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가해 연중 제10주간 월요일
– 참행복: 존재 가치 상승 욕구의 충족
복음: 마태오 5,1-12
연봉 100억이 넘는 정승제 수학 강사는 “강남 아파트 살면 행복할 거 같아?”라고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절대, 절대, 절대 행복하지 않아!”라고 말합니다. 왠지 약을 올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진심이 묻어납니다. 40~50억짜리 한강 경치가 보이는 강남 아파트에 아마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제일 행복할 때는 아파트를 사기 위해 처음 갔을 때. 그다음은 계약서에 사인하고 잔금을 낼 때. 막상 들어가 살면 전혀 행복하지 않아. 더 올라갈 데가 없으니까!”
무엇이든 배울 때가 제일 재미있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당구도 80이 젤 재밌다고 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임영웅, BTS 절대 행복하지 않아. 올라갈 데가 없으니까. 대학도 마찬가지야. 들어갈 때가 제일 행복하고 그다음부터는 행복하지 않아. 그 안에 갇혀버린 거니까. 더 갈 곳이 없어.”
이 말 안에서 ‘희망’이 행복에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행복하여지려면 끊임없이 희망해야 하고 그 희망이 끊임없이 달성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목적이 결코 완전히 달성되면 안 됩니다.
그런데 우리의 희망은 무엇입니까? 돈, 명예, 쾌락입니까? 사실 그런 모든 욕망을 아우르는 욕망이 하나 있습니다.
‘존재 상승 욕구’
그냥 인정받으려는 욕구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강남 아파트를 살 때 처음 그 집을 보았을 때, 그리고 잔금을 치를 때 느끼는 맛은 ‘내가 이런 사람이야!’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존재 상승 욕구가 있고 그것이 충족될 때 가장 행복합니다. 왜 돈이 있는 것을 자랑할까요? 그것은 돈이 목적이 아니라 그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려 하는 것입니다.
존재 상승 욕구를 추구하는 우리는 모두 두 종류로 나뉩니다. 나의 창조자, 부모를 닮아가며 존재 상승의 기쁨을 경험하거나, 아니면 소유와 경쟁을 통해 타인보다 높은 존재임을 증명받으려는 사람입니다. 이는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나비가 되어 존재가 상승하려는 노랑 애벌레와 애벌레 기둥을 기어올라 더 높아지려는 줄무늬 애벌레의 차이입니다. 저는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를 읽으며 경쟁이 아닌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예수님을 닮아가는 행복을 추구하려고 신학교에 늦게나마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후회를 한 적이 없습니다. 존재가 향상됨이 자주 느껴지고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은 산상설교, 예수님 가르침의 시작이고 첫 주제는 ‘행복’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행복해지는 방법은 마음이 가난해져야 하고, 슬퍼해야 하고, 온유해야 하며, 의로움에 주리고 목말라야 하고, 자비로워야 하며, 마음이 깨끗해야 하고, 평화를 이루려고 해야 하며, 의로움 때문에 박해도 받아야 합니다. 이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떠올리면 됩니다. 그리스도를 닮으면 부활의 행복을 누리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리스도를 닮는 과정은 십자가입니다. 예수님은 진정한 행복은 당신을 닮아가는 데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저로 말하자면 이전의 세속-육신-마귀의 행복을 좇던 것에서 지금은 주님을 닮는 것이 목적이니 마음이 조금은 가난해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상에서의 성공을 좇을 때보다 분명 행복합니다. 하지만 하느님 사랑을 모르고 여전히 자기 스스로 행복해지려 노력하는 이들을 보면 슬픕니다. 아기보다 어머니가 행복한 것처럼 그래도 슬퍼질 줄 아는 사람이 된 것이 더 행복합니다. 가끔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들을 봅니다. 그러나 저는 화가 날 일이 별로 없습니다. 다 주님 뜻이라 여기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온유는 내가 죽는 데서 나옵니다. 그것 자체가 행복입니다. 또한 그리스도의 피로 하늘을 향해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되려고 했고 조금씩 죄책감에서 벗어나지는 것도 행복입니다. 또한 이런 것 때문에 사실 박해도 없지 않은데, 가장 짜릿한 이상한 행복이 그때 옵니다. 그리스도와 매우 닮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신 그리스도를 닮아감의 과정은 끝이 없습니다. 그리스도처럼 되기에는 한없이 모자라는 자신을 봅니다. 이것이 슬프기도 하지만 또한 끝이 아니기에 행복이 거기서 멈추지도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행복은 부모를 닮아감입니다. 더는 부모처럼 살고 싶지 않을 때 행복을 잃습니다. 부모처럼 말을 하고 부모처럼 두 발로 걸으며 얼마나 큰 기쁨을 누리겠습니까? 물 위를 걸은 베드로는 그때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유튜브에 보니 아기가 처음 “엄마!”라는 말을 했을 때 엄마가 기뻐서 계속 “엄마, 엄마, 엄마?”라고 하고 그러면 아기도 “엄마, 음마, 암마…”라고 하며 웃는 동영상이 있습니다. 엄마도 기쁘고 아기도 기쁩니다. 이것이 최고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일 수 없습니다. 우리도 하느님 자녀입니다.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가는 일이 최고의 행복입니다. 그러니 나의 변화하는 모습을 행복의 이유로 삼아봅시다.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재미를 들여봅시다. 그러면 오늘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진정 행복의 길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 전삼용 요셉신부님 -
https://youtu.be/mBsleJodlI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