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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가실 걸음이셨던가요? 지체함하지 않으시고 그리도 서둘러 가셨습니까? 참으로 굵고 당차게 정리하신 당신의 삶.
'내 딸아, 우지마라, 너희가 울면 내 가슴이 찢어진다. 내 왔던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련다. 내 어머니 손 꼭 잡고 가련다.'
당신 떠나시던 날 봄비가 주룩주룩 밤새 내렸습니다.
작년 12월 마지막 날... 청천벽력같은 죽음의 선고를 들었습니다. 내 삶의 안전지대가 무너졌습니다. 언제까지나 영원할 줄만 알았는데... 어찌하여 그토록 무심한 자식이였던가. 목놓아 한탄해도 치유할 수 없는, 심장을 헤집고 파고드는 회한으로 남아 버렸습니다.
말기 췌장암의 통증은 어느 정도인가. '태어날 때 모든 고통을 어머니의 산고를 통해 왔지만, 갈 때는 그 고통, 내가 다 치르고 가야 하는 것. 삶과 죽음은 하나다.' 라고 너무나 담담하게 받아 들이시는 아버지.
몰핀으로도, 순간 진통제로도 달랠 수 없는 통증이리라. '얼마 남지 않은 생이라면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없겠냐? 이제 다한 것 아니냐?' '그렇게 아파?' '아픔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얼마나 참을 수 없는 통증이였으면.... 뒤돌아 목이 메입니다.
극심한 통증으로 고비를 보일 때마다 몇 번의 이별을 했는지 모릅니다. 수없이 어머니를 찾으십니다. '어머니, 준비는 다 됐습니다. 무엇을 망설이십니까? 날 데리러 오세요.' 아버지의 애원을 듣습니다. 눈물로 기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할머니, 당신 아들 고통 덜어주세요. 내 좋은 아버지 편하게 해 주세요.'
절대로 울지말라고.. 나 편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내 가는 발길 거칠 것 없게 해 달라고... '너희들 있어 나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았다.'시며 당신 삶 아쉬움 없으니 맘 아파하지 말라시는 아버지.
그리도 가까운 거리인 것을... 일년에 몇 번이나 다녔을까나. 당신이 아프고 나서야 매 주말마다 아버지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당신이 옛날에 딸이 보고 싶어 그리하셨던 것처럼...
두달 반 동안에... 지난날의 추억으로 잠시나마 아픔을 잊어보시라 앨범을 만들어 드렸습니다. 그 앨범을 시작으로 책을 만들어 드리고... 화보집을 내 드리고... 그런 순간마다 당신을 그리워 할 사람들께 당신을 알리는 작은 즐거움으로 아픔을 달래며 2달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리도 쉽게 떠나시던 날... 조용히 가고 싶으셨던 당신 뜻이였을까. 초저녁 모두 집으로보내고 자식 세놈의 수발받으며, 가볍게 가볍게 훨훨 날고 싶으셨던가. 다 비우고 떠나 가셨습니다.
'아버지, 이쁘다 이쁘다, 깨끗하다 깨끗하다, 다 비우고 버리고 가세요. 아버지, 할머니 손 꼭 잡았어? 아버지, 먼저 좋은 곳에 가셔서, 나 가면 반갑게 맞아 줘야 해? 알았지? 사랑해, 아버지' 울음이 범벅된 애달은 소리에.. 고개 끄덕여 주시고 가셨습니다. 당신이 즐겨부르시던 '매기의 추억'을 눈물로 불러드렸습니다.
그 길이... 어떤 길이기에 그리도 아무 미련없이 훌쩍 떠나가실 수 있는 것인지... 너무나도 허무하게...
밀랍인형 같다고... 동생이 흐느껴 울었습니다.
달력엔... 올 한해 집안 행사가 빨간 동그라미안에 당신 흔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여기 저기....
가시기 한 달전 계속 거의 못드셨는데, 어디서 힘이 나셨을까.. 당신 84번째 생신날에 마지막 붓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습니다.
말은 충실하고 믿음있게 하고, 행동은 돈독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하라. 아무리 외모가 허술하더라도 누구에게나 함부로 대하지 마라.
가시고 난 날... 5학년 큰손자 꿈에 오셨답니다. 환하게 웃으시며... '정직하게 살아라'하셨다고...
아버지~!
아버지 영혼의 안식을 위해 기도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이진희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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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버지를 그리는 마음이 절절 하네요.
저렇듯 자신을 정리하고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저렇듯 애틋이 부모님을 보내 드리는 자식이 몇이나 될까요...
뜬구름님의 글을 읽으며 가슴 아프면서도
한편 참 잘 보내드렸구나 부럽기도 하네요.
뜬구름님,
아버님은 고통이 없는 곳에서 참평화 누리고 계심이 분명하니
넘 슬퍼하지 마세요.
아버님이 원치 않으시는 일이잖아요.
아버님이 보시고 웃으실 모습 보여 주세요.
힘내세요~~~
아버지를 통해서 생로병사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병과 죽음의 두려움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신 고통으로 당신을 보내드릴 수 있는 시간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했답니다.
