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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석 주홍콩총영사관 선임연구원202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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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은 지난 10월과 11월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이하 당대회)와 중간선거라는 중요한 국내 정치일정을 마무리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하고 집권 3기를 함께 이끌어갈 새 지도부 구성을 완료했고, 바이든 행정부도 당초 열세로 예상되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선방한 것으로 확인되며 집권 후반기에 보다 안정적인 정책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 미중 양국은 지난 8월 펠로시 미 연방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기도 했으나 중요한 국내 정치일정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한 만큼 향후 양국 관계에도 일정 부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글에서는 제20차 당대회 이후 중국경제를 향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반응을 살펴보고 향후 미중 관계 양상에 대해 전망해 보고자 한다.
외국계 투자자들, 시진핑 집권 3기 경제정책에
공동부유 강조 기조와 반시장 성향 반영될까 우려
중국 공산당은 1921년 7월 23일 상하이 프랑스 조계지에서 13명의 대표가 모여 첫 번째 당대회를 열었고,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한 제11차 당대회부터 5년마다 당대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당 중심 체제인 중국에서 당대회가 갖는 의미는 매우 특별하다. 향후 5년간 당과 국가가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 시기에 당내 주요 지도부 인선도 결정된다.
시진핑 주석도 2012년 11월에 열린 제18차 당대회에서 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되며 최고 권좌에 올랐으며, 올해 10월 16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된 제20차 당대회를 통해 3연임을 확정하고 9,600만 명의 중국 공산당원 중 최상위 서열이라 할 수 있는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의 인선도 마무리했다.
하지만 제20차 당대회 개막일에 시진핑 주석이 업무보고를 통해 ‘공동부유’를 강조하고, 당대회 폐막 다음 날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의 면모가 공개되자 중국 투자 관련 글로벌 자금이 모여 있는 홍콩 금융시장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더욱 빠르게 확산됐으며, 이는 당대회 이후 첫 번째 거래일에 홍콩 증시 폭락으로 연결됐다.
시장과 외국계 투자기관 사이에는 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경제전문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과 함께 중국의 경제정책이 더 이상 시장 친화적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급속히 퍼져나간 것이다. 관례상 서열 2위 상무위원이 맡는 국무원 총리는 중국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인데,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총리직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인물이 올해 4월 중국 최대 경제도시인 상하이를 약 두 달간 봉쇄조치한 인물이라는 점 등이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투자 회피 심리를 키우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대회 이후 첫 거래일인 10월 24일 중국계 기업의 상장 비중과 미국ㆍ유럽계 투자자금 비중이 높은 홍콩 증시는 하루 만에 항셍지수(HSI) 6.4%, 중국기업지수(HSCEI) 7.3%, 항셍테크지수(HS Tech Index) 9.7% 하락의 폭락 장세를 보였으며, 이와 유사한 흐름은 같은 날 다른 금융지표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홍콩 채권시장에서도 주식시장만큼은 아니지만 중국계 기업들의 회사채 스프레드가 평소보다 약 5~10bp 상승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다. 대표적인 중국계 빅테크 기업인 알리바바의 경우 2024년 11월 만기물(잔존 2년) 금리는 135bp에서 160bp로, 텐센트의 2028년 1월 만기물(잔존 5년) 금리는 255bp에서 260bp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콩을 통해 중국 본토 주식에 투자하는 외국인 자금의 흐름을 보여주는 후강통(홍콩↔상하이)과 선강통(홍콩↔선전)의 북향자금 1일 거래금액도 10월 24일 하루 만에 179억 위안(약 3조4천억 원) 순유출되며 일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홍콩 주식시장 상장사의 61.6%, 시가총액의 78.9%, 거래금액의 88.1%는 중국계 기업이 차지하고 있고, 2020년 기준 홍콩 증시에 유입된 글로벌 투자자금 중 미국계 자금 비중은 23.2%, 유럽계 24.4%, 중국계 34.4%로 미국ㆍ유럽계 자금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10월 24일 홍콩 금융시장이 보여준 큰 변동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신임 지도부 인선 결과가 공개된 이후 미국ㆍ유럽계 자금을 중심으로 한 외국계 투자자들은 시진핑 집권 3기 중국 경제정책에 공동부유 강조 기조와 반시장적 성향이 반영되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를 시장대응을 통해 설파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투자 회피 심리는 내년 3월 초 중국의 양회(兩會)를 통해 시 주석 집권 3기의 경제정책 방향이 구체적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는 유보적이고 다소 관망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고강도 긴축 기조는
내년 초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설 거라는 평가가 주류
올해 미국경제를 지배한 키워드는 ‘인플레이션’이었다. 팬데믹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글로벌 공급망 차질 현상이 장기화되며 불안한 현상유지를 해오던 세계경제는 올해 2월 말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전방위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특히 미국 등 서방세계의 대러시아 제재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가 석유 및 천연가스 수출을 제한하자 에너지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고, 여기에 더해 최근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마저 바이든 행정부의 석유 증산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1년 가까이 치르고 있다.
