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은혜는 말로 표현하기에 부족합니다. F. M. Lehman이 쓴 찬송가 가사에서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한없는 하나님의 사랑, 다 기록할 수 없겠네”라고 고백했듯이(찬송가 304장,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은 너무나 놀랍고 크기에 갚을 길이 없습니다(116:12). 그렇지만 시편 기자(記者)는 구원의 잔을 들고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며 하나님의 모든 백성 앞에서 하나님께 서약한 것을 다 갚겠다고 고백합니다(116:13, 14). 구원의 잔은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를 의미하는 표현일 수도 있지만, 잔에 가득 채우듯이 넘치는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役事)를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116:12에 나오는 “모든 은혜를”에서의 “은혜”는 히브리어 “까말”(גָּמַל)에서 유래된 “타그물”(תַּגְמוּל)이란 단어가 쓰였는데, “까말”은 “충분하게 처리하다”, “보상하다”, “젖을 떼다(잘 키웠다는 의미)”, “보상하다” 등의 의미를 가진 단어입니다. “타그물”은 “보상”, “혜택”, “베풂” 등의 의미입니다. 보통 은혜라는 단어는 히브리어에서 주로 “헤세드”(חֶסֶד)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것에 비해 “타그물”이란 단어가 사용되어 하나님께서 충분하게 베푸시는 보상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충분하게 자비를 베푸시고 돌보시는 분이시라는 고백을 담고 있습니다.
116:15의 말씀은 조금 이상하게 여겨질 수 있는 구절인데, 하나님께 신실하고 경건하게 살았던 하나님의 사람들의 죽음은 하나님께서 귀중하게 여기신다는 의미의 말씀입니다. 인간은 이 땅에 살아가다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될텐데, 하나님 앞에서 경건하게 살다가 죽는 사람들은 그 죽음이 헛되지 않고, 허무하지 않도록 하나님께서 귀하게 여기시겠다는 말씀입니다. 그 주어진 인생이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답게 여겨질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은혜를 풍성하게 베푸시는 하나님께 진실된 종으로 살아가겠다고 고백하는 시편 기자는(116:16) 이러한 하나님의 은혜로 인하여 하나님께 감사제를 드리고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며(116:17), 하나님께 서원한 것은 신실하게 지키며 살아가겠다고 고백합니다(116:18). 하나님께서 임재하시는 하나님의 성전에서 그러한 약속을 지키며 살아가겠다고 고백합니다(116:19).
시편 기자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놀랍고 크신 하나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온전히 드리고,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며 살아가겠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생을 다 마친 후에도 하나님께서 귀중하게 여기실 수 있도록 살아가겠다고 고백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자라면 마땅히 하나님께 드려야 할 찬양의 고백이기도 합니다.
시편 117편은 매우 짧으면서도 강력한 찬양의 고백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나라들과 모든 백성들에게 하나님을 찬양하고 찬송할 것을 선포합니다(117:1). 그리고 그렇게 하나님을 찬양하고 찬송할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향하신 여호와의 인자하심이 크시고 여호와의 진실하심이 영원함”이기 때문이라고 고백합니다(117:2). 이 구절에서 나오는 “인자하심”은 히브리어로 “하쓰도”(חַסְדּ֗וֹ)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는데, “사랑”, “긍휼”, “자비”, “선함”, “신실함”, “은혜”, “변함없는 사랑” 등의 의미를 지닌 “헤세드”(חֶסֶד)에서 나온 단어입니다. 그리고 “진실하심”은 히브리어로 “웨에메트”(וֶֽאֱמֶת)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는데, 이 단어의 원형은 “에메트”(אֶמֶת)로 “신실하심”, “진실”, “확실함”, “신뢰할 수 있음”, “안정되어 있음”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진실하심은 하나님의 중요한 성품입니다. 언제나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고 사랑과 자비를 베푸시는 분이시며, 언제나 우리가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되어 있으시며 신실하시고 확실한 분이십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변함없이 하나님을 의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찬양하고 찬송해야 할 이유입니다. 그러한 하나님께서 늘 우리와 함께하시기 때문에 찬송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고, 돌보시는 인자하시고 진실하심으로 인해 오늘도 하나님께 찬양과 경배로 나아갑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