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숄츠 독일 총리가 레오파드 2A6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군과 정부의 비리 스캔들과 관련, 대통령 행정실 차장을 바꾸고, 중앙 부처 차관 4명과 5개 주지사에 대한 인사 조치를 24일 단행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백악관이 주력 전차(탱크)인 '에이브럼스' 30대의 우크라이나 제공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슈피겔:숄츠 독일 총리, 레오파드 2 탱크의 우크라이나 이전에 동의/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러-우크라 언론에서 오늘의 이슈를 찾아내 정리하는 우크라 이슈진단-24일자/편집자
◇ 우크라이나에게 '계륵'(鷄肋)이 된 바흐무트 방어
우크라이나군 합참(합동참모본부)는 24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군의 공격이 바흐무트와 아브디프카 방향으로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쿠퍈스크 방향으로 진격해 오는 러시아군을 격퇴하는 등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내 공세도 좌절시켰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러시아어판)은 이날 바흐무트 근처에서 가장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특히 바흐무트 남서쪽으로 20㎞ 떨어진 콘스탄티노프카시(市)로 전투가 옮겨가고 있다고 전했다. 콘스탄티노프카는 바흐무드 주둔 우크라이나군에게 가장 중요한 병참기지다.
스트라나,ua가 바흐무트 전투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소개한 지도. 왼쪽 끝에 콘스탄티노프카가 있고, 오른쪽의 바흐무트(푸른 색 사각형 표시)로 향하는 길목에 스투포츠키(붉은 색 원)가 있다. 러시아군이 콘스탄티노프카와 바흐무트 간의 고속도로를 차단하기 위해 스투포츠키를 공략중이라고 한다/사진출처:스트라나.ua
친러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수장 푸실린은 "콘스탄티노프카에서 바흐무트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는 이미 러시아군의 사정권 안에 들어갔다"며 "바흐무트로의 물자 공급 루트가 차단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스트라나.ua는 밝혔다.
바흐무트 공략에 앞장서고 있는 러시아 용병 단체 '와그너 그룹'의 수장(창설자) 친 푸틴 올리가르히 프리고진은 "바흐무트 전투의 목표는 도시 점령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군수및 병력 지원을 이 곳에 묶어두는 것"이라고 말한다. 군사전략상 큰 의미가 없는 도시 점령보다는 우크라이나군의 주력을 바흐무트 주변에 묶어둠으로써, 러시아군이 다른 방향으로 진격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나간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의 이같은 전략을 간파한 서방 전략가들은 일찌감치 우크라이나측에 러시아의 '바흐무트 소모전' 작전에 말려들지 말고, '작전상 후퇴'를 통해 후일을 도모할 것을 조언했다. 러시아군이 지난해 10월 헤르손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드네프로강 동안(東岸)으로 방어 진지를 물린 뒤 주력 부대를 다른 전투 지역으로 재배치한 작전을 참고하라는 게 핵심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로이터와 AFP 통신 등 외신은 우크라이나 측에 작전 변경을 촉구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미 CNN 방송도 이날 여기에 가세해 우크라이나군이 전략적으로 무의미한 바흐무트 방어에 힘을 뺄 게 아니라, 자포로제주 남부 지역을 겨냥한 반격작전 준비에 더욱 힘쓸 것을 촉구했다. CNN은 지난 주 키예프(키이우)를 방문한 미 백악관 관리들이 이같은 작전 변경을 우크라이나 지도부에 전달했다고도 했다. 미국 측은 이미 폐허가 되다시피한 도시 방어를 포기하고, 조만간 우크라이나로 제공될 나토(NATO) 탱크와 장갑차 등을 앞세워 우크라이나 남부지역(자포로제와 헤르손) 탈환에 나서는 '기계화 기동작전'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오랜 전투로 폐허가 되다시피한 바흐무트
이 과정에서 서방 측이 우려하는 것은 바흐무트 방어로 인한 우크라이나군의 막대한 병력 손실이다. 독일 언론은 최근 고급 군사 정보를 인용해 "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하루 병력 손실이 세 자릿수"라고 보도했다. 세 자릿수의 시작인 100명으로 계산하더라도 한 달에 최소 3,000명이 희생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손실은 추후 반격에 필요한 병력 편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에서 강제적인 민간인 동원및 징집 방식이 사회적 불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고 스트라나.ua는 지적했다.
