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 단어만 봐도 면을 흡입하는 경쾌한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 국수! 주변에서 부담 없이 가장 쉽게 접할 수는 요리이기도 한 국수는 사실 인류와 역사를 함께한 식재료다.
국수의 주재료인 밀은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되어 여러 지역으로 전파되었는데, 처음엔 주로 빵을 만드는 데 사용되다 아시아의 ‘탕’ 문화를 만나 발전해 현재와 같은 모습을 이루게 된다. 이후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파되며 현재 파스타의 기원이 되기도 했다.
창의력이 가득했던 한국의 선조들을 만난 국수의 변신도 퍽 재미있다. 작물에 따라 밀로 뽑은 잔치국수, 메밀로 뽑은 냉면과 막국수, 감자와 옥수수·고구마 전분 등으로 만드는 당면, 이외에도 쫄면, 도토리 국수, 밀면, 수제비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이 면들은 따뜻하거나 차가운 육수에 담기기도 하고, 또는 다양한 양념장들을 만나 수천 가지 변주곡을 만들고 있다.
국수의 발전은 아직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최근엔 육수나 양념뿐만 아니라 면까지 가게에서 직접 생산하는 곳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레시피를 온전히 완성시키기 위함이다. 이런 자가제면 식당들을 만날 땐 ‘면’이 익숙한 시중의 그것에 비해서 어떤 부분이 다른지 느끼면서 먹으면 더욱 즐거운 경험일 것이다.
특별하고 이색적인 면요리를 선보이는 맛집으로는 서울 남산 명동 금산제면소, 성수뚝섬 밀본, 부산 해운대 면식가, 강동 암사동 동신면가, 부산 해운대 송정집, 압구정 우형준정미소, 연남동 면식범, 성수 유면가, 신촌 정육면체, 종로 익선동 잘빠진메밀, 파주 파주뼈칼국수교하제면소, 서초 교대 미나미, 신사역 미미면가, 성수 뚝섬 송화산시도삭면, 강남역 신논현 호랑이식당, 을지로 부타이라무라, 천안 성정 미미제면소, 제주 월정리 청춘제면소, 성신여대 라라면가, 신사 가로수길 낭만국수, 인천 부평 면화당, 청담 덕후선생, 연남동 포가, 망원동 세도식, 홍대 상수 탐라식당, 홍대 합정 세상끝의라멘, 제주 레이식당, 인천 청라 권오길손국수, 후암동 도동집, 서래마을 레스트로, 익선동 익선디미방, 홍대 탄탄면공방, 이태원 한남동 이태원우육미엔, 송파 카페거리 미엔아이, 홍대 상수 침사추이누들 등이 유명하다. 전국에 여러지점을 두고 있는 제일제면소, 청키면가 등도 있다. 탱글한 면발에 색다르고 깔끔한 국물이 어우러진 이색적인 면 요리 신상 맛집 BEST 5를 소개한다.
1. 차가운 몸을 녹여주는 진한 국물, 성수 ‘유면가’
이미지 출처: smihani님 인스타그램
이미지 출처: youmyeonga님 인스타그램
‘유면가’는 압구정 유명 프렌치 레스토랑 ‘루이쌍끄’를 운영했던 이유석 셰프의 새로운 공간이다. 한국, 중국, 일본 세 국가의 면 요리를 기본으로 하여 계절마다 달라지는 메뉴를 선보인다. 가을 대표 메뉴는 맑은 고깃국물에 어우러진 칼국수면 위로 차돌양지, 소 갈빗살, 우설, 아롱사태 등을 얇게 저며 올린 ‘육포면’. 한우 마구리 뼈를 오랜 시간 끓여 깊은 맛이 우러난 국물과 부드럽게 씹히는 면발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육포면은 처음에 담백한 맛을 온전히 느낀 후, 국물을 절반 정도 남았을 때 밑반찬으로 나오는 부추 무침을 국물에 풀어 얼큰한 버전으로도 즐길 수 있다.
식신TIP
위치: 서울 성동구 서울숲길 51-1
영업시간: 평일 11:30 – 20:00, 토요일 11:30 – 15:00, B/T 15:00 – 17:00, 일요일 휴무
가격: 육포면 11,000원, 닭곰탕면 8,500원
후기(식신 소나무야): 이쌍끄를 자주 갔었는데 셰프님이 국숫집을 한다니..! 소문 듣고 찾아갔는데 역시는 역시였습니다. 국수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인지 새삼 깨달았어요.. 요즘 같이 날씨 추울 때 육포 면이나 닭곰탕 면 먹으면 몸이 후끈후끈해져요!
