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15 (목) 공무원들 어쩌나…"퇴직해도 연금 못받게 생겼다"
"가뜩이나 박봉인데 이제 퇴직해도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되는 상황입니다. 7년이나 대책 없이 손놓고 있던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공무원노동조합연맹 관계자의 말이다. 올해 퇴직하는 공무원부터 공무원 연금 지급 연령이 정년퇴직 나이인 60세 이후로 늦춰지면서, 퇴직 후에도 연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소득 공백자' 1700명이 처음으로 발생했다. 이런 연금 소득 공백자는 점차 확대돼 2033년까지 소득공백을 경험하게 되는 퇴직 공무원이 누적 96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노총 내 공무원노동조합연맹,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우정노동조합 등 3개 단체가 참여해 만든 연금공동투쟁본부는 9월 14일 오전 10시 30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출범식 갖고 이같이 밝혔다. 3개 단체 조합원 수를 합치면 18만여명으로, 국내 공무원 노동단체 중 최대 규모다. 2015년 당시 정부와 여야는 재정 고갈 우려 등을 이유로 공무원 연금 체계 개편에 합의했다. 연금법 개정 등을 통해 정부는 '많이 내고 적게 주는' 기본 개편에 더해 연금 지급 연령도 정년 보다 늦추기로 했다.
1996년 이후 공무원 입직자에게 적용되는 2015년 연금 개혁에 따르면, 공무원 연금 지급 연령은 정년 퇴직 연령(60세) 보다 순차적으로 뒤로 미뤄진다. △2016~2021년 퇴직자는 60세부터 연금 지급 △2022~2023년 퇴직자는 61세 △2024~2026년 퇴직자는 62세 △2027~2029년퇴직자는 63세 △2030~2032년 퇴직자는 64세 △2033년 이후 퇴직자는 65세부터 지급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정년 퇴직을 해도 연금을 받지 못하는 '소득 공백' 공무원은 올해부터 발생했다는 게 공투본의 주장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올해 이미 1700명의 정년퇴직자가 길게는 1년 넘게 소득이 비는 상태가 된다.
예상대로라면 소득 공백자는 앞으로 점차 늘어나게 된다. 공무원 채용 인원 자체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1996년 이후 입직 공무원의 숫자를 계산해 보면, 2033년까지 1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공투본의 추산이다. 연금공투본이 공무원 연금공단의 2021년 연금통계자료를 활용해 재직기간 별 인원 통계로 추산한 결과, 1996년 이후 임용된 공무원 수는 전체 직렬을 합산해서 96만6841명이라는 주장이다.
공투본 측은 "2015년 공무원 연금 개혁 당시 정부와 여야가 국민대타협 기구 합의문을 작성해 공무원 연금 지급개시 연장에 따른 소득공백 해소, 정년 연장 방안 마련을 약속했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논의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 5년간 최저임금은 매년 7.4% 인상할 동안 공무원보수는 1.9%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5~6% 달하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임금인상분은 삭감됐고, 최저임금 아래 9급 공무원이 있는 지경"이라고 성토했다.
한편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은 연령차별 금지를 통해 공무원 정년이 없으며, 정년과 연금 수령 나이가 일치한다. 일본도 정년퇴직과 연금수령 나이가 모두 65세며, 독일과 프랑스도 67세로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공투본은 출범선언에서 △소득공백 해소 쟁취 △연금특위 사회적 대화 기구 설치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실질임금 상승을 위한 공무원보수 법제화 기구 설치 등을 촉구했다.
태풍 또 올라온다… 14호 난마돌, '기차 탈선' 바람 몰고 제주 접근
제14호 태풍 ‘난마돌’(NANMADOL)이 발생해 오는 9월 19일 제주로 향할 수 있다고 기상청이 14일 예보했다.기상청에 따르면, 제26호 열대저압부가 9월 14일 오전 3시 태풍 ‘난마돌’로 발달해 오키나와 동남동쪽 1300㎞ 해상에서 시속 13㎞ 속도로 동진 중이다. 중심기압은 996hPa(헥토파스칼), 강풍 반경은 230㎞, 최대 풍속은 초속 18m로 관측됐다.