고맙습니다.
뜬구름님의 닉이
아버님의 인생관 첫머리에 나오는거 보고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참 지난거 같은데...
생각해 보면 엊그제 같습니다.
아버지가 컴에 파일로 글을 저장하고 계셨다는 것을 이번에야 알았답니다.
65세를 지나면서부터 끄적거렸던 것을 모아두셨더라구요.
파일로 묶어있어서 쉬 책으로 내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였고,
그때 순간들을 추억하면서 한 달을 버티시고...사람들과 책 이야기로...통증을 잊으시고....
지금은 조금은 편하답니다. 감사합니다.
뜬구름님
애틋한 마음이 전해져 옵니다
부디 힘내시고~~
아버님 편한길 떠나셨을 겁니다~~~
일을 이렇게 겪고 보니, 누구 어르신이 어쩐다하면..괜히 내 가슴이 덜컥~~~
눈시울이 먼저 붉어져오려하더라구요..이구....
사실, 양쪽 부모 네분 중 아버지가 제일 건강하셨었는데...
가는 길은 다르나봐요...
건강 잘 챙기면서 살아요~~감사해요~!
이 글을 쓰면서도 내내 울며 글썼을 뜬구름을 생각하니 눈물이 주~~루룩~~~!
가 보지못해 미안하오~~~미안하오~~미안하오~~~~!
훌륭하신 아버지,,훌륭하신 우리들의 아버지~~~!
아버님의 분신인 뜬구름님이 그래서 그렇게 좋았구려~~~!
힘내시고~~~! 잘 살아주고`~~! 사랑하며 ~~~!
우리 뜬구름님에게 돌아가신 아버님의 보호와 그분의 어루만지심이 늘 함께 하시길....
옛말 틀린 거 하나도 없다는 말...사실이지요?
첨엔, 아버지를 지키지 않고 이렇게 돈 벌겠다고 있어야 하나...세상이 하얗게 무너져 내리고...
허공을 딛고 다니는 듯...무엇을 하고 사는 지도 모르겠더니..
무정한 세월이 나를 이렇게 또 새롭게 태어나게도 하네요.
우울증오겠더라구요. 사실...우울증이였을까요? 어느것 하나 좋아보이는 것도 흥미로운것도 없는 것이...
지금은..여러분들의 기도로 이렇게 조그씩 잘 지내지고 있답니다.
담에...인사드릴께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인자하시고 자상하신 아버님이 계셔서 뜬구름님이 늘 편안한 미소를 머금고있었군요
슬픔에서 빨리 벗어나시길………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지나고보니, 정말 좋은 아버지셨구나 싶어져요.
당신 유언 중에...'부모는 자식을 위해 사는 것이다. 절대 아이들을 함부로 나무라지 마라.
나무랄 일 있을 때는 꼭 또 한 번 생각하고 꾸짖어라.'
아버지께 매 맞았던 기억은 딱 한 번...중학교3학년때 만화보다 들켜서...종아리..크~~~
요수님....고맙습니다.
군인으로서의 강직하신 성품이
세상 마지막 날까지 절절히 베어 있음에
존경스럽습니다
뜬구름님!
국립묘지에 안장하신 아버님
자식들 잘 되기를 바라고 계실겁니다
힘내세요......
집이 대전인데..대전 현충원에 모셨답니다.
제가 중2때 예편하셨는데....투철한 국가관을 갖고 계셨어요.
모든 세상 남자들이 그렇듯이...병원에서도 휠체어 밀어드리면서 군대 얘기 많이 들었어요.
강원도...설악산에...신선대에서 술마셨던 얘기하며...이구...
담에 뵈요~!!감사합니다.
부모님 빈자리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게 아니고 더 그립고 보고싶고...
뜬구름님 글 읽으니 가슴 먹먹하네요.
그래도 뜬구름님은 마음의 준비라도 하고 보내 드렸으니...ㅠ.ㅠ
너무 슬퍼하지 마시고 힘내세요
보내드릴 수밖에 없었어요.
엄마찾아 가시겠다는데....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내드렸는데도..왜 그렇게 슬플까요?
훨훨 날아가시는 것이 눈에 보이더라구요. 178cm에 80kg을 넘나드는 큰 체구셨는데...
64kg...나중엔 더 빠지셨겠지만...가볍게 가볍게...떠나시더라구요.
제대로 양복 한 벌 해드리지 못했는데...
연노랑 수의를 입고 눠계시는 모습이 어찌나 신선같던지요..서러웠답니다.
담엔...환하게 웃으며 봐요...고맙습니다.
소령으로 예편하신 분답게 강직하신 인상속에 人間의 속을 헤아리시는 따뜻함을 지니신 훌륭하신 아버님이셨군요.
남기신 글귀속의 '뜬구름'이라는 글을 보면서, 뜬구름님의 아버지 사랑을 나름대로 헤아려봅니다.
