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시절 6학년 때 방과후 수업으로 글짓기에 대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글을 짓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후 저는 나팔꽃과 아이들이 모여 노는
모습을 상상해 이에 대한 글을 썼는데 선생님은 제 글이 좋다고 읽어주셨습니다.
그 일이 동기가 되었는지 중하교 시절과 고등학교 시절 백일장에서 장원 다음인
차상(次上)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저는 집 마당 반 평 정도의 꽃밭에 몇 가지 꽃을 심어 가꾸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다른 꽃보다도 나팔꽃이 좋아진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좁은 밭에 있는 다른 꽃보다 덩쿨 식물이라 자연스럽게 이 한계를
벗어나는 게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길을 가다가 아침 나팔꽃을
보면 아무리 바빠도 핸폰을 꺼내들고 사진을 찍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피어있는
나팔꽃을 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나팔꽃의 영어명은 'Morning Glory'입니다. 즉 '아침의 영광입'니다.
이른 아침 이 꽃을 보면 삶에 의욕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나팔꽃 사진은 우리 카톡에 올립니다. 아래 사진은 작년 에 집에서 한 블럭
건너 있는 절 '보명사(普明寺)' 에 속한 텃밭 울타리에서 얻은 씨를 집 베란다 화분에
심었더니 2 송이가 줄을 타고 올라가 핀 나팔꽃입니다.
보통 나팔꽃은 이른 아침에 피어 10시 경이면 시드나 이 나팔꽃은 저녁 늦게 까지 피어
있습니다. 좀 특이한 종류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피는 나팔꽃은 빨강, 파랑, 짙은 보라 색이 주류이며 크기가 다른 것으로
분류되는 것 같습니다. 아루 오래 전 일본에서 본 나팔 꽃은 우리나라 꽃과는 꽃색과 그
크기가 완전히 다른 것이었습니다.
밭에 파란색의 나팔꽃을 심었더니 이후 밭엔 이 나팔꽃이 온 밭을 덮을 정도로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뽑아버리자니 아깝고 그리고 미안하고...
밭 언저리에는 나팔꽃 닮은 메꽃이 핍니다.
이 꽃의 뿌리는 삶아 먹을 수 있는데 6.25 피난시절 먹을 게 없어
이 뿌리를 삶아 먹고 어지러워 온 식구가 쓸어진 적도 있도 있습니다.
아주 추억이 담긴 꽃입니다. 밭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뛰는 꽃입니다.
일반 사람들은 이 메꽃이 나팔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집 베란다에 핀 나팔꽃입니다. 평생 처음보는 種입니다.
어제 우리 '늘보들의 작은 음악회'는 정말 다양하고 격조높은 음악회였습니다.
그리고 저녁은 특별히 회(膾)를 먹었습니다. 당연히 소주와 맥주는 기본이죠.
삼삼오오 모여앉은 모습은 나팔꽃이 핀 모습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음악은 수단이고, 목적은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드는
감성이 녹아나는 잔치라는 느낌입니다.
음악회는 성악이 주를 이루며 소프라노, 테너, 바리톤, 베니스, 그리고 중창, 합창도
있었고, 기악은 단소(單簫), 전자 섹스폰, 레코더, 바이올린이 있었습니다.
20명 정도의 60대에서 80대 후반에 이르는 노익장들입니다.
遊於藝(유어예), 예술에 노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아주 다양한 음악의 꽃이 '나팔꽃 처럼 피는 모임'이었던 것입니다.
첫댓글 ..나팔꽃에 얽힌 지난 시간들의 사연과 어제의 음악회를 비유한
선생님의 글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또 다양한 일본의 나팔꽃
종류를 보며 언제나 새로운 시각으로 생각하게 해주십니다.,
어제는 정말 기쁘고 벅찬 감흥으로 다가온 날이었습니다. 선생님의
Violin 연주는 67회까지 이어져 온 < 늘보모임 연주회>의 꽃입니다.
나팔꽃이 그렇게나 다양한 추억을 낳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