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그의 형기가 시작된 날로부터 끝나는 날까지 만 10년, 즉 3653일이 이와 같은 날들이었다. 사흘이 더 붙은 것은 그 사이에 윤년이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1918~2008) 작품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라는 주인공이 견뎌내야 했던 3653일간 유형생활 중 하루를 묘사한 소설이다. 그리 많이 배우지도, 그리 생각이 깊지도 않은 한 평범한 사람이 유형지에서 보낸 하루가 소설 줄거리다. 그 하루를 통해 솔제니친은 지배 권력에 의해 억압된 한 사람이 어떻게 자존감을 잃어버리고 본능에 의존해 연명하는지를 풍자적으로 그려낸다.
평범한 농부였던 슈호프는 2차 대전에 참전했다가 독일군 포로가 된다. 전쟁이 끝나고 풀려났지만 그는 독일 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고 강제노동수용소에 유배된다. 소설은 그의 하루를 아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주인공은 아픈 몸으로 하루 종일 요령을 피워가며 작업을 한다. 감시원을 속이고 죽 한 그릇을 더 먹고, 잎담배, 줄칼 조각을 구해 들키지 않고 숙소로 가지고 들어왔다는 것에 만족한다. 그리고 수용소에 들어오기 전 음식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먹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면서 잠자리에 든다. 그는 수용소의 비인간적인 처우에 저항하지도 않고, 탈출 같은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이 과정을 솔제니친은 매우 담담한 필치로 그려낸다. 심지어 유머러스할 정도다.
최악 상황에 처한 인간을 유머러스하게 풍자적으로 묘사한 이유는 무엇일까. 솔제니친은 이 소설을 단순한 회상록이나 고발로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단순한 기록으로 끝날 수 있었던 글에 문학성을 부여한 것이다. 솔제니친 스스로 수용소 생활을 경험했기에 자칫 잘못하면 이 글은 한 맺힌 고발로 끝나버릴 수 있었다. 솔제니친이 문학성을 얹어준 이 작품은 전 세계 서점가에서 화제가 되었고, 결국 소비에트 독재의 횡포를 세상에 알리는 단초가 된다. 평자들이 “문학적으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녔다”고 평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솔제니친의 삶은 파란만장하였다. 캅카스 키슬로보츠크에서 태어난 그는 로스토프대학에서 수학을, 모스크바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다. 2차 대전이 일어나자 포병장교로 입대한 솔제니친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스탈린을 ‘콧수염 남자’라고 빗댄 것이 탄로나 당국에 체포된다. 결국 정권의 눈 밖에 난 그는 반혁명 혐의로 시베리아 수용소에 투옥되어 10년을 보낸다. 그의 데뷔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이때 구상된 것이다.
1970년 대작 ‘수용소 군도’로 노벨문학상을 받았지만 옛 소련 정치체제와 타협을 거부한 그는 결국 1974년 반역죄로 추방된다. 추방된 이후 미국 버몬트에 머물다 소련이 붕괴하면서 1994년 러시아 시민권을 회복한 뒤 2008년 사망할 때까지 전체주의를 비롯한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것에 맞서 싸웠다. 서구세계의 물신주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문학으로 살았고, 문학으로 저항했다. 그가 만년에 한 말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언이다. “위대한 작가는 자신이 속한 나라에선 제2의 정부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정권도 위대한 작가를 좋아한 적이 없다.”
투옥과 유배, 망명과 귀환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았던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하나의 지표다. 한 작가가 문학을 통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를 전 인생을 통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첫댓글 짧은 생각인데 투옥과 유배,망명 귀환 이런것들이 있기에 문학의 소재가 많아서 유명한 문학자가 되었는지도 몰라......아마도 오판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