물론 바흐무트를 공격하는 러시아군, 특히 와그너 그룹도 많은 인명 손실은 불가피하다. CNN 방송은 지난해 12월에 작성된 우크라이나 군사 정보 보고서를 바탕으로 와그너 그룹의 공격 작전이 얼마나 집요한지 상세하게 전했다. 보고서는 "와그너 그룹은 막대한 사상자를 내면서도 끊임없이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돌격해 온다"며 "그 이유는 와그너 그룹 수천 명의 죽음은 러시아 사회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와그너 그룹의 상당수는 사면을 전제로한 죄수들로 편성돼 있다.
전장으로 떠나는 항공기 탑승에 앞서 '와그너 그룹' 전투 요원들을 대상으로 연설하는 수장 프리고진/현지 매체 RT 영상 캡처
와그너 그룹은 실시간 드론 정찰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난 지점에 참호를 구축한 뒤, 죄수 부대가 먼저 돌격하고, 그들의 시체를 밟고 열화상 카메라와 야간 투시 장치를 갖춘 경험 많은 부대가 뒤따르는 작전을 펴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같은 인해전술(소모전)에 우크라이나군이 의미없는 인명 손실이 막대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방어를 계속할 것인가? 우크라이나에게 바흐무트는 포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방어하기엔 실익이 거의 없는 '계륵'과 같은 곳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독일 레오파드 2 탱크/사진출처:oruzhie.info
-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독일은 레오파드 2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폴란드 등 다른 국가의 재수출도 허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독일 정부가 레오파드 2A6 탱크를 전투 중대급 규모(10~14대)로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또 독일이 주변국가들의 재수출을 허가할 경우, 12개국이 약 100대의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독일 탱크의 키예프 인도는 독-러 양국 관계의 미래에 좋은 징조가 아니라고 말했다.
- 폴란드는 우크라이나로 이전된 독일제 레오파드2 탱크의 비용을 유럽연합(EU)측에 요구할 것이라고 마테우스 모라비예츠키 폴란드 총리가 말했다. 그는 비용의 보전 여부는 EU의 친선에 대한 또다른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폴란드는 현재 14대의 레오파드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계획인데, 미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레오파트 탱크의 대당 비용은 1천만 달러가 넘는다. 앞서 폴란드는 독일측에 레오파드 탱크의 우크라이나 이전을 허가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관리들을 인용, 우크라이나에 M1 에이브럼스 탱크를 지원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또 이번 주 내에 공식발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M1 에이브럼스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최종 결정할 경우, 독일도 레오파드2 지원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부패 스캔들과 관련, 고위직 물갈이를 단행했다. 내각에서는 국방부 차관과 검찰부총장(검찰 차장), 지역개발 담당차관 2명이, 대통령실에서는 차장 1명 등 5명이 사임하거나 해임됐고, 키예프주(키예프 수도권)와 수미,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헤르손, 자포로제 등 5개 주지사도 교체된다.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와 헤르손, 자포로제는 지난 1년간 러시아와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헤르손와 자포로제 주지사는 러시아와의 합병으로 유명무실한 존재가 됐다.
사직서를 들어보이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크릴로 티모셴코 차장/사진출처:텔레그램 @tymoshenko_kyrylo
-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군납 스캔들과 이에 다른 인사 조치등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테일러 그린 미 하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 중 하나이고, 러시아와의 전쟁이 이를 바꾸지 못할 것"이라며 "키예프 지원 미국 자금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우크라이나 리브네 지역에서 한 주민이 낫을 들고, 소환장을 갖고 온 징집 사무소(병무청 격) 직원을 공격했다고 우크라이나 TV 채널 TSN이 보도했다.
- 미 핵과학자회(BSA)는 24일 지구 멸망까지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구 종말(둠스데이) 시계'의 초침을 파멸의 상징인 자정쪽으로 10초 더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구 종말까지 남은 시간은 90초로 줄어들었다. BSA는 2020년 이후 지구종말 시계를 100초 전으로 유지해 왔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의 전술핵 사용 우려가 고조되면서 경고 수위를 높였다.
드미트리 메드데베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은)은 둠스데이 시계의 이동과 관련, "바이든 대통령과 숄츠 독일 총리가 지구 종말 시계의 똑딱거리는 소리를 멈추게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화살이 오래 전에 녹슬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