마음(情), 고기(肉), 국수(麵), 식당(體)을 뜻하는 한자를 합쳐 상호명을 지은 ‘정육면체’. 별도의 첨가물 없이 엄선한 밀가루와 물, 소량의 전분으로만 면 반죽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숙성과 압축 과정을 거쳐 완성된 쫄깃한 면발은 식사 후에도 편안한 속을 자랑한다. 대표 메뉴 ‘깨부수면’은 땅콩과 깨를 갈아 만든 즈마장의 고소한 냄새가 입맛을 돋워준다. 탱글한 면발을 진득하게 감싸는 즈마장은 중간중간 씹히는 고기가 감칠맛과 씹는 재미를 살려준다. 기호에 따라 고수, 라유, 흑초 등을 곁들여 먹어도 좋으며 음식마다 어울리는 소스는 메뉴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면 사리는 1회에 한하여 무료로 리필 받을 수 있으니 참고할 것.
식신TIP
위치: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5다길 22-8 1층
영업시간: 매일 11:00 – 21:00
가격: 깨부수면 9,000원, 우육면홍탕 8,000원
후기(식신 Sixxby):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신기한 요리를 많이 만나볼 수 있어 좋았어요. 매장이 바 자리로 이루어져 있어서 혼밥 하기에도 좋더라구요. 저는 깨부수면을 먹었는데 소스가 진짜 입에 착착 달라붙는 맛이라 싹싹 긁어먹었네요.
연남동 동진시장 인근에 위치한 ‘면식범’은 홍콩식 면 요리와 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모던 바로 운영하고 있다. 어둑한 조명 속 붉은 네온사인으로 꾸민 매장 내부는 이국적이면서도 힙한 감성이 물씬 풍긴다. 대표 메뉴는 이즈니 버터로 만든 갈릭 버터 소스로 에그 누들과 표고버섯, 팽이버섯, 차나무 버섯 볶아 낸 ‘트러플 에그 누들’. 마지막에 트러플 오일을 살짝 뿌려 부드러운 버터 소스의 맛과 짙은 트러플의 풍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밀가루와 달걀을 1:1 비율로 섞어 반죽하여 만든 면발을 한번 삶은 후 튀기고 말리는 과정을 거쳐 꼬들꼬들한 식감을 최대화한 점이 특징이다.
따뜻한 느낌을 풍기는 이탈리아 식당이라는 컨셉에 맞춰 원목 가구로 꾸민 매장 내부가 안락한 느낌을 주는 ‘콘메’. 유기농 밀과 세몰라, 달걀 세 가지 재료로만 만든 반죽으로 페투치네부터 링귀니, 먹물 링귀니, 리가토니, 카바텔리, 뇨끼, 스파게티니까지 7가지의 파스타를 직접 뽑아 사용한다. 대표 메뉴 ‘타르투포 풍기 에 살시치아’는 포르치니 크림과 달걀노른자, 트러플 살사로 진한 풍미를 살린 소스에 리가토니와 구운 살시치아, 버섯을 곁들여 낸다. 트러플의 풍미가 감도는 꾸덕꾸덕한 소스에 쫀득한 리가토니와 탱글한 버섯, 감칠맛 가득한 살시치아가 어우러지며 선사하는 풍성한 맛과 식감이 일품이다.
후기(식신 고무산과나): 매장에 들어서면 빵 굽는 냄새가 솔솔 나요. 파스타 면뿐만 아니라 빵도 직접 만들어서 식전 빵을 주는데 식전 빵도 진짜 고소하니 맛있더라구요. 가장 인기 많은 타르투포 풍기 에 살시치아로 먹었는데 소스가 리가토니 속까지 잘 들어가 있어 간이 정말 좋았어요.
‘송화산시도삭면’은 건대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산시성 요리 전문점이다. 하얼빈 출신의 사장님이 고향에서 먹던 맛을 고스란히 재현한 음식을 만나볼 수 있다. 대표 메뉴는 숙성 과정을 거친 두툼한 반죽을 즉석에서 칼로 썰어 만드는 ‘도삭면’. 칼로 비스듬히 썰어낸 면발은 바깥쪽과 안쪽의 두께가 달라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적인 식감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화자오와 산초, 팔각, 정향 등 다양한 향신료로 맛을 낸 국물은 이국적인 풍미와 탁 치고 올라오는 매콤함이 묘한 중독성을 자랑한다. 쇼마이, 쇼룽포오 등 촉촉한 육즙이 매력적인 딤섬도 도삭면과 함께 즐겨 찾는다.
식신TIP
위치: 서울 광진구 뚝섬로27길 48
영업시간: 매일 11:00 – 23:00, 화요일 휴무
가격: 도삭면 7,000원, 쇼마이 7,000원
후기(식신 칠백삼십일번): 건대 차이나타운 안에 있어서 중국풍 느낌이 나는 곳입니다. 도삭면 맛집으로 잘 알려졌지만 단골들은 여기가 동네 숨은 만두 맛집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