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xxJBFAbfhg&ab_channel=VaticanNews
“캐나다는 현대 문화와 선조 문화의 조화를 이루라고 초대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2년 8월 3일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 교리 교육을 통해 지난 7월 24일부터 30일까지의 캐나다 사도 순방 여정을 되짚었다. 교황은 “기억, 화해, 치유”로 이뤄진 캐나다 사도 순방이 “참회의 순례”이자 “교회에 대한 희망”이 샘솟는 순방이라고 말했다.
번역 김호열 신부
교리 교육: 캐나다 사도 순방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최근에 다녀온 캐나다 사도 순방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이번 순방은 이전의 순방과는 달랐습니다. 사실, 캐나다 순방의 주된 이유는 원주민들을 만나 저의 친밀함을 표하고, 과거 캐나다 정부의 강제 동화정책 및 해방정책에 협력했던 많은 가톨릭 신자들을 포함한 그리스도인들이 원주민들에게 가한 악에 대해 저의 고통을 전하고 용서를 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캐나다는 교회가 오래 전부터 원주민들과 함께 걸어온 여정에 대한 새로운 역사를 쓰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실제로 캐나다 사도 순방 공식 표어인 “동행”이 이를 조금이나마 설명해줍니다. 역사적 지식, 생존자들의 목소리 경청, 사태에 대한 인식, 특히 회심과 사고방식의 변화를 전제로 하는 화해와 치유의 여정입니다. 이러한 깊은 이해로부터 한편으로 교회의 일부 구성원들은 원주민들의 존엄성을 가장 단호하고 용감하게 지지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으며, 원주민들을 옹호하고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불행히도 오늘날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고 심지어 복음에 반하는 정책에 참여했던 사제, 남녀 수도자, 평신도 등의 그리스도인들이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교회의 이름으로 용서를 구하러 간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순방은 ‘참회의 순례’였습니다. 즐거운 순간도 많았지만 전체적인 의미와 분위기는 성찰, 회개, 화해였습니다. 저는 4개월 전 바티칸에서 각각의 원주민 대표들을 개별적으로 만났습니다. 이 만남을 준비하기 위해 총 여섯 번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번 순례 여정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졌습니다. 첫 번째 여정은 캐나다 서부에 위치한 에드먼턴이었습니다. 두 번째 여정은 캐나다 동부의 퀘벡이었으며, 세 번째 여정은 북극에서 300킬로미터 떨어진 캐나다 북부 이칼루이트였습니다. 원주민들과의 첫 번째 만남은 에드먼턴 근교에 위치한 “베어 힐즈(곰 언덕)”라는 의미를 지닌 매스쿼치스에서 열렸는데, 주요 원주민 부족인 퍼스트 네이션, 메티스, 이누이트의 부족장 및 대표단이 캐나다 전역에서 모였습니다. 우리는 함께 과거를 ‘기억’했습니다. 곧, 땅과 조화를 이루는 이 땅의 민족들의 천년 역사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나눴습니다. 땅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은 원주민의 큰 아름다움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들은 피조물을 절대 남용하지 않았습니다. 땅과 조화를 이루며 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캐나다 정부의 문화 동화정책으로 인해 기숙학교에서 겪었던 학대 피해 생존자들의 고통스러운 기억도 다시 이야기했습니다.
기억에 이어, 우리 순례의 두 번째 여정은 화해의 여정이었습니다. 우리 사이의 타협이 아니라 – 타협은 착각이자 연출입니다 – , 우리의 평화이신 그리스도에 의해 우리가 서로 화해하도록 스스로를 내어 맡기는 것이었습니다(에페 2,14 참조). 우리는 이를 원주민들의 삶과 상징의 중심에 있는 ‘나무’*의 형상으로 표현했습니다.
