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 참 희안하재? -
권다품(영철)
밥을 하기 위해서 불을 때는 것은 노동이라는 생각에 하기 싫다고 한다.
어떤 목적 때문에 할 수 없이 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친구들이나 가족, 친지들과 어디 놀러가서 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아 얘기를 나누면서 불을 피울 때는 그렇게 즐겁단다.
그럴 것 같다.
그 모닥불에 밥솥을 얹어서 밥을 해먹기도 하고, 찌게를 끓이기도 하고, 밤이나 고구마를 구워 먹어도 참 맛있고 즐거울 것 같다.
TV에서 본 내용이다.
도시에서의 삶이 싫어서 산 속으로 와서 사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특별히 하는 일이 없다보니, 개를 데리고 상책삼아서 산을 한 바퀴 돌면 참 즐겁단다.
집앞 빈 땅을 파서 이것 저것 심어서 아들 딸들이랑나가까운 사람들과 나눠 먹는 것도 그렇게 즐겁단다.
내 생각이기는 한데, 자기가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땅을 파고 심어야 한다면 그렇게 즐겁지는 않았울 것 같다.
그 아주머니는 늘 다니던 산으로 놀러갈 때도 지게를 지고 간단다.
그렇게 산 여기 저기를 돌면서 놀다가, 마른 나무가 보이면 지게로 지고 오는 것도 참 즐겁단다.
나뭇짐을 지고 내려오는 데도 힘들고 귀찮다는 생각도 안 든단다.
어쩌다 발을 헛 디뎌서 나뭇짐이랑 같이 넘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단다.
그러면 그냥 "어머나 어머나"하면서 재밌다는 듯이 혼자 막 웃는단다.
나무짐을 지고 내려오거나, 일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비치는데도, 내 눈에도 전혀 노동으로 느껴지지 않고, 웃고 즐는 모습이었다
참 즐거워 보였다.
나는 시골에서 자란 탓에 어릴 때 산으로 나무하러도 많이 다녀 봤다.
어릴 때 친구들과 같이 지게를 지고 우루루 올라갈 때는 장난도 치고 온갖 소리도 다 하며 깔깔거리고 웃으며 올라간다.
나무하러 가는 것이 하나의 즐거운 놀이였던 것 같다.
지게에 나무를 얹을 때도, 서로 많이 질 수 있음을 보여주려고 힘자랑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못 일어나기고 하고, 또 발발 떨면서 일어나려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그러면, 친구가 나뭇짐과 함께 넘어졌는대도, 깔깔거리며 웃기도 한다.
그리고는 넘어진 지게를 잡아주는 친구도 있고, 넘어져 굴러간 나무를 줏어와서 같이 지게에 얹어주기도 하고....
"몇 개 내라뿌라." 하면, 자존심에 "질 수 있다."며 억지로 다 얹어서 지는 자존심 있는 친구들도 있었다.
다리가 떨리고 어깨가 내려앉을 것 같아서 몇 걸음 못 떼고 쉬어야 한다.
분명 힘이 들었는데도 이튿날 친구들이 가자면 또 간다.
노동으로 느껴지기보다는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버지를 따라 가거나, 집에 땔나무가 없다며 나무를 좀 해오라거나, 엄마가 "공부도 몬하는 기 나무나 해온나." 하면 그렇게 가기가 싫다.
누군가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일이라 노동으로 느껴지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 그렇게 하기 싫었다.
내가 어릴 때 우리 집은 정미소를 했다.
엄마는 가끔 심부름을 시킬 때도 있다.
"자전거 타고 서거정 방앗간에 가서 찹쌀 두어 되 좀 갖고 온나. 인절미 해묵구로." 하면, 가기가 싫어서 짜증을 낸다.
내키지 않는 일을 엄마가 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면 엄마는 "비러물 손, 서가정 가시나 만나러 갈 때는 한 가랭이에 두 다리 끼고 갈 끼다." 하며 잔소리를 하신다.
맞네!
서가정에 여학생들을 만나러 갈 때는 오르막인데도 자전거를 밟아도 와 그래 힘도 안 들고, 잔잔 바라바라 즐겁기만 했겠노?
남의 밑에서 일할 때는 퇴근 시간만 가다려지고, 자기 사업을 할 때는 직원들 퇴근 시간만 빨리 오고.....
사람 마음 참 희안하재?
어이, 심리학자들이 "자녀들에게 부모가 못 이룬 꿈이나 부모 생각에 좋을 것 같은 걸 강요하지 말고, 자녀가 하고싶어하는 것을 하게 하라." 카는 기 다 이유가 있는 기라, 그쟈?
2023년 12월 31일 오후 5시 0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