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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양 죽녹원 | |
ⓒ 홍성현 |
사전에 준비도 없이 급작스럽게 떠난 여행. 평소 남해 여행을 가고 싶어했던 사촌형의 부름에 응답해 2박 3일 동안 담양-순천-남해-통영을 다녀왔다. 사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는 나는 처음에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태어나서 변변찮은 여행 한번 못 가본 나에게 인생의 중요한 경험이 될 것 같아 승낙했다. 충주에서 3시간 남짓 운전해 먼저 담양 죽녹원에 도착했다.
태어나서 저렇게 대나무가 우거진 곳을 가본 적이 없었다. 연인끼리 가도, 가족끼리 가도 안성맞춤일 장소로 보였다. 산책로는 총 4.2km로 운수대통길·죽마고우길·철학자의 길 등 8가지 주제의 길로 구성되어 있다. 담양 죽녹원은 대나무에서 음이온이 방출돼, 바깥보다 온도가 3도가량 낮다고 한다. 실제로 죽녹원을 산책하면서 산들산들한 바람이 불어와 시원하고 무엇보다 마음과 정신이 정화되고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죽녹원의 주위에는 담양의 유명한 먹거리인 떡갈비와 죽통밥을 파는 식당들이 즐비해 있다. 아침부터 허기가 져서 허겁지겁 먹느라 미쳐 사진에 담지 못 했다. 죽통밥은 대나무향이 가득해 산뜻한 맛이 났고 떡갈비는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오히려 밑반찬으로 나온 죽순무침이 굉장히 맛있었다. 가격은 비싼감이 있지만 한 번쯤은 먹어볼 만한 것 같다.
시원한 공기의 향연... 메타세콰이어
▲ 담양 메타세콰이아 | |
ⓒ 홍성현 |
식사를 마친 후, 담양의 또 다른 명소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에 갔다. 메타세콰이어는 산책로가 워낙 길고 산책로 중간 중간에도 입구가 있어 매표소가 여러 군데 설치돼 있다. 원래는 무료 입장이었지만 올해 1월 15일부터 유료화가 추진되어 입장료를 받고 있다. 자전거는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며 오직 도보로만 산책이 가능하다. 길 양 옆으로 시원시원한 나무들이 장대처럼 서 있는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보기보다 산책로가 굉장히 길어서 완주하기는 힘들다. 그리고 공기가 시원시원하고 상쾌하지만, 계속해서 똑같은 광경이 펼쳐지기 때문에 지루한 감도 있다. 이 곳은 연인과 와서 같이 걸으며 도란도란 얘기도 하고 힘들면 근처 원두막에 누워서 낮잠을 자기에 딱 좋은 공간이다.
세계 5대습지... 순천만
▲ 순천만 | |
ⓒ 홍성현 |
메타세콰이어를 뒤로하고 또 다시 길에 올라 몇 시간 뒤에 순천의 명소 순천만에 도착했다. 운전하는 동안 비가 많이 와서 걱정을 했지만, 이상하게도 순천만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뚝 그쳤다. 순천만은 앞에서 본 죽녹원이나 메타세콰이어와는 달리, 연인들이 무척 많았고 젊은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다. 사실 저 사진을 찍기까지 무척이나 고생을 했다.
순천만은 배를 타고 습지를 둘러볼 수 있는데 아쉽게도 배 티켓을 예매하지 못 했고 도착했을 땐 이미 마지막 배가 출항준비를 하고 있었다. 순천만은 세계 5대 습지 중 하나로 습지는 기후조절기능, 홍수방지기능, 동식물에 의한 수질정화 기능, 용수공급원 기능, 생태계의 연결고리기능 등 생태계 유지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 걷고 또 걷고, 산까지 올라서 매우 힘든 상태였는데 저 광경을 보고 나니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느꼈다.
저녁식사는 순천의 먹거리인 꼬막정식을 먹었다. 꼬막정식은 꼬막을 양념으로 무쳐서 밥에 비벼먹는 음식으로 양도 굉장히 푸짐했고 맛도 만족스러웠다. 꼬막만 먹으면 비리기 때문에 된장찌개와 같이 먹는 것을 추천한다. 이렇게 순천을 마지막으로 첫 날 여행을 마쳤다.
다도해의 절경... 남해대교
▲ 남해섬과 남해대교 | |
ⓒ 홍성현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대충 컵라면으로 아침을 떼우고 부랴부랴 남해로 출발했다. 남해의 여행코스로는 남해대교, 다랭이 마을, 독일 마을 순으로 다녀왔다. 남해대교는 남해섬과 육지를 잇는 현수교로서 박정희 시대에 지어진 당시 동양 최대의 현수교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금문교의 크기에는 미치지 못 하지만 그 멋만큼은 뒤쳐지지 않는다.
