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반쯤 묻혀 있는 자유의 여신상. 말 그대로 충격이었습니다. 아니 그 긴 시간을 달려온 곳이 겨우 지구였던가 말입니다. 문제는 시간의 차이입니다. 그 사이 수천 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지구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되어 있었지요.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 상상도 대단합니다. 인간은 스스로 멸망의 길을 걸었고 결국 시간이 흘러 세상은 거꾸로 되었습니다. 우리에서 나온 유인원들이 인간을 우리 안에 가두려는 것입니다. 인간은 언어를 잃고 유인원이 말을 합니다. 인간은 하등동물이 되어 그들의 실험 대상이 됩니다. 시간을 뛰어 넘어온 이방인이 돌연변이로 발생한 동물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계속 속편이 나왔습니다. 이야기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또 새롭게 바꾸려나봅니다. 아무튼 이야기는 인간적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성과 지성을 가지게 되면 더불어 욕심과 야망도 생기는 것일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여타 동물은 일단 배가 부르면 딴 짓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배부르다고 일 안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배가 불러서 일합니다. 그래서 먹고사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우선 내일을 걱정하여 계속 쌓아두려 합니다. 다음으로는 뭔가 만들려고 합니다. 보다 편하게 보다 쉽게 보다 빠르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그래서 사람에게만 문명과 문화가 생기고 발전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문명과 문화를 이루기 위해 욕심이 과해지는데 있습니다. 자연히 다툼과 싸움이 일어납니다. 빼앗으려고 또 지키려고. 아마도 같은 종 안에서 인간처럼 아귀다툼을 하는 존재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인간은 서로 육신을 잡아먹으려고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의 것을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싸우는 것이고 확장되면 전쟁을 하게 됩니다. 개인 간의 다툼이 아니라 집단 간의 싸움이 되는 것이지요. 젼쟁이 별 것입니까? 간단히 말해서 빼앗으려 하는 것이고 지키려는 것입니다. 이 최고 문명의 시대라고 하는 21세기에도 여전합니다.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곳은 보다 선하게 진화가 안 되는 모양입니다.
스스로 ‘시저’를 이어받았다는 유인원의 지도자 ‘프록시무스’는 그 중 머리를 제대로 쓸 줄 아는 존재입니다. 물론 그래서 무리 가운데 우두머리가 되었겠지요. 똑똑한 인간의 도움을 받아 권력을 장악하고 오래 전 옛날 인간들이 사용했던 비밀병기가 숨겨져 있는 동굴을 파헤치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 노동력이 필요하였고 그래서 다른 무리의 유인원 족속을 납치해 노예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인간이 불쑥 나타난 것입니다. 언어까지 사용하는 것을 보니 여태 보았던 인간들과는 좀 다르다 싶습니다. 그러니 잡아서 이용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부하들을 시켜 모두 잡아들이라 합니다. 그렇게 해서 평화롭게 살던 ‘노아’의 부족을 쑥대밭으로 만듭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비를 잃고 가족은 모두 노예로 끌려갑니다. 노아만 간신히 살아남아 피합니다. 가족과 부족을 찾아 나선 길에 시저의 시대를 알고 있는 어른 ‘라카’와 인간 ‘메이’를 만나서 동행합니다. 평안히 살던 생활은 산산이 부서지고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들어갑니다. 아버지를 묻으며 맹세하였습니다. 꼭 다 데리고 돌아올게요.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놈들에게 들키고 붙잡힙니다. 가족을 다시 만나서 다행이지만 모두가 노예 신세입니다. 그들은 바닷가 커다란 절벽 앞에서 바다를 막고는 큰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 노동력이 필요하여 붙잡혀 온 것입니다. 아무리 힘으로 동굴 입구를 열려고 해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비밀은 메이가 알고 있습니다. 메이는 다른 인간들과는 좀 다릅니다. 언어도 사용하고 머리도 뛰어납니다. 노아도 메이가 필요하고 메이도 노아가 필요합니다. 그곳에서 빠져나가려면 두 존재는 협력을 해야 합니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림없습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태였지만 그래서 노아도 메이와 손을 잡기로 합니다. 동굴을 찾아들어가는 방법을 메이는 알고 있습니다. 그 옛날의 인간들이 살아남아 당시의 기계들을 조작하고 있으나 동력 작동의 중요한 열쇠를 그 동굴에서 찾아와야 가능합니다. 메이가 그 사명을 가지고 유인원의 지역으로 침투한 것입니다. 다 잘 되는 듯하였습니다. 그러나
프록시무스도 이미 알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유인원의 어른이었던 라카는 노아에게 시저의 상징물을 남겨줍니다. 프록시무스가 시저의 대통을 이을 수는 없습니다. 그만한 존재가 아닙니다. 라카는 부족을 구원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종족을 이어갈 큰 사명을 가지게 됩니다. 그런데 인간 메이가 사이에 들어왔습니다. 이 두 존재는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노예에서 해방되었습니다. 그러나 살아가야 할 땅이 다릅니다. 물론 살아가는 공동체도 다릅니다. 문화도 문명도 다를 것입니다. 어떻게 이 한 별에서 공존할 수 있을까요? 노아는 노아의 부족과 다시 자기네 부락을 재건합니다. 메이도 자기 사회로 들어가 찾아온 열쇠를 건네줍니다. 영화 ‘혹성탈출 - 새로운 시대’(KINGDOM OF THE PLANET OF THE APES)를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