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제3기 중신세(中新世) 이후에 일어난 단층 및 요곡(撓曲) 운동의 결과 대체적으로 동쪽이 높고 서쪽으로 낮아진 경동지형(傾東地形)을 이룬다. 따라서 한국의 높은 산들은 대부분 동해안 쪽에 치우쳐서 지형의 등줄기를 이룬다. 그 높은 등줄기 산지는 동쪽으로는 급경사를 이루면서 동해안에 임박하지만, 서쪽으로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어 서서히 고도를 낮추면서 서해안에 이른다. 그들 산지 사이의 경사를 따라 서쪽과 남쪽으로 하천이 흐르고 하천 중·하류에는 비교적 넓은 충적평야가 형성되어 있다.
산지
한국의 산맥 분포는 우리 국토의 지형 특색을 크게 결정짓는다. 한국의 산맥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태백산맥(太白山脈)과 낭림산맥(狼林山脈) 등 이른바 한국 방향의 산맥이다. 그리고 랴오둥[遼東] 방향의 산맥과 중국 방향의 산맥으로 나눌 수 있다. 그 중 강남산맥(江南山脈)·적유령산맥(狄踰嶺山脈)·묘향산맥(妙香山脈)·언진산맥(彦眞山脈)·멸악산맥(滅惡山脈)·함경산맥(咸鏡山脈) 등은 랴오둥 방향 산맥이고, 마식령산맥(馬息嶺山脈)·광주산맥(廣州山脈)·차령산맥(車嶺山脈)·소백산맥(小白山脈)·노령산맥(蘆嶺山脈) 등은 중국 방향 산맥에 속한다.
그들 산맥에는 백두산(白頭山:2,744m)·관모봉(冠帽峰:2,540m)을 비롯한 고봉들이 솟아 있는데, 휴전선 이남에 있는 주요 산은 소백산맥에 속하는 지리산(智異山:1,915m), 태백산맥에 속하는 설악산(雪嶽山:1,708m)·태백산(太白山:1,567m) 등이다. 제주의 한라산(漢拏山:1,950m)은 휴전선 이남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만 그 성인이 육지부의 산과는 상이하다. 산맥에는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하는 재[峙:고개]가 많이 분포해 있고 이 중 고도가 높은 재들은 대부분 휴전선 이북에 있다. 휴전선 이남에서는 대관령(大關嶺:832m)·육십령(六十嶺:734m)·죽령(竹嶺:689m)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의 산지에는 일정한 고도에 평탄면이 있는데, 해발고도에 따라 고위면·중위면·저위면 등으로 나뉜다. 고위면은 해발고도 900m 이상의 고도에 300m 내외의 소기복을 이루면서 나타나고 중위면은 300∼700m에 걸친 고도에 나타난다. 저위면은 원주와 충주를 잇는 선의 서쪽 남한강 하류 등지에 나타나는 평탄면으로, 해발고도 30∼70m의 산록완사면과 70∼80m의 저구릉성 침식지형이 여기에 포함된다. 산정에 평탄면이 생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곳에 산성취락(山城聚落)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남한산성의 산성리(山城里)는 그 좋은 보기이다.
