못꾸고 있어요. 유럽여행도 신랑이 퇴사기념으로 갔다오라고 해서 갔다온거라.ㅎ 세계여행은 신랑이랑 같이 갈려고 신랑 꼬시고 있는데 잘 안되네요.ㅠㅠ 울 신랑은 현실을 많이 직시해서리..ㅠㅠ 혹시 어디 근무하셨나요? 전 구미에 있었는데~ㅎ 그리고 멋진 결정한거에 대한 응원보냅니다.^^ 많이 보고 건강하게 잘놀다 오세요. 화이팅.^^
원하는 모습으로 변해 돌아오시길:)
우와 멋있으세요! 사실 현실에 타협해서 직장 그만두는 게 쉽지 않은데...ㅠㅠ 하지만 그 용기에 보상될 만큼 인생 최고의 순간들을 만나실 거라고 믿어요^^ 화이팅@
와 멋지십니다! 종종 이야기 들려주세요^^
멋지네요..화이팅하세요! 훗날 어느 나라 어느 호스텔에서 같이 라면 하나 끓여 같이 먹게 될 인연이 되길..
저도 6월말쯤 회사를 그만두고 오랜 꿈인 세계일주를 하려고 합니다. 인연이 되면 어디선가 만날 수도 있겠네요. 화이팅하세요!!
박수 백만번!!
아아아... 모두들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어 무섭다. ^^
열렬히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화이팅!!ㅋㅋ
파이팅!
힘든 결정하셨네요. 결정을 내리신만큼 좋은 경험 많이 하시고 준비 잘하세요. 화이팅입니다.
이런 시작도 당신의 인생에서 이미 운명인 것입니다 화이링~!!
러시아 항공의 경우 짐 부칠때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럭셔리한 캐리어뿐 아니라 배낭도 '손' 타는 경우 왕왕있습니다.
저도 요새 요놈 아에로플로트 눈여겨 보고 있는데..ㅋㅋ 좋은 여행 하세요! 화이팅입니다.^^
놀던, 일하던..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건 그 상태가 아니라, 내가 그 어떤 상태에 최선을 다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루지 못한 어영부영 일겁니다. 힘내세요~
아,,,쥑인다,,
응원 감사합니다!! 댓글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적어 주시다니.. 감동입니다. T-T
앞으로도 종종 글 올릴 게요~ Von Voyage~~~*
아마 여행을 하시고 나면 세상은 그대로이고 본인만 변해 있을 겁니다. 주위 사람들은 여전히 살던데로 살고 있고요. 그런데 자신은 예전의 자신이 아니게 되는거죠. 멋진 여행하시고 후회없는 인생 만들기를 바랍니다.
응원의 박수 보냅니다^ ^ 저도 이번에 회사 그만두고 세계일주 할 예정입니다^ ^
저도 응원대열에 합류하겠습니다.^^
헉...처음 지른 것이 터키라믄..좀 쎈데욤... 터키나녀오신 연후에는 아마 중증으로 중독될 것으로 짐작됩니다.. 터키가 제법 매력있는 동네이고 보니...ㅋㅋ
터키부터 지르시다니 쫌 쎄긴 하네요 ㅎㅎ 그래도 본인이 하고픈 일을 과감하게 실행한다는데 한표!!!!! 멋져요
제 최초배낭여행이 러시아항공이용이었는데..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ㅎㅎ 터키 정말 좋아하실거에요..홧팅!!!
님보다 한참 뒤에 있는 저 역시도 당장의 생활을 위해 한 직장을 그만 두고 다시 시작하려 하는데, 님의 맘 너무나 공감합니다.^^ 아무 능력도 없는 여자 스물여덟에 그나마 변변한 알바를 구할 수나 있을지 걱정이 많지만, 뭐 이대로는 내가 못살겠는데요ㅎ 지금은 중딩때 갔던 수학여행 말고는 여행이라곤 이상향같은 존재일 뿐이지만 열심히 모으고 공부해서 님처럼 여행을 시작하려 해요. 그럼에 님의 여행에 응원을 보내요. 화이팅^^/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92년, 터어키를 일주했던 기억이 나는군여...조은 추억을 세기시길 바랍니다.~
^^ 응원!!!
저도 3년 딱 채우고 직장 정리해서 러시아 항공타고 슝~~~ 날라가서 6월쯤은 터키에 어슬렁 거릴듯합니다. ㅎㅎㅎ 아무튼 뜻깊은 휴식 시간 보내세요~~ ㅎㅎ 저도 다이나믹 한 날을 준비 할려구요 ~~ 아구구 신나요!~~~ 어깨춤이 절로나네요.ㅎ
음. 좋네요. 훗날 어떤 역경이 와도 잘 이겨내시길....... 예전 제 모습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