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평지보다는 산지에서 나는 차가 향미가 짙다.
좋은 차가 나는 지형은 평지나 구릉지보다는 산지이다. 그래서 ‘곡중위상(谷中爲上)’이라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평지는 대부분이 황토질이고 기개간지(旣開墾地)로서 이미 작물을 재배했던 땅이다. 이에 비해 산지는 자갈과 모래가 많이 섞인 난석마사토(爛石磨砂土)가 많고 미개간지로서 부엽토가 풍부한 땅이다.
차나무는 그 뿌리의 성질이 직심근성(直深根性)이므로 시비(施肥)가 용이한 평지보다는 배수가 잘 되고 뿌리를 깊게 내릴 수 있는 산지의 토양이 알맞다.
그리고 산지는 평지에 비해 기온이 낮고 일교차도 심하여 차잎의 성장속도가 더디므로 성분과 향미가 짙은 차잎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평지차는 대규모 기계 생산으로 생산성이 높은 저렴한 대중차를 만들고, 산지차는 품질을 높혀서 세계의 명차(名茶)들과 어깨를 같이 할 수 있는 고급차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2. 차밭의 방향에 따라 차잎의 성질이 다르다.
일찍이 초의의순은 <동다송>에서 하동의 화개 지역을 ‘사오십리에 걸쳐 차나무가 비단처럼 펼쳐져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다.’라고 노래하였다.
이어서, ‘화개동에는 옥부대가 있고 그 아래에 칠불선원이 있는데, 공부하는 스님들은 늘 가을에 센 차잎을 따다가 햇볕에 말려 시래기국처럼 끓여서 마신다. 그 색은 붉고 진하며 그 맛은 쓰고 떫다.’라고 하면서, ‘좋은 차잎을 잘못 만든 것’이라 비판하였다.
<다신전>과 <동다송>의 내용으로만 보자면, 초의의순은 명나라이후에 정립된 덖음 잎 녹차(炒菁綠散茶;초청녹산차)만을 신봉했을 뿐이다. 그러나 초의에게 보낸 다우(茶友) 추사의 편지에는 초의가 만든 덩이차를 칭송한 내용이 있고, 초의의 다맥을 이었다는 응송은 초의차는 ‘밀실건조’한다고 하였다.
사계에서는 <동다송>의 잣구(字句)에만 얽매여 우리차의 지평을 스스로 옹색하게 만드는 것 아닌지?
하동 화개에 조성되어 있는 차밭의 환경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평지가 적고 산지가 많은 가파른 산비탈과 섬진강과 화개천으로 흘러드는 계곡 속에는 각 농가에서 관리하는 소규모의 차밭들이 숨어 있다.
그러나 화개의 차밭들도 토질, 지형, 고저 등을 잘 따져보면 각각의 차밭에서 나는 차잎들의 품질과 성질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차밭의 방향이야말로 차잎의 성질을 결정짓는 관건적 요소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차잎의 성질은 토질, 지형, 시비의 여부와 그 양의 다소 등에 영향을 받는 차잎의 품질과는 조금 다른 것으로 ‘그 차잎의 품성이 어떤 차류에 적합한가?’라는 의미이다. 이는 일조량의 차이에 따른 폴리페놀과 카페인의 함량 차이에서 오는 것인데 여기에 관한 상론은 뒤로 미룬다.
화개 차밭의 방향은 크게 세 지구로 나눌 수 있는데, 탑리 이북 쌍계사쪽의 북방과 칠불사쪽의 남향, 그리고 탑리 이남의 서향이다. 지리산은 장년기 지형의 오래된 산으로 계곡이 깊고 등성이의 요철이 심하여 위의 세 가지 지구 안에서도 방향이 다른 차밭이 혼재되어 있다.
일조량은 서남향이 많고 동북향이 적은데, 일조량이 적은 동북향의 차잎은 부드럽고 달아서 녹차를 만들기에 알맞고, 서남향의 차잎은 발효차를 만드는 것이 좋았다. 다시 세분하면 서향은 경발효차인 청차나 백차가 남향은 강발효차인 홍차나 흑차가 알맞다.
그 옛날, 남쪽을 바라보며 자리한 칠불사의 스님들이 늦게 딴 센 차잎을 햇볕에 말려 만든 흑차(?)를 진하게 끓여 마신 것은 다 그렇고 그런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3. 맺음말.
구체적 계량과 과학적 분석이 결여된 시론(試論)을 감히 내어놓는 것은, 우리차의 지평과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넓혀보자는 졸견의 발로이자, 사계 전문가들의 관심과 연구를 촉구함이다.(hadongtea.com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