산록에는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산록완사면이 곳곳에 형성되어 있다. 그와 같은 산록완사면의 성인(成因)에 대해서는 아직 정설이 없으나, 제4기 한국의 기후환경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건조기후의 영력(營力) 외에 주빙하(周氷河)기후의 영력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빙하지형은 널리 발달하지 못했으며, 다만 백두산 일대의 고산지대에 권곡(圈谷)이 있음이 보고되어 있다. 그러나 주빙하작용을 받아 형성된 솔리플럭션(solifluction) 퇴적물과 암설류(岩屑流), 유상구조토(溜狀構造土) 등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솔리플럭션 퇴적물은 한국 남해안 일대의 비교적 고도가 낮은 곳에 형성되어 있으며, 암설류는 경사가 급한 산록에 분포한다. 유상구조토는 한라산의 정상 부근과 지리산의 정상 부근에 생성되어 있다. 경기의 북한산(北漢山)·수락산(水落山), 전북의 마이산(馬耳山), 충남의 가야산(伽倻山) 등지에서 발견되는 타포니(Tafoni)는 한국이 현재보다 건조했을 때 형성되었으라고 추측되는데, 현재 그 생성환경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천
압록강(鴨綠江)·대동강(大同江)·한강(漢江)·금강(錦江)·영산강(榮山江)·낙동강(洛東江) 등 대부분의 하천은 지형관계로 황해나 남해로 흐른다. 하천의 유량은 극히 불규칙하여 여름에는 홍수를 일으키는 하천이 많고, 갈수기에는 하상을 거의 노출시키는 하천들이 많다. 따라서 하천의 하황계수(河況係數)는 한강이 1:393, 낙동강이 1:372, 금강이 1:299로 다른 나라의 하천에 비하여 대단히 크다. 그와 같이 유황(流況)이 불안정하므로 홍수 때 많은 침식이 일어나고 토사가 흘러내려서 하류에 넓은 충적지를 이룬다.
하천은 대부분 심하게 곡류하지만, 산중사행성(山中蛇行性) 곡류가 대부분이며 자유사행천(自由蛇行川)은 거의 없다. 낙동강 하류와 한강 하류 등 대하천의 하류에 생성된 범람원과 대하천의 하구에 형성된 넓은 삼각주성 충적지는 대부분 중요한 농경지로 이용된다. 제4기의 기후변화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하안단구(河岸段丘)가 남한강의 상류인 단양·영월과 그 부근에서 발견된다. 단구면의 표면은 얇은 충적물로 덮여 있고, 단구는 여러 개의 단(段)으로 구성된다. 산록에 발달된 선상(扇狀)의 지형은 경남 사천시 용현면(龍見面) 덕곡리(德谷里) 일대 및 경주 불국사와 입실(入室) 일대에 분포하는데, 그 성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다.
하천의 하류 유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평야 중 대표적인 것은 한강 하류의 김포평야(金浦平野), 안성천 하류의 안성평야(安城平野), 금강 하류의 논산평야(論山平野), 만경강과 동진강 하류의 호남평야(湖南平野), 영산강 하류의 나주평야(羅州平野), 낙동강 하류의 김해평야(金海平野) 등이다.
해안
한국 국토는 반도이고, 서해안과 남해안의 해안선이 극히 복잡하여 해안선 총연장은 1만 7,361km(도서 포함)에 달하고 연안에 3,418개의 도서가 분포한다. 그들 도서 가운데 2,900개가 휴전선 이남, 518개가 휴전선 이북에 있으며, 유인도(有人島)는 전체의 약 1/3을 차지한다. 제주도(濟州島)를 비롯하여 거제도(巨濟島)·강화도(江華島)·진도(珍島)·남해도(南海島) 외, 주요 도서는 대부분 휴전선 이남의 서해안과 남해안에 분포한다.
동해안은 두만강 하구에서 부산 송도에 이르는 직선거리 809km, 실제거리 1,727km의 해안으로 해안선은 비교적 단순하며, 산지가 해안에 가까이 있어서 넓은 평야는 없다. 해안에 따라서 사구(砂丘)가 발달되어 있고, 경포(鏡浦)와 화진포(花津浦) 등 석호(潟湖)가 여러 곳에 형성되어 있다. 또 단속적으로 발달되어 있는 반월형의 사빈(砂濱)해안은 해수욕장으로 이용된다. 사빈해안 사이에는 암석해안이 나타나며 암석해안의 단애에는 타포니가 생성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타포니는 서해안의 암석해안에서도 발견된다.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해상에 화산도인 울릉도와 독도가 있다.
