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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스크랩 [6.4지방선거 평가]새 정치, 정권심판 열망 분출한 지방선거
史必歸正 추천 0 조회 2,584 14.06.25 15:32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개표 막판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6.4지방선거가 일단락되었다. 대다수 언론과 자칭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지방선거 중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를 놓고 여당 8 : 야당 9의 “황금분할”을 이루었고, 특히 수도권에서 서울은 야당, 인천과 경기를 여당이 각각 승리했다고 하면서 “유권자들이 여야 모두에 냉엄한 민심의 회초리를 들이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6.4 지방선거가 이와 같이 어정쩡한 결과로 마무리된 원인은 무엇일까.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새 정치, 무능정권 심판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염원은 뜨거웠으나 무기력한 야권의 어떤 세력도 국민의 요구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1. 사회 전반의 개혁 요구가 높았던 민심

 

먼저 6.4 지방선거는 참혹한 현실에 대한 개혁을 절절히 요구하는 국민들의 지향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가운데 치러졌다. 국민들은 2012년 대선에서 드러난 정부기관의 총체적인 선거개입, 국정원의 간첩조작 등으로 파탄지경에 이른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쉼 없이 촛불을 들어왔다. 또한 이른바 ‘송파구 세 모녀 자살사건’으로 대변되는 민생 파탄은 국민들에게 ‘이대로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강한 변화의 요구를 불러 일으켰다.

 

변화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근본부터 싹 바꿔야 한다’는, 더 높은 수준의 요구로 진화했다.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한국사회의 총체적 난국을 두고 “이것은 나라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침몰했다”, “정부는 살인마”라고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희생자 추모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는 참사가 발생한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서울 시내에서만 30군데에 이르는 장소에서 열리는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수만의 시민이 운집한 집회가 개최되었다.

 

세월호 참사로 분출된 국민의 강렬한 개혁 요구는 새누리당을 선거기간 내내 수세로 몰아넣었다. 4월 둘째주까지만 하더라도 지방선거에서 낙승을 예견하고 있던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인해 선거기간 내내 이렇다 할 대응을 못한 채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새누리당 후보들은 선거운동 초기, 박근혜 대통령과 자신의 당 이름을 가급적 멀리하며 느닷없이 “지역일꾼론”을 들고 나왔다가 이것이 신통치 않자 급기야 “도와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라며 표를 ‘구걸’하고 나서기도 했다.

 

17곳 중 13곳을 석권한 진보개혁 교육감


<그림 > 6.4 교육감 선거 결과(자료 : 중앙일보)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뚜렷이 드러난 사례는 바로 교육감 선거결과이다. 국민들은 전체 17곳 중 13곳을 진보개혁진영의 교육감 후보를 선택, 대거 당선시키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교육감 당선자 중 이재정 경기교육감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당선자들이 모두 전교조 혹은 민교협 등 진보적 민간단체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는 사실은 국민들이 단지 야권 후보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확고한 진보 지향적 변화를 선택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일반 지자체 선거보다 세월호 참사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대다수가 학생들이었고, 이는 교육감 선거에 대한 ‘학부모’ 계층의 관심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었다. ‘학부모’라는 공통분모가 일반적인 30, 40, 50대별 보수-진보 성향 차이를 뛰어넘어 낡은 교육의 폐단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공동의 인식을 형성했고, 이것이 구태의연한 보수 후보를 뒤로하고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들의 지지세가 뚜렷했다는 것이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의 전언이다. <시사인> 보도에 따르면, 2009년 충남교육감 보궐선거에 출마한 바 있는 김지철 당선자 측 남원근 공보팀장은 “선거 초반부터 여성 지지율이 경쟁 후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예전과 크게 달라진 양상이었다”라고 말했다. 경남 박종훈 당선자 측 강순희 대변인 또한 “엄마들의 움직임이 4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발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른바 고승덕 서울교육감 후보의 딸이 후보인 아버지를 직접 비판했던 ‘캔디 고’사건과 같은 돌발 상황은 표심이 진보개혁 후보로 쏠리게 되는 ‘촉매’와 같은 역할을 했다.

 

기존 진보교육감들이 시행했던 ‘혁신학교’나 ‘무상급식’ 등 진보적인 교육정책이 성과적으로 시행되어 국민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던 것은, 국민들이 진보개혁적 교육감 후보를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었던 기본 바탕이 되었다. 교육감선거에서 고승덕 서울 교육감 후보의 딸이 아버지인 후보를 직접 비판한 이와 더불어 진보개혁진영이 2010년과 같이 진보개혁 교육감 후보의 단일화에 대거 성공, 승리의 ‘필요조건’을 충족시켰던 것도 중요하게 평가해야 할 지점이다.

