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그제 이재명 전 대표 연루 사건을 수사한 검사를 포함해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습니다.
탄핵안은 민주당의 당론 발의 2시간 만에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뒤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는데, 법사위에서 해당 검사들을 불러 조사한 뒤 본회의 처리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이에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 전 대표를 위한 방탄 탄핵이자 민주당과 국회가 사법부의 역할인 재판권을 빼앗아 직접 재판하겠다는 위헌 탄핵”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이번 검사 탄핵 추진은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대놓고 분풀이성 정치 보복을 하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겁니다.
탄핵소추 대상에 오른 검사 4명은 모두 이 전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백현동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나아가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수사했던 이들입니다.
민주당은 이들에 대해 각각 이런저런 ‘헌법·법률 위반’을 탄핵 사유로 들었지만 지난해 탄핵 소추됐던 검사 3명과 비교해도 위법 정황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결국 향후 추가 수사나 공판 과정에서 검사들을 위축시키려는 협박용이자 사법 절차를 지연시키고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치려는 압박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 민주당 안팎에서도 무리한 억지 탄핵이라는 지적이 나오는가 봅니다. 민주당이 탄핵안의 본회의 보고 뒤 24시간에서 72시간 내 표결이 아닌 법사위 회부를 택한 것도 이런 시선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사실상 여론전을 통해 ‘정치재판’을 하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 당내 일각에서조차 “수사 검사들을 불러다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면박을 주겠다는 것인데, 그게 ‘21세기 인민재판’ 아니고 무엇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꼴을 만든 것은 결국 우리 국민입니다. 대통령이 얼마나 정치를 잘못했으면 그랬겠냐는 말에 할 말도 없지만 나라가 이런 꼬라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국민은 별로 없을 겁니다.
<작년 11월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당시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 검사(현 대전고검 검사)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수사를 맡고 있었다. ‘쌍방울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을 비롯해 ‘쪼개기 후원’ ‘법인카드 유용’ 의혹, 쌍방울의 횡령·배임 사건 등이 그가 이끄는 특수수사팀 산하 부서에 재배치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해 12월 1일 민주당이 탄핵 소추를 의결하면서 그의 직무는 정지됐다. 헌재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권한 행사를 정지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50조 때문이다. 그사이 대북 송금을 비롯해 이 전 대표의 수원지검 수사는 줄줄이 밀렸다. 이 전 대표가 수원지법 법정에 서는 대신 이 검사가 헌재의 탄핵 심판정에 섰다.
이 검사에 대한 탄핵이 ‘수사방해형’이라면 2일 발의된 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 검사에 대한 탄핵은 ‘보복형’ 내지 ‘재판방해형’이다. 엄·강 검사는 각각 중앙지검 반부패 1·3부장으로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의혹을, 김 검사는 반부패 2부장으로 민주당 돈봉투, 박 검사는 대북 송금 수사를 했었다. 기소된 후에는 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탄핵은 수사나 재판, 징계 등 정상적인 방법으로 공직자를 파면할 수 없는 경우에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비상(非常) 절차다. 직무 집행 과정의 헌법과 법률 위반을 이유로 국회 과반수가 탄핵 소추를 의결하고,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파면된다.
판사나 검사가 잘못했다면 수사를 해서 재판에 넘기면 된다.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는다. 탄핵은 처벌 규정이 없거나 정상적인 재판이 불가능한 비상 상황에서나 쓰이는 제도다.
이런 비상 절차가 남발되는 것은 검사들을 수사하고 재판받게 할 자신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탄핵 사유로 내세운 ‘검찰청 술자리’ 는 교정 당국의 호송 기록 등으로 없는 사실임이 드러났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의 위증 교사 의혹도 문재인 정권 검찰에서 무혐의로 결론 났다.
이정섭 검사의 위장 전입, 전과 조회도 수사나 재판에서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니 오로지 국회 다수결로 이들을 헌재 심판정에 끌고 와 망신 주자는 것이다. 헌재의 최종 결론은 중요하지 않다. 그때까지 이들의 손발을 묶어 두고, 다른 판·검사들도 위축시키면 그만이다. 한 판사는 “대놓고 사법 시스템을 무시하는 발상”이라고 했다.
특정인의 방탄을 위해 수사 검사를 탄핵하는 ‘국기 문란’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처방은 사법 시스템의 정상적인 작동이다.
법정 기한(1심 6개월)의 네 배 가까이 늘어지고 있는 공직선거법 재판,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마저 ‘혐의가 소명된다’고 했던 위증교사 재판을 원칙대로 신속하게 진행해 결론을 내야 한다.
적어도 ‘판검사를 탄핵해 유죄 판결을 막을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은 더 이상 주지 말아야 한다.>조선일보. 양은경 기자
출처 : 조선일보. 오피니언 [데스크에서], 비상식적 검사 탄핵, 뭘로 막을까
“견리망의(見利忘義)”는 중국 고대 철학자 장자(莊子)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정원의 밤나무 숲을 거닐다가 조릉(雕陵)이라는 남방에서 온 기이한 까치 한 마리가 나무에 내려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까치를 잡으려고 새총을 쏘려 하는데 이상하게도 까치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아, 자세히 보니 까치는 앞의 사마귀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마귀는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기분 좋게 맴맴거리는 앞의 매미를 노리고 있는 거였습니다.
순간 장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눈앞의 이익과 욕심에만 정신에 팔려 정작 자신의 등 뒤에서 다가오는 화근을 잊는 수가 있구나"하고 탄식했습니다.
장자는 얼굴이 화끈거려 새총을 내던지고 몸을 돌려 뛰기 시작했는데, 그 때 숲지기가 그런 장자를 보고 도둑인 줄 알고 마구 욕을 퍼부어댔습니다.
집으로 온 장자는 사흘 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까치와 사마귀, 매미는 물론 자신마저도 이욕(利欲)에 빠졌고, 급기야 숲지기로부터 욕까지 먹은 일이 너무 한심스러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야당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인 줄을 전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오로지 이재명을 지키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견리망의입니다.
장자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기라도 했지만 누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깨닫게 할 수 있을지 걱정일 뿐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