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목이 부여하는 다각도의 성찰.
다이아몬드에는 피가 묻어 있다.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다이아몬드는 소위 사회 고위층들의 몸 치장에 쓰이는 사회적인 위상과 관련이 있다. 그런 다이아몬드의 빛이 나는 이면에는 아프리카의 고통 받는 사람들의 피와 그것을 쟁취하려는 서양 나라들의 그릇된 혈투가 숨어 들어 있다. 여기에는 서양의 지배적인 사상의 모순이 드러나고, 그 모순점을 발미삼아 여기 저기서 터져 나오는 사회 불만을 총으로 보여 주는 반 정부군의 테러와 불안한 내정을 강대국에게 의존하려는 정부군의 소극적인 태도가 이 영화의 한가지 테마다.
영화는 시작부터 평범한 아프리카의 한 가정을 보여 준다. 그들은 전쟁이라는 것에 털끝만치의 관심도 보이지 않으며, 동족이 동족을 죽이는 비참한 현실에 힘없이 눈물을 흘리는 순수한 영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돈에 눈이 멀은 서양 군인의 등장과 그 군인과 대면하는 반 정부군의 기 싸움은 이 영화가 단지, 긴장감이 흐르는 단순 액션 영화를 표방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반 정부군의 비도덕적인 투쟁 방식과 정의 라는 거울을 통해 악마와 같은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서양 사람들의 자기 반성에서 진정한 정의에 대해서 다시금 그 뜻을 분명히 하는 데 소홀함이 없다. 그 갖가지 성찰들을 본따서 영화 메인을 피의 다이아몬드라고 지은 것이다. 그 다이아몬드는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향이며, 그 이상향에 피가 서려 있는 안타깝지만 그 이상향은 어떻게 보면 화려한 사치욕으로 비춰질 수도 있으며, 때 묻지 않은 아름다움으로 비춰질 수도 있으며, 어떤 이상향을 이루던 피가 필요하다는 살육을 피할 수 없는 고통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액션과 뼈 있는 테마를 오고 가는 대담성.
사실, 화려한 액션으로 필름을 채우다 보면 소홀해 지는 게 영화에서 보여 주려는 그 무엇이다. 사람들이 액션에만 눈이 팔리다 보면, 정작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필름의 경고성 있는 메시지를 흘겨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그런 관객의 심리를 잘 조절할 줄 아는, 소름 끼치는 사실성과 여러 등장 인물들의 입장을 빠른 전개 형식으로 보여 주는 웰 메이드 형식의 영화이다.
잠시도 손을 놓을 수 없는 긴장감과 그 긴장감 속에서도 놓치지 않는 영화적 배경의 사실에 근거한 묘사는 이 영화의 추구 하는 의도가 정말이지 대담성을 두루 갖췄음을 잘 보여준다.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업그레이드.
가을의 전설과 라스트 사무라이는 주인공의 자서전 비슷한 전개로 주인공의 시각으로 영화 전개를 지켜 봐야하는 안타까움이 있었으며, 비상 계엄이라는 영화에서는 액션의 지나친 빈도로 영화가 말하는 핵심을 쉽게 흘러 버리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작은 여러 인물들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상황 전개로 영화의 다양한 색깔을 체감할 수 있었으며, 아프리카가 현재와 과거에 처하거나 처했던 문제점들을 액션이 가미된 연출로 담아내며, 화끈함과 뉘우침을 동시에 받아 들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장면에서 보여 주는 한계성.
"내 아들이 말했지. 차라리 백인들이 지배하던 옛날이 좋았던 거라구."
어떤 면에선 이 대사가 아프리카 사람들의 사대주의적인 자세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서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다. 쉽게 흘겨 버릴 수가 없는 것이 마치 아프리카 국가의 냉전이 그 국가 사람들의 소극적인 나라 발전에 대한 태도로 비춰 진다는 것에서 이 영화에서 보기 드문 오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끝으로.
영화는 한 편에 주어진 시간이 고작 많아 봐야 3시간 분량이다. 그 짧다면 짧은 시간에 모든 걸 보여 줘야 하기 때문에, 어떤 장면도 소홀히 다룰 수 없으며 몇 백번의 퇴고 과정과 긴 시간을 투자하여 적당한 시간으로 편집하여야 한다. 그래서 인지 이 영화는 처음 장면부터 끝 장면까지 미장센을 활용하여 아프리카가 현재 처한 상황 등을 보여 주는 데 주력하였다. 주인공이 액션을 취하는 때에도 프레임의 미장센 구도는 아프리카의 안타까운 현실과 지배 이데올르기에 사로잡힌 강대국의 오만 방자함이었다.
몇 번의 박수를 쳐야 만족하는 영화라고 물으면 나는 오늘 지금 이 순간부터 박수를 치기 시작해서 짧게 잡아도 그 박수가 일주일 정도는 흘러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스카 시상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웰메이드가 많이 쏟아 지는 시즌의 절정 기간 속에서 충분히 이 작품은 상은 주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작품상, 남우 주연상, 남우 조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어도 손색이 없다고 평가한다.
한 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시상식을 거부한 적이 있다. 그것을 두고 그의 재능을 스스로 깎아 내린 것이라고 비난이 쇄도하였고, 본인은 시상식의 관례가 공로상-나이가 많은 순으로 상을 주는-수준에서 머물러 있는 게 못마땅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 해 시상식에서 노미네이트 된다면 난 디카프리오가 예전처럼 스스로 재능을 깎아 내리지 않았으면 한다. 왜냐하면 그는 진짜 연기를 보여 줄 수 있는 몇 안되는 배우로 자리매김하였기 때문이다.
오스카 시상식에서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선전을 기대한다.
첫댓글 영화좋아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