 

민심이 만들어낸 일부 야권 지자체 후보의 선전

 

새로운 정치, 무능 정권 심판을 향한 국민의 열망은 실망스러울 만큼 무기력했던 야권전반의 지자체 후보가 선전할 수 있었던 근본 동력이었다.

 

밑바닥 민심의 변화는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텃밭이라 불려온 부산과 대구에서 감지되었다. 사실상 야권 단일후보라 할 수 있는 무소속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는 사회전반의 개혁 요구를 등에 업고 49.3%지지를 획득, 새누리당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부산에서 나타난 무소속 오거돈후보의 선전은 보수정당에 대해 ‘묻지마 투표’성향을 보여온 부산지역 민심이 크게 요동쳤음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구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가 40.3%라는 역대 야권 최대 득표율을 달성하기도 했다. 대구에서 야권이 보여준 선전은 이 지역이 현 박근혜 정권의 정치적 기반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큰 의의가 있다. 40%에 달하는 대구 민심이 야권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은 박근혜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야권은 부산과 대구에서 이와 같이 민심이 요동쳤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승리를 이루지 못함으로써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사회 전반의 개혁을 요구하는 민심은 전국 곳곳에서 야권 후보의 당선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야권은 수도권 중 서울시장과 구청장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었고, 경기도내 수원, 성남, 고양, 안산 등 주요 대도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승리했다. 야권은 또한 대전, 세종, 충남북을 아우르는 충청지역을 석권하는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었고, 강원에서도 최문순 현 지사가 재선에 성공했다. 전통적인 야권 강세지역인 광주와 전남북에서도 승리한 것은 물론이다.

 

2.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야권

 

야권의 일부 선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지방선거 결과는 국민의 요구 수준에 맞게 나타나지 못했다.

 

개혁 요구에 미치지 못한 선거 결과들

 

무엇보다 투표참여 열기가 그다지 뜨겁지 못했다는 것이 하나의 평가지점이다. 지방선거에서 6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던 투표율이 56.8%에 그친 것이다. 물론 56.8% 투표율은 1998년 지방선거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56.8% 투표율에 따라 붙은 ‘16년 만에 최고’라는 수식어는 사실상 사흘간 진행된 투표일정을 감안한다면 굉장히 어정쩡한 수준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드높은 분노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지향을 실현시켜 줄 정치세력이 부재했음을 뚜렷하게 반영하고 있다.

 

야권 전체가 보여준 득표력도 문제다. 이번 지방선거의 정당 지지율이라 볼 수 있는 광역비례 정당 득표수에서, 야권 전체는 과반이 조금 넘는 50.9%를 획득하는데 그쳤다. 물론 이는 집권 여당 새누리당보다 많은 표를 획득한 것이지만 국민의 높은 요구수준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다.

 

또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나타난 여야간 전체 득표현황에서도 야권인 새정치민주연합과 무소속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 그리고 정의당 조승수 울산시장 후보는 전체 유효표의 49.26%인 1125만 9959표를 얻어 과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역시 이 수치는 1072만 1551표로 전체 유효표의 46.91%를 얻는데 그친 집권 여당 새누리당보다 많은 것이긴 하지만 변화를 갈망했던 국민들의 요구에 비추어보아 부족한 수준임에 틀림없다.


<그림 3> 6.4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및 광역비례 정당득표 결과(자료 : 한겨레신문)

 

야권은 인천에서 송영길 후보가 현직 시장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낙선했고, 경기에서도 김진표 후보가 막판까지 추격을 펼쳤지만 결국 4만3157표(0.87%p) 차이로 아쉽게 낙선했다. 야권은 부산과 대구에서 무소속 오거돈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해당지역의 구청장과 시의원 등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만들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원내 제3당인 통합진보당은 박근혜 정권에 의한 정당해산 시도와 ‘종북 낙인 찍기’ 등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광주와 전남에서 각각 13.5%와 12.2%의 정당득표를 얻는 등 전국적으로 4.3%의 정당득표율을 보였고, 광주 9명, 울산 9명, 전남 8명, 경남 6명을 비롯하여 경기, 충북, 전북, 부산 등 전국적으로 총 37명의 광역, 기초의원이 당선되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은 기대했던 울산 구청장 재선에는 실패하는 등 전면적인 야권연대 속에서 광역, 기초의원 139명과 3명의 기초단체장이 당선되었던 2010년 지방선거의 성과에 비해서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정의당과 노동당, 녹색당 등을 포함한 전체 진보정당의 정당 득표율은 모두 9.8%로 지난 총선에서의 11.4%에 비해서도 다소 하락했다.