남해안은 부산 송도에서 전남 해남에 이르는 해안으로, 해안선이 극도로 복잡한 전형적인 리아스식 해안을 이룬다. 조차(潮差)는 서쪽으로 갈수록 점차 커지고 간석지가 곳곳에 형성되어 있어서 간척된 곳도 많다. 특히 남해안의 서부에는 약 2,000개 이상의 섬이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어 세계에서 보기 드문 다도해를 이룬다. 지절(肢節)이 다양한 해안부와 도서부 곳곳에 뛰어나게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산재하며, 대략 여수반도(麗水半島)를 경계로 동부에 한려해상(閑麗海上), 서부에 다도해해상(多島海海上)의 두 국립공원이 지정되어 있다.
서해안은 압록강 하구에서 전남 해남에 이르는 해안으로, 직선거리는 650km이나, 실제거리는 4,719km에 달한다. 특히 서해안의 남부는 해안선이 복잡하여 리아스식 해안의 발달이 현저하다. 서해안은 일반적으로 조차가 큰데, 특히 아산만 일대에서는 대조(大潮) 때의 평균조차가 8.5m 이상이 된다. 연안의 해저지형이 비교적 평탄하고 조차가 크므로 곳곳에 넓은 간석지가 형성되어 있으며, 그 간석지는 예로부터 간척의 대상이 되어 왔다. 지금까지 실시된 대규모 간척사업 중 대표적인 것은 전북 군산시(舊옥구군) 일대, 부안군 계화도(界火島) 일대, 전남 진도의 소포리(素浦里) 일대 등지에서 완공된 것들이다.
특히 인천지역은 지난 100여년 동안 전체 육지면적의 33.8%에 이르는 땅이 갯벌 매립으로 조성되었다. 그와 같은 대단위 간척사업들로 해서 서해안은 네덜란드의 해안과 더불어 인공에 의한 해안선의 형태 변화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안으로 유명하다. 간석지 후면에는 사빈해안이 형성되어 있어 해수욕장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해안을 따라 넓은 평지가 있고, 배후 산지가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해안부에서는 곳에 따라 사구의 발달도 볼 수 있다.
비교적 규모가 큰 사구는 충남 서산시 원북면(遠北面) 신두리(新斗里) 해안, 안면면(安眠面) 장곡리(長谷里) 해안, 전북 고창군 상하면(上下面) 해안 등지에 발달하였다. 그 밖에 곳곳에 암석해안도 형성되어 있고, 대천(大川)해수욕장 북쪽, 무창포(武昌浦) 해수욕장 남쪽 등지에는 파식대(波蝕臺)도 발달하였다.
특수지형
한반도의 특수지형은 카르스트지형, 화산지형이 있다. 석회암의 용식지형인 카르스트 지형은 석회암지대가 분포하는 강원과 충북 일대에 발달하였다. 카르스트 지형의 대표적인 특징인 돌리네는 주로 원형 또는 원형에 가까운 와지(窪地)를 이루며, 여러 개의 돌리네가 합쳐진 복합 돌리네도 곳곳에 형성되어 있다. 카르스트 지역에서는 하계망(河系網)의 밀도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카르스트 지형에서 나타나는 석회암 동굴도 대부분 강원·충북 일대에서 발견되는데, 중요한 것은 삼척의 환선굴(幻仙窟)·초당굴(草堂窟)·대이굴(大耳窟)·신령굴(神靈窟)·용연굴(龍淵窟), 정선의 주암굴(晝岩窟), 평창의 백룡굴(白龍窟), 영월의 고씨굴(高氏窟)·용담굴(龍潭窟), 단양의 고수굴(高藪窟)·노동굴(蘆洞窟)·남굴(南窟)·지하굴(地下窟), 원성의 금대굴(金垈窟), 봉화의 평천굴(坪川窟), 울진의 성류굴(聖留窟) 등이다. 그들 동굴 안에는 종유석과 석순을 비롯한 갖가지 아름다운 동굴지형이 형성되어 있어 대부분의 석회암 동굴이 관광지로 되어 있다.
