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몇 번 열무 물김치 담가 먹은 뒤로 한동안 국물김치 없이 살았다.
시장이나 슈퍼에는 언제든 있지만 우리 밭에 열무가 없기 때문이다.
일요일 밭에 가니 어느새 김장무가 쑥 자라 잎사귀의 기상이 씩씩했다.
왜그런지 몰라도 배추는 옮겨 심어도 되는데 무는 옮겨 심으면 못 산다.
씨앗 뿌린 그 자리가 평생 자기 자리다.
싹 난 자리보다 옮겨 심으면 더 잘 자라는 식물이 많은데, 처음 하늘 본 자리
떠나면 죽는 무의 특성은 이채롭고 호감 간다.
촘촘하게 난 김장무를 최대한 커졌을 때의 크기 감안해 적당한 간격으로 솎았다.
두어번 더 솎아 먹을 것도 염두에 두었다.
저녁밥 먹고 난 뒤 텔레비전 보는 옆지기더러 마늘 좀 까라 하고 풀물을 끓였다.
씻은 무 소금에 살짝 절이고 홍고추와 마늘을 믹서기에 갈고 양파는 채썰었다.
절인 무를 물로 한 번 헹구고는 간 양념과 채썬 양파 넣어 버무려서는 소금으로
간 맞춘 풀물을 짤박하게 부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첨가하는 나만의 비법.
"김치야, 김치야, 맛있게 익어야돼!" 이 주문을 반드시 한다.
일을 끝내고 나니 어느 새 자정.
이렇게 나의 일요일 밤은 당신들의 평일 낮보다 더 바쁘다.^^
'우리들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는 길고 재미있는 가요 제목이 있다. |
첫댓글 흐흐..자뻑이라.....설명을 들어본 적이 없어도 그 의미를 알수 있는 인터넷언어. 아니, 인터넷 속어라고 해야것죠^^
그런데 이 말 만큼 함축적이고 적절한 단어가 또 있겠나 싶네요. 풀어쓰면 '꼰데'같은 느낌이 나는 것을 어쩔 수 없
습니다, 그죠~ 내 스스로 만족하는 물김치, 자아도취 물김치, 자뻑 물김치......
인터넷 언어(속어)는, 어쩌면 우리 속에 잠재된 발랄하고 경쾌한 젊음을 톡톡 건드리는 자극일지 모릅니다.
잘 끓인 풀물과 절인 무, 갈은 홍고추와 마늘 채썰인 양파만 보아도 맛난 물김치 입맛이 도는데 거기다 신비의 주문이
더해졌으니 기막힌 맛이겠지요^^
참 상큼해보이네요...쩝...배달 좀 안되나요?...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