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버라는 용어가 있다. "X나게 버틴다" 의 앞 두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
지금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끝까지 참고 버틴다는 뜻으로
원래 주식시장 등에서 주로 사용되던 용어가 그 사용 범위가 확대되어 여러군데에서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몇몇 연예인들을 보며 이 존버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고는 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이경규이다.
어린시절 보았던 이경규는 주병진이라는 말끔한 인상의 사회자 옆에서 웃긴 표정을 지으며 일종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하던
무명에 가까운 개그맨으로 기억된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라는 프로그램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주병진이 메인 사회자로서 말끔하고 몸을 안쓰고 말로 웃겼다면
옆에서 노사연이 보조를 마춰줬고
이경규는 옆에서 몸으로 웃기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당시 어린 내가 보기에도 말로 웃기는 주병진은 1류, 몸으로 웃기는 이경규는 3류라는 인상을 풍겼었다.
그 이후에도 이경규는 각종 개그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았고
별들에게 물어봐라는 유명한 유행어를 남긴 유명한 꽁트를 할 때조차
그의 개그 코드가 나와는 맞지 않아서
하나도 재미없는 저런 유머나 하고 있는 3류 개그맨으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경규도 점점 사회자 역할을 맡게 되었고 이제는 명실상부 최고의 반열에 올라 있다.
유사한 예로 박병수는 벼멸구라는 별명으로 불릴만큼 외모로서도 무시를 당했고
역시 어린 내가 봐도 재미없는 각종 개그 코너에 얼굴을 꾸준히 내밀더니
무한도전일 계기로 버럭 캐릭터까지 만들었고 이제는 박명수도 개그맨 중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유느님이라 불리고 공중파의 코미디 대상을 수차례 수상하는 유재석도
어린 시절 봤던 그의 모습은
메뚜기 탈을 쓰고 단역으로 출연했던 장면과
연예가중계에서 리포터로 활동할 때 긴장해서 말도 제대로 못했던 신인 시절의 장면이 떠오른다.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 것이다.
라는 말처럼
오랜 시간 한 분야에서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