화산지형은 백두산 일대, 철원∼평강, 신계∼곡산 일대 및 제주도·울릉도 지역에 발달해 있다. 한국의 화산지형은 비교적 적게 분포하는 편이며, 그 중 대표적인 곳이 백두산 지역이다. 백두산은 1597년, 1668년, 1702년의 세 차례 폭발 및 용암유출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실려 있는 대로 휴화산이다. 백두산의 산정부는 제3기의 화산 폭발로 형성된 것으로 보이며, 알칼리성 조면암(租面岩)을 주로 하는 종상화산(鐘狀火山)을 이룬다. 그러나 해발고도 2,200m 이하에서는 제4기에 용암이 분출하여 용암평원을 이루었으므로 순상화산(楯狀火山)의 형태를 보여준다. 중앙화구는 함몰되어 칼데라가 되었으며, 여기에 물이 괴어 천지(天池)를 이루고 있다.
백두산 일대에는 백두산 외에도 대연지봉(大脂峰:2,358m)·소연지봉(小脂峰:2,115m)·간백산(間白山:2,162m)·소백산(小白山:2,172m)·북포태산(北胞胎山:2,288m)·두류산(頭流山:2,309m) 등의 화산들이 있다. 특히 제4기 플라이스토세(世)에 백두화산대의 열하(裂)를 따라 분출한 용암류는 개마고원의 일부와 만주를 덮었는데, 그 면적은 동서 240km, 남북 400km에 이른다. 철원∼평강, 신계∼곡산의 용암대지도 제4기에 현무암의 열하분출로 이루어진 것이다. 당시의 열하분출의 중심지는 평강 남서부 약 3.5km 지점에 있는 압산(鴨山:453m)이라는 작은 화산으로 추측된다.
용암류의 일부는 한강하곡을 따라 흘러내려 전곡(全谷) 일대까지 이르른 것으로 보이며, 당시 용암류가 하상으로 흘러내려 하천력(河川礫)을 덮고 있는 것을 포천군 청산면(靑山面) 백의리(白蟻里)의 한탄강변에서 볼 수 있다. 제주도의 화산은 제3기말에서 제4기초에 걸쳐 분출된 것으로, 화산활동을 시기별로 5기로 나눌 수 있다. 용암은 총 79회 이상 분출한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화산의 형태가 다르게 나타난다.
한라산의 정상부는 종상화산을 이루나, 1,800m대 이하는 순상화산을 이룬다. 산정에는 동서 약 600m, 남북 500m의 화구호인 백록담(白鹿潭)이 있다. 또 한라산 산록에는 약 360개의 기생(寄生)화산이 분포하는데 대표적인 것은 천당봉(天堂峰:1,707m)·어후악(御後岳:1,025m)·어승생악(御乘生岳:1,176m)·성판악(城板岳:1,215m) 등이다. 《동국여지승람》 및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1002년, 1007년, 1455년, 1570년에 화산폭발이 있었으므로 한라산도 역시 휴화산이다. 제주에는 또 김녕(金寧)의 사굴(蛇窟)과 만장굴(萬丈窟), 한림(翰林)의 협재굴(狹才窟)과 같은 용암동굴도 형성되어 있다.
울릉도는 종상화산으로서 형성시기는 제3기 말로 추정되며, 조면암과 안산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고봉인 성인봉(聖人峰:984m) 북쪽에 화구원(火口原)인 나리(羅里)분지가 있다. 나리분지는 2㎢ 내외의 면적으로 해발고도 약 250m에 위치하며, 분지 안에 알봉이라는 작은 화산이 있는데, 그 정상부의 소화구에는 또 다른 작은 화산이 있어서 알[卵]처럼 보인다. 독도는 2개의 화산섬으로 나뉘어 있고, 최소한 2개의 화구가 관찰된다. 그러나 생성연대는 아직 불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