‘난마돌’은 미크로네시아에서 제출한 태풍의 이름으로, 폰페이 섬 동쪽 해안에 있는 수상 도시 유적의 이름이다. 태풍은 9월 18일까지 일본 오키나와 북북동쪽 약 200km 해상으로 서서히 접근하겠고, 9월 19일 오전 3시 제주도 서귀포 남남동쪽 약 280㎞ 해상까지 북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태풍의 중심기압은 970hPa, 강풍 반경 350㎞, 최대 풍속 초속 35m, 태풍 강도는 기차가 탈선하는 정도인 ‘강’으로 예측됐다. 다만 난마돌의 진로는 아직 유동적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으로 막 성장해 변동성이 큰 만큼 오는 9월 16일쯤 진로가 선명해질 전망”이라고 했다.
서울 마지막 달동네 '구룡마을' 관광객 북적…기생충·오겜 여파
"날씨가 좋으면 주말마다 외국인들이 카메라를 들고 마을 곳곳을 다녀요." 9월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판자촌 구룡마을에서 만난 유귀범 구룡마을주민자치회장(74)은 웃지도 울지도 못할 표정으로 마을 입구를 바라봤다.유씨는 "서울의 강남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외국인 눈에 이색적으로 보이는 모양"이라며 "우리로서는 부끄럽지만 영화 '기생충'이 인기몰이를 한 뒤부터는 관광지가 돼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 "여기가 한국 맞아?"
주말마다 구룡마을 관광 행렬 여름 태풍이 한차례 휩쓸고 간 구룡마을은 맑은 하늘 아래 주변의 마천루와 대조를 이뤘다. 빗물에 범람했던 마을 개천은 다시 잠잠해졌고 태풍에 무너진 나지막한 집들은 보수공사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었다. 나무로 지붕을 덧댄 판잣집과 고층 아파트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질적인 분위기를 냈다. 구룡마을은 최근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 화려한 도시의 이면을 비추는 이색 관광지로 인식되고 있다.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오징어게임'과 같은 문화 콘텐츠가 해외에서 메가 히트를 달성하면서 한국의 빈부격차를 눈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씨는 "날씨 좋은 날이면 젊은 외국인들이 데이트하듯 마을에 놀러 온다"고 말했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한 주민도 "휴대전화를 촬영용 봉에 끼워서 2~3명씩 돌아다니는 외국인들을 종종 본다"며 "동물을 보는 눈빛으로 구경하는 것이 느껴질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튜브에서 구룡마을(Guryong village)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최근 마을을 탐방한 후기를 담은 해외 유튜버들의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상 속 구룡마을은 '서울 최악의(The WORST) 슬럼가', '한국 최대의 슬럼가 내부'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영상은 성인 한 명이 지나가기도 비좁은 골목 곳곳과 주민들의 판자촌 생활 모습을 자세히 담는다. 겨울을 대비해 창고에 연탄을 쌓아둔 풍경과 벽에 래커 스프레이로 지번을 표시한 풍경도 관심 있게 조명했다. 댓글에는 "이곳이 한국이야?", "인터넷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라는 반응이 달리기도 했다.
◇ 구룡마을이 韓 빈부격차 실상?… "구경거리 전락 불편해"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게임과 같은 K-콘텐츠가 해외에서 대대적인 관심을 받은 뒤 구룡마을은 의도치 않게 한국의 실상을 대표하는 장소로 외신의 주목받았다. 기생충을 통해 한국의 반지하 주거 형태가 전 세계에 알려진 이후 2020년에는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방송이 마을을 집중 취재해 보도하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은 외부의 시각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구룡마을에서 30년 넘게 거주한 마모씨(68·여)는 "한 달 전쯤 외국인 관광객들이 와서 여기저기 촬영하더니 간식이라고 빵을 주고 가더라" 며 "마을이 구경거리로 비치는 모습이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이모씨(83)는 "일주일 전쯤에도 외국인 몇 명이 더듬더듬 한국말로 길을 물어보기도 하고 촬영도 해갔다"며 "보는 사람은 신기할지 몰라도 우리는 살아가는 곳인데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구룡마을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준비하며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정부가 개포동 일대 무허가 주택을 철거한 뒤 이주한 주민들이 형성한 동네다. 현재 구룡마을 1~8지구에는 약 550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거주민들은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제공하는 임대 아파트로 임시 이주가 가능하다. 그러나 도시 개발 이후 재입주 조건이 높아질 것을 우려한 거주민들이 개발 예정인 마을 내 일부 지역 토지매입우선권을 요구한 상태다. 서울시와 마을 거주민 사이 합의가 미뤄지면서 구룡마을은 수년째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남아있다. 구룡마을에서 30년간 거주한 한 주민은 "이곳에 사는 모습이 자랑스러운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한국이라는 나라를 우리 마을로 기억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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