췌장암의 예후와 고통은 본인에게나 가족에게도 세상과의 힘든 작별을 예고하지만
가족들이 하나되어 고운 추억만들어 드려서 곱게..깨끗하게 하늘나라로 가셨군요.
자식으로서의 마땅한 도리를 했지만, 그간 고생하셨습니다.
이제는 '내 진한 그리움으로 남은'~~아버지를 추억하며 ..
남겨진 후손으로 열심히 건강하게 사시는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고맙습니다....
극도의 통증속에서도 단 한번도 가족을 힘들게 하지는 않으셨답니다.
행여, 주변에도 피해될까...하도 조심하시기에...나중엔 1인실에 계셨어요.
돈 아까워 다인실에 계시고자 하셨지만...
행여, 자식들 불효자 될까...더 오랜 시간 지체하지 않으시고 서둘러 가셨나봐요.
일찍 병 헤아리지 못한 무심한 자식였던 것이 한입니다.
요산님은...가까이에서 지극정성 부모님 모시고 계시니....
효자여요~~~~건강 잘 챙기면서 부모님께 정성다하는 자식일 수 있기를....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수 없잖아~~요즘 조용필 킬리만자로 노래 가사를 음미 하며 지냅니다.
뜬구름님 아버님의 마지막은 너무나 의연 하시네요
자식에게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 보이려는 그 마음이 더 애닯습니다.
난 우리 부모에게 어떤 딸이고 ~`또 난 우리 아들에게 어떤 부모일까 많이 반성하고 생각해 봅니다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렇지요? 당신말씀은 하고 싶으신 것 다 하셨다지만...젊으셨을 때 셨나봐요.
예편하시고 보니, 손에 돈은 없고...큰딸인 제가 중2였으니...6자녀를 키우기 위해 어찌 살으셨을지...
제대로 입지도 먹지도 못하셨을 당신였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어요...
그래서...
전...저 하고 싶은 것..최대한 하고 살려고...내 자식들..행여 나중에 서러워하지 말라고.....핑계???
천붕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또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합니다. 마음이 무너져 내리지 않는다면...
고맙네...고마워~~~~
....................!!
뜬구름아 사랑해 !!
사랑을 보여줘~!!!
뜬구름 언니~~~
아버지와의 이별이 눈물겹도록 아름답네
원하시는데로
제자리에 편하게 계실거라 믿어요~~
하루하루 아버지와
이별연습을 하고 있는 저도
오늘 하루를 감사하게 살고 있어요~~
힘내세요 언니
들바람은...착해서...
부모님 맘 다 헤아려서 잘 할 듯...
고마워요~!
아픈 이별소식을 이제서야 접했네요ㅠㅠ
늦은 애도의 예를 갖추기도 송구스럽습니다...
하지만 아버님의 글에서 영원한 삶이 전해져
슬픔을 위로하기조차 벅찹니다
이생의 삶을 아름답게 빛내신 아버님께
존경의 두 손 모으며 합장~~~
오늘 밤 세상 환히 밝히는 보름달이 아버님 모습 같습니다
뜬구름 님~~~
아프지만 아름다운 행복한 이별에 함께 마음 모읍니다...
고마워요~!!!
처음...2주일 정도...당신한테 병명을 숨겼었지요. 도저히 가족인 저희는 직접 말 할 수가 없어서...
의사한테 대신 말해달라 했어요. 휠체어에 모시고...컴앞에 앉아 모니터에 당신 몸을 보여주며 의사가 천천히...세세히...
이러이러한 상태로 항암치료가 도리어 고통이고, 통증을 조절해 드릴 것이고, 이제 어르신 삶을 하나씩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그때까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청천벽력같은 소리일건데....
한참을 병원 이곳저곳을 돌았지요. 서로 아무말도 못하고...무슨 생각이 드셨을지...
눈물 한방울 보이지 않았지요. 한탄의 소리도 하지 않으셨지요. 그 누가 와서 애통해 해도...도리어 당신이 더 담담하게
딱...한 번...눈시울 붉어지셨어요. 내 시부모님 오셨을 때...사돈 손을 맞잡고서야..
당신과 갑장이신...제 시아버님을 만나서야...당신맘을 내려놓을 수 있으셨는지...
그 누구에게도 당신짐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게 아니였나 싶어져 슬펐지요.
그렇게 가셨어요. 모든 짐 내려놓고...가볍게...
고마워요~~~좋은 맘 나눠줘서....
말 안해도 아는 아버지 마음
어머니 마음
너의 아버지도
내 아버지도
누구에게도 내려놓을 수 없는 평생의 아픔을 삭히고 사셨을 분..
이 아침
너 글속에서 아버지를 보며
눈물 짓는다.
가시내야..
건강하고
한식 지나고 담양 다녀올란다.
형한테도 들르마..
진희야~~~~~
그래도... 생각보다 편한 얼굴을
보고오니...마음이 훨~ 편하더라...
조용조용... 오손도손
마음들이 모여 ...소리없이 큰일을 잘
치르는걸 보고...
오히려 고마운 생각이 들었어...수고했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