 

원인 1 : 무기력한 야권

 

6.4지방선거에서 이와 같은 어정쩡한 선거 결과가 나타난 것은 무엇보다 진보정당을 포함한 전체 야권이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의 요구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한 채 사실상 ‘태업’했다. 국민들이 광장에서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정부의 무능과 책임을 앞서 주장하는 와중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은 “우리는 박근혜 심판론, 박근혜 책임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세월호 책임론”이라며 오히려 선을 그었다. 게다가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대표는 유가족들은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지만, 김 대표는 오히려 “대통령의 사과가 국민들께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는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안철수 공동대표의 행보도 황당한 건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안 대표는 ‘안철수 사람’으로 불리는 윤장현 후보를 광주시장 후보로 전략공천한 뒤 그의 당선을 위해 광주에만 ‘다걸기’하며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과는 전혀 상관없는 행보만 보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선거기간 내내 보여준 모습은 단지 세월호 참사로 인한 반사이익만 기대하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겨레신문>과 인터뷰 한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인사는 “저들이 ‘대통령을 도와주자’고 나설 때 우린 어떻게 응수했지? 김한길·안철수 대표는 뭐하고 돌아다녔지? 이번 선거는 어떤 콘셉트였지? 이번 선거에서 어떤 가치를 우리 사회에 말하고 싶었던 거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더란 말이다. 세월호 참사가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을 가졌던 게 아닐까. 이거야말로 역설적으로 세월호 참사에 편승하려는 무책임한 발상 아닌가?”라며 자성하기도 하였다.

 

통합진보당을 비롯한 정의당, 노동당 등 진보진영은 세월호 참사에 대응하여 국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으나, 케케묵은 ‘종북논란’과 ‘진영논리’에 발이 묶여 지방선거에서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 중 원내 제3당인 통합진보당은 경기도와 부산, 경남 등 격전지에서 야권 후보를 단일화하고자 후보 사퇴라는 방식으로 대응했으나, 그 영향력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형성되었던 광범위한 야권연대에 비할 바 못되는 것이었다.

 

이처럼, 지방선거 결과가 국민의 바람에 한참 미치지 못하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기존 야권 정당들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야권 정당들이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야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해소할 정도로 혁신하지 못했고, 결국 믿음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원인 2 : 개표관리 부실에 이은 부정선거 의혹

 

한편 6.4지방선거에서도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나타난 각종 선거 관리의 문제점이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면서, 일각에서는 부정선거 의혹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선거 관리에서 드러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뭐니뭐니해도 잦은 오류가 발생하는 투표지분류기다. 투표용지에 대한 개표는 본래 수개표가 원칙이다. 기계의 사소한 오류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에서 나타난 투표지 분류기의 오류로 모 후보에게 기표한 용지가 다른 후보 쪽으로 넘어가는 경우, 혹은 정상 기표용지가 무효표 처리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발생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이 같은 투표지분류기 오류가 전혀 시정되지 않았다. 투표지분류기의 오류가 개표 당시 발견되어 시정되었다면 모르지만, 만약 참관인을 포함한 선거 사무원들이 이를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이럴 경우 개표 결과는 실제 투표값과 달라지게 되며, 실제로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이다.

 

