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셈이다. 차를 갖고 출퇴근하다가, 아침마다 지자체에서
‘오늘 날씨가 어떠어떠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라’는 (지나치도록)친절한 안내를 받고,
몇 번 그리 해보았다. 출퇴근 시간에는 지하철이 콩나물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피크타임을
조금 피하고 타니 그렇지도 않았다. 더구나 어르신카드가 있으니 공짜 요금에 자동차 기름
값 안 들고, 게다가 노약자석에 앉아 갈수도 있으니, 이거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둥지 털어
불 때는’ 일 아니겠는가.
근데 노약자석이 꽤 매력적이기는 했으나, 처음에는 약간 눈치가 보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사람들이 나를 노약자석에 앉을 나이가 아직 아닐 것으로 착각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하지만 그런 눈이 삔 사람을 아직까지 만나지는 못했다. 하여튼 아무리 손님이 빽빽하게
탔어도 노약자석은 여유가 있는 사실을 알고부터, 노약자석이 있는 칸 앞에서 차를 기다리는
요령도 터득했고, 빈 노약자석이 있으면 얼른 들이밀고 앉을 정도로 대담해졌다.
그런데 어제는 눈살 찌푸려지는 광경을 보고 말았다. 노약자석에서 어떤 분이 졸고 있었는데,
그분(나이는 나보다 훨씬 적어보였다)은 비스듬하게 누워 좌석 두 칸을 차지한 채, 입은 반쯤
벌려진 상태로, 침을 흘리며 자고 있었다. 그분 앞에 서 있는 나는 많이 궁금했다. 왜 아침
출근시간에 전철을 탔을까? 복장을 보면 출근하는 분 같지는 않은데. 자식들 집에 손주 봐주러
일찍 간다? 아니면 상가에 갔다가 밤샘하고 오는 길인가? 무슨 사정이 있겠지….
지하철 안에는 사람들이 빼곡하다. 주로 젊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오늘 하루 일과를 생각하면
서 직장으로 향하고 있다. 그들은 노약자석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당연히 노약자를
위한 특별석으로 인정하는 데 이의가 없는 듯하다. 사실 우리 지하철은 모든 면에서 세계최고
수준이다. 우선 깨끗하고 안전하다. 그리고 운행 시간이 정확하다. 그런데 그보다 더 세계적
이라 할 것은 젊은이들이 노약자들을 배려하는 지하철 분위기가 아닐까. 그런 젊은이들이 있어
우리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도 생각한다.
그런데 한 언론보도에 의하면 지하철 ‘노약자석’이 아니고 ‘교통약자석’이 맞단다. 대부분
만65세 이상 노인들만 앉다보니 그렇게 부르지만 본래 노인, 장애인, 만12세 이하 어린이, 임산
부 및 아이를 안은 어머니, 환자와 부상자 등 각종 ‘교통약자’들이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좌석
이라고 한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는 오로지 노인들만 앉을 수 있는 노약자석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65세 이상 지공거사들 때문에 지하철 적자규모가 커진다고 난리다. 자칫 노인 대우를 못
받게 될 노인이 생길지도 모를 분위기다. 지공거사들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튼 (노약자석에서라도) 출퇴근 시간에 쩍 벌리고 앉아 코까지 고는 모습은 아무리 노인이라
해도 좀 그렇고 그런 것 같다.
첫댓글 꿩 먹고 알 먹고까지는 알았는데,둥지 털어 불 때는 말은 처음 듣네.참 알뜰하다 해야 하나 섬뚝시럽다 캐야 되나.
70 세 이상을 지공선사로 하자 해도 이미 그 수준(?)은 넘은 세월을 보냈고....후대 젊은이들 한테 미안하네.
왜 나를 무임승차를 시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