*역주: 프란치스코 교황이 퍼스트 네이션 원주민 본당 공동체와의 만남을 가진 에드먼턴의 예수성심성당 제대는 나무둥치가 가지를 뻗어 제대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었다. 당시 교황은 ‘나무’가 땅과 뿌리에 생명을 주는 상징으로 원주민들에게 소중한 주제라면서, 전례적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대 위에서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를 화해시키시고, 모든 피조물을 껴안으신다고 설명했다.
기억과 화해 그리고 그에 따른 ‘치유’입니다. 우리는 순례의 세 번째 여정인 치유의 여정을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 기념일(7월 26일)에 ‘락 세인트 앤’ 호숫가에서 행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생명의 물의 근원이신 그리스도에게서 치유를 길어 올릴 수 있으며, 정확히 예수님 안에서 상처를 치유하시고 죄를 용서하시는 아버지의 친밀함을 보았습니다.
이 기억과 화해와 치유의 여정에서 캐나다 교회와 모든 곳에 퍼져 있는 교회의 ‘희망’이 흘러나옵니다. 바로 거기에,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걸은 후, 그분과 함께 그분으로 말미암아 좌절에서 희망으로 건너간 엠마오의 제자들의 모습이 있습니다(루카 24,13-35 참조).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원주민들과 함께하는 여정은 이번 사도 순방의 중추였습니다. 이 여정 중에 캐나다 교회와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과의 두 차례 만남이 있었습니다. 정부 관계자들이 저와 저의 협조자들에게 보여주신 관대함과 따뜻한 환대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주교님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정부 지도자들, 원주민 부족장들, 외교사절단 앞에서 적절한 형태의 영적 여정과 부족들의 관습과 언어에 관심을 갖고 ‘토착 문화를 증진’하고자 하는 교황청과 지역 가톨릭 공동체의 적극적인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동시에 저는 오늘날 ‘식민화 사고방식’이 다양한 형태의 이념적 식민화 안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해 말했습니다. 이 이념적 식민화는 민족들의 전통, 역사, 유대를 위협하고, 다양성을 뿌리뽑고, 현재에만 집착하고, 종종 가장 약하고 취약한 이들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건강한 균형’을 회복하는 것, ‘조화’를 회복하는 것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균형 그 이상입니다. 곧, 현대성과 선조들의 문화 사이의 조화, 세속화와 영적 가치 사이의 조화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이는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고유한 풍요로움을 간직한 지역적 차원을 존중하고 증진하는 보편적 형제애를 “씨 뿌리기” 위해 온 세계에 파견된 교회의 사명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교황 회칙 「Fratelli tutti」, 142-153항 참조). 이미 말씀드렸지만 정부 관계자들, 메리 사이먼 총독, 쥐스탱 트뤼도 총리를 비롯해 제가 방문했던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한 의도와 몸짓을 실현할 수 있게 해 주심에 매우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는 무엇보다도 주교단의 일치를 보여주신 주교님들에게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주교님들이 모두 한마음이셨기에 저의 순례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일치가 있는 곳에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일치를 보여주신 캐나다 주교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순례 여정의 마지막은 이누이트 땅에서 젊은이와 노인들과의 만남과 함께 희망의 표징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저는 순방 동안의 만남들, 특히 마지막 만남에서 이분들의 고통이 마치 제가 빰을 맞는 것과 같은 고통으로 느꼈습니다. 정부의 동화정책으로 인해 노인들은 자녀들을 잃었고, 잃은 자녀들의 행방조차 몰랐습니다. 매우 고통스러운 순간이었지만, 우리는 우리의 잘못과 죄를 직시해야 했습니다. 또한 캐나다에서도 젊은이와 노인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는 시대의 징표입니다. 젊은이와 노인들은 서로 조화를 이루는 ‘기억과 예언’ 사이의 역사 안에서 함께 걸어가기 위해 대화해야 합니다. 캐나다 원주민들의 강인함과 평화로운 행동이 모든 원주민으로 하여금 스스로 문을 닫아 걸지 않고 피조물과 조화를 이루며 피조물과 창조주를 사랑할 줄 아는 보다 형제애 넘치는 인류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공헌을 하는 모범이 되게 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