잡히지 않는 고물가는 미국 통화정책의 급속한 전환으로 이어졌다. 물가와 고용상황의 안정적 관리가 최우선 정책순위인 미 연준은 올해 3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11월까지 6회 연속 가파른 속도로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특히 6월부터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4연속 밟고 있어 내년 초까지 미국의 기준금리는 5% 수준까지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 기조로 세계 여러 신흥국과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주요국도 시장금리의 가파른 상승과 함께 자국 통화가치 하락에 이은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그리고 이로 인한 환율 추가 상승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미국의 10월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이 시장의 컨센서스(7.9%)를 하회하는 7.7%로 발표되자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한풀 꺾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물론 일부 근원 CPI 항목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아 5~6% 이상의 물가 수준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겪는 최악의 시기는 지나고 있고, 고강도 긴축으로 미국의 경제성장이 훼손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 미 연준이 내년 초 이후에는 금리인상의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게 시장과 투자은행(IB)들의 공통된 견해다.
또한 11월 8일 치러진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는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 1기 후반기 경제정책을 보다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당초 공화당의 일방적 승리가 점쳐지던 중간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상원에서 우세를 유지하고 하원에서도 예상보다 선방하며 금융시장이 악재보다 더 싫어한다는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제거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미국 증시의 반등으로 연결되는 등 오랜만에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했다.
시진핑 집권 3기 미중 경쟁의 전략적 측면, ‘페트로 위안화’
올해 10~11월을 거치며 미국과 중국은 중요한 국내 정치일정을 마무리했고, 이제 향후 미중 갈등이 어떻게 변화하며 전개될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1월 중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G20 회의는 미중 양국 정상들이 국내 정치일정을 마무리한 이후 처음 만나는 자리였고, 시진핑 집권 3기와 바이든 행정부 1기 후반부의 미중 관계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중 정상은 국내 정치적 기반을 다진 뒤 만난 터라 가시 돋친 설전 대신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내년 초 중국을 방문하는 데 합의하기도 했다. 당분간 미중 관계에서 전략적 경쟁이라는 큰 틀은 유지되겠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상황과 관련해 협력 가능한 부분을 찾는 노력이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새 지도부 선출에 따른 시장의 충격도 조금은 진정되는 모습이다. 시진핑 주석 집권 3기 경제정책에서 공동부유로 대표되는 분배정책이 강화되고, 중국 정부의 빅테크 기업 특히 플랫폼 기업들이 갖는 시장지배력에 대한 우려와 견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서의 가치가 있고, 세계 금융질서를 주도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개방도 낮은 중국의 금융시장 환경이 타도가 아닌 기회의 대상인 측면이 분명히 있다. 따라서 향후 미국은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중국의 성장속도를 지속적으로 억제할 것으로 보이나 기후변화, 금융 등 협력이 가능한 분야에서는 기회를 추구하는 양가적 전략을 동시에 추진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최근 미국-사우디-중국-러시아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분위기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7월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사우디를 방문했으나 소기의 성과를 이루지 못한 반면 최근 중국, 러시아와 사우디 사이에는 우호적 분위기가 급속히 형성되고 있다. 역사의 시계를 되돌려 보면 1974년 6월 헨리 키신저 당시 미 국무장관이 사우디를 방문해 모든 석유거래를 미 달러화로 결제하기로 담판을 지은 페트로 달러(Petro Dollar) 사건은 오늘날 미 달러가 기축통화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그로부터 약 50년 가까이 지난 현재 중국은 미국과 사우디 간 벌어진 사이를 틈타 페트로 위안화(Petro RMB)를 구축하기 위한 경제외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자 사우디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 지위를 갖고 있다. 최근 수년간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배출 감축이 전 세계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된 건 틀림없는 사실이나, 현존 인류는 앞으로도 수십 년간 땅 속에 매장된 석유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 또한 냉정한 현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12월 중순 시진핑 주석의 사우디 방문 가능성이 언론을 통해 언급되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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