선관위는 투표지분류기를 통과한 100장 묶음을 개표사무원이 수작업으로 확인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이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무시한 안이한 변명에 불과하다. 6.4지방선거에서 여수지역 개표 참관인으로 활동했던 오마이뉴스 정병진 기자는 개표장에서 벌어지는 “투표지분류기 통과 후 수개표 작업”의 문제점에 대해 “신형 분류기는 이번에 처음 사용하는 기기임에도 미분류율이 매우 높았다. ...... 심사집계부의 한 개표 사무원은 정상적인 투표지조차 미분류로 분류하는 분류기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정병진 기자는 “교부수보다 투표지가 더 나오”거나, “투표관리관 도장이 빠진” 기표용지가 발견되는 충격적인 사실도 있었다고 기록했다. 정병진 기자가 여수지역 개표에서 발견한 이 같은 현상은 이미 5월 30일 진행되었던 사전선거 첫 날 서울 강북구 우이동 투표소에서 “실제 투표한 유권자 수보다 많은 수의 투표용지가 발급”된 사례와 더불어 실제 알려진 것보다 상당히 많은 지역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체로 각 정당에서 나온 개표참관인들은 ‘공정한 개표관리’보다는 해당 후보의 당락에 더 관심이 많고, 투표지분류기를 우선으로 개표가 진행되다보니 개표에 지친 사무원들이 100장 묶음을 끝까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게다가 이번 선거에서는 선거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핵심 문서인 개표상황표에 투표지분류기를 통한 분류 종료시각 항목이 삭제되어 수개표에 걸린 시간조차 확인이 불가능해졌다. 이렇게 된다면 이번 6.4지방선거에서도 무효표로 잘못 분류된 많은 기표용지들이나 실제 투표자보다 많이 발급된 투표용지가 박빙승부처에서 당락을 결정할 수도 있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이미 무효표를 원인으로 한 논란은 광역단체장 선거의 경우 부산시장 선거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일고 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는 무소속 오거돈 후보를 겨우 2만 701표(1.3%p)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었는데, 무효표는 무려 표차의 2.6배에 달하는 5만 4016표에 이른다. 이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보다 3만3000여 표가 늘어난 수치이자, 1995년 동시 지방선거가 시작된 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경기도지사로 출마한 남경필 후보 역시 선거기간 내내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의 강한 추격에 시달리다 4만3157표(0.87%p) 차이로 겨우 당선되었는데, 무효표는 세 배가 넘는 14만9천886표에 달한다. 특히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발생한 15만 표에 육박하는 무효표는 웬만한 중소도시 유권자 전체의 투표용지가 무효처리 되었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두 지역의 무효표가 많은 원인을 통합진보당 고창권 부산시장 후보와 같은 당 백현종 경기도지사 후보의 사퇴 때문이라 분석하고 있지만, 이는 재개표를 통해 검증해보지 않는 이상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박빙승부가 펼쳐친 두 지역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나타난 이 같은 무효표 논란은 투표지분류기 오류와 부실한 선거관리가 겹칠 경우 실제 당락을 뒤바꿀 수 있는 변수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과 더불어 선거에 개입했던 국방부 소속 사이버사령부가 여전히 해체되지 않았으며, 국정원 개혁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재검표 요구, 제대로 된 수개표 요구가 제기되는 동시에, 부정선거 시비가 재현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새 정치 실현을 위한 국민의 열망은 더욱 높아질 것

 

이처럼 6.4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의 방향은 뚜렷했다.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 파렴치함을 심판하고 침몰하는 대한민국을 구해 낼 새 정치를 갈망했다. 하지만 야권의 어떤 세력도 이러한 국민의 열망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자신의 요구를 실현시켜줄 이렇다 할 정치세력이 없는 조건에서, 변화를 향한 국민의 열망은 ‘거리의 정치’라 불리는 각종 투쟁의 현장을 통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이 대안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진보개혁진영은 낡은 것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새 정치 실현을 위해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 기성 정치세력의 선거운동방식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적인 선거운동 방식을 창조해야 한다. 낡은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에 선을 긋거나 뒤를 쫓을 것이 아니라 국민의 요구를 실현하는 헌신적인 투쟁을 선거운동과 결부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나가야 한다. 또한 부정선거 정황에 대해 타협없이 싸워야 한다.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시정 요구만이 선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7월 30일에 치러질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여전히 규명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진보개혁진영이 촛불을 더욱 높이 들어야할 이유다. 이것이 6.4지방선거에서 드러난 국민의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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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4.06.25 15:32

    첫댓글 지난 6.4 지방 선거 결과에 대한 종합적 분석이 잘 정리된 듯ㅎㅂ니다.

  • 14.06.25 20:23

    안철수가 광주에서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 한게 인천과 경기도의 패배를 불러왔습니다. 광주는 무소속이 당선되더라도 인천과 경기도를 이겼어야 완승인데, 그걸 놓쳤지요. 안철수의 판세보는 수준은 여기까지라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 작성자 14.06.26 08:07

    안철수가 문재인과의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그 유치찬란함을 생각합니다. 감정 조절이 안 된 것이라기 보다. 지극히 정치적인 술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박근혜의 당선을 원했는지도 모릅니다. 정말 순수하게 보이질 않습니다. 도대체 그의 노선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과거 민한당도 아니고 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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