현재는 섬과 육지를 잇는 역할 뿐만 아니라 관광효과도 내고있다. 남해대교의 백미는 대교를 드라이브하면서 옆으로 펼쳐지는 다도해의 절경이다. 확 트인 바다와 맑은 구름은 기분을 뻥 뚫리게 해주었고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한국적인 매력... 다랭이 마을
▲ 다랭이 마을 | |
ⓒ 홍성현 |
남해대교를 지나 얼마 뒤에 가천 다랭이 마을에 도착했다. '1박 2일'에서 방영되어 유명해진 다랭이 마을의 다랭이는 '산 골짜기의 비탈진 곳 따위에 있는 계단식의 좁고 긴 논배미'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농사지을 땅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생긴 기이한 논인 것이다. 이 곳에서는 아직도 지게를 지고 일을 하며, 마을 제사인 동제를 올리는 등 한국적인 멋과 매력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다랭이 마을의 또 다른 볼거리는 마을 각 집의 지붕인데, 지붕마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이 그려져있다. 마을 어귀로 들어가면 또 다른 관광명소인 남성과 여성을 상징하는 바위인 일명 '암수바위'가 있다. 이 곳에서 기도를 하면 옥동자를 낳는다는 전설이 내려져 오고있다. 사실 다랭이 마을을 거쳐 절경을 보기 위해 보리암으로 향했지만 갑자기 날씨가 안 좋아지고 안개가 껴서 절경을 사진에 담을 수 없었다.
환상의 커플... 독일 마을과 원예예술촌
▲ 독일 마을 | |
ⓒ 홍성현 |
보림암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해안도로를 타고 미국마을에 도착했다. 원래 미국마을은 여행계획에 없었는데 독일마을을 가는 길에 있어 들르게 되었다. 미국마을을 보자마자 느낀 것은 '별로'이다. 막상 둘러보니 그냥 미국식 펜션 몇 개 있는 것이 전부였다. 미국마을에서 10분가량 소비하고 서둘러 독일마을로 떠났다.
드라마 한예슬, 오지호 주연의 '환상의 커플'로 유명한 독일마을은 아기자기한 멋이 있었다. 비록 집이 모두 주황색 지붕이라 다양한 멋은 없었지만, 저 멀리 보이는 바다와 마을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의 멋을 연출했다. 사실 독일과 별로 관련은 없어보이지만 마을 나름대로의 이국적인 풍경과 멋이 굉장히 좋았다.
독일마을 근처에는 원예예술촌이 있다. 입장료는 성인 5000원이라 좀 부담스러운 편이긴하지만 충분히 그만큼의 값을 한다고 생각한다. '테마환경관광'코스인 원예예술촌은 원예전문가를 중심으로 예술촌 내 주택과 정원을 세계 각 나라의 이미지와 테마에 맞게 조성하고 있으며 실제 전문 원예인들이 예술촌을 가꾸고 있다. 코스 중간에 있는 유자아이스크림은 그 지역의 명물로 맛 보고 가는 것이 좋다.
이렇게 짧은 남해 여행을 마치고 마지막 목적지인 소매물도로 가기 위해 통영으로 차를 돌렸다. 통영에 오자마자 굉장히 허기가 져서 바로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저녁 메뉴는 회와 통영의 명물 충무김밥. 충무김밥은 밥을 김에 싸서 오징어무침과 함께 먹는 통영의 대표적인 명물이다. 또한 통영 어시장은 회가 굉장히 싸서 여럿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통영의 대표적 먹거리로 꿀빵을 뺄 수 없는데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와는 맞지 않았다.
'쿠크다스 섬'... 소매물도
▲ 소매몰도 | |
ⓒ 홍성현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컵라면으로 아침을 떼운 후, 통영 여객터미널로 향했다. 이번 여행의 백미 '쿠크다스 섬'으로 유명한 소매물도로 가기 위해서이다. 통영 여객터미널에서 1시간 30분정도 소요된다. 뱃멀미가 거의 없는 편인데 이상하게 파도가 너무 세서 멀미를 심하게했다. 속이 너무 메스껍고 어지러워서 1시간 30분은 정말 지옥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어렵게 도착한 소매물도. 이미 몸이 만신창이가 돼서 포기할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예상대로 소매물도로 가는 길은 굉장히 험난했다. 언덕을 오르고 산을 넘어 가야했다. 어렵사리 소매물도로 온 일행은 잠시 대기해야했다. 소매물도로 들어가기 위해선 물때시간이라고 하여 소매물도로 이어지는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성미가 급한 관광객들은 무턱대고 들어가려고하지만 그럴때면 어김없이 인근 어선에서 불호령이 떨어진다. 심할 경우 욕까지 들을 수 있으니 물때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물때시간에 맞춰 소매물도로 들어간 나는 지금까지 고생한 보람을 느꼈다. 사방이 확 트인 맑은 바다로 둘러싸여서 장관을 연출했다.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된다는 '물아일체'를 어느정도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소매물도가 쿠크다스 섬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이 섬에서 쿠크다스 광고를 촬영했기 때문이다. (쿠크다스 상자를 잘 살펴보면 소매물도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2박 3일간의 짧은 여행을 뒤로 한채 집으로 향했다. 여행을 하는 동안 내 감정은 '귀찮음-멋짐-아쉬움'으로 변해 있었다. 그 만큼 평생 잊지 못 할 소중한 기억이자 경험이 되었으며 다음엔 내 아내와 자식들과 함께 오고싶다는 생각이 들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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