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는 럭비공에다 독불장군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금껏 전통적인 미국 대통령이 가진 이미지와는 다른 그런 모습입니다. 트럼프후보는 미국 대통령 후보들이 으레 갖춘 그런 일반적인 타이틀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원의원에 상원의원 정도 역임했거나 아니면 주지사를 역임했다던가, 군대에서 최고위치에 올랐다거나 하는 타이틀은 전무합니다. 그는 그냥 부동산 재벌을 하다 방송에 등장했고 갑자기 정치무대에 오른 그런 인물입니다. 그래서 그는 이른바 좌고우면하지 않습니다. 그냥 직진입니다. 그런 모습에 그를 지지하는 세력들은 매료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트럼프는 사법리스크라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가지지 않은 최악의 리스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지지자들의 숭배속에 그는 최악의 사법리스크를 넘어선 모양입니다. 게다가 얼마전 피격사건에서 회복되자 마자 마치 자신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인양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피격사건 전에도 그랬지만 말입니다. 요즘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미국 금리에 대한 폭탄발언을 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오는 11월 대선 이전에 기준금리를 낮춰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오는 9월에 금리 인하가 유력한 것으로 여겨지던 상황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고 있습니다.
트럼프후보의 언급은 선거전까지는 유권자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통화정책 결정을 아예 하지 말라는 강한 경고로 읽혀집니다.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그동안 높은 물가와 이자율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고 그럴 경우 바이든후보에게 표가 이동할 수 있다고 트럼프 캠프에서는 분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트럼프는 또 자신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028년까지인 임기를 마치도록 두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치 대통령에 이미 당선된 것같은 언급입니다.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선 후보들사이에 금리를 둘러싼 공방은 이미 정치적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오로지 정권을 잡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힌 행위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금리는 그야말로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파워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웬만해서는 미국 대통령이 미국 금리와 관련해 연준에게 압력을 가하는 일은 사실상 금기시되는 사안입니다. 물론 미국 연준 의장이 정치적 중립속에 모든 결정을 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로지 경제적 판단에 의해서만 결정하느냐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는 일입니다. 또한 대통령과 생각과 판단이 다르다고 해도 연준의장을 마구 사퇴시키는 것은 엄청난 정치적 리스크를 가지는 사항입니다.
트럼프 후보의 기고만장한 언행과 행보가 과연 오는 11월 미국 대선때까지 그대로 이어질 것인가는 의문입니다. 물론 이번 피격사건으로 지지층 결집은 이뤄졌지만 너무 나대는 것 아니냐는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이미 바이든 후보가 재임시절 이뤄놓았던 것을 다시 원위치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방한 바 있습니다. 민주당 지지세력 내지는 트럼프 거부세력은 바이든후보의 노령리스크때문에 후보교체를 강하게 원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트럼프후보의 마구잡이식 판단과 행동이 싫어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민주당 바이든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는 분위기입니다. 트럼프후보가 피격사건의 여세를 몰아 지지층을 더욱 넓혀갈지 아니면 바이든 후보의 마지막 총공세에 발목을 잡힐 지는 더 두고봐야 할 일인 것같아 보입니다.
2024년 7월 1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