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 가장 뚝심이 센 곳이 새로 밝혀졌습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사퇴를 종용하고 문제점을 지적해도 묵묵부답에 마이동풍으로 행동하는 곳이 드러났습니다. 바로 대한축구협회입니다. 유명한 한국 국가대표 출신들이 이런 상황에서 한국 축구의 발전과 미래가 없다면서 현 축구협회는 스스로 나서서 문제점을 해결하고 그 책임을 지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축구 팬들과 축구 전문가 그룹들도 그 대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와 같은 움직임의 중심에는 바로 홍명보 국대감독 선임 과정에 있었습니다. 국대감독 선임에 필요한 과정과 합당한 절차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홍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서 자질이 있느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가 도마에 오른 것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월 아시안컵 축구대회때 불거진 국대감독과 선수단 그리고 선수단 사이에서 벌어진 그 기막힌 막장드라마의 핵심은 바로 축협회장과 당시 대표팀 감독인 클린스만에 있었습니다. 도무지 누가 봐도 앞뒤가 맞지않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연이어 펼쳐졌습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과 그가 감독으로 있을때 자행된 일들은 납득할래야 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언론과 한국 축구의 전문가라는 인물들이 축협과 축협회장의 잘못된 사항을 지적하고 국민 모두가 납득할 해결방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거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축구협회와 축협회장은 몇달이 지나서 홍명보감독이라는 카드로 난관을 헤쳐가려했지만 더욱 큰 후폭풍을 맞고 있는 것입니다. 축협을 향한 비판의 소리는 날로 높아지면서 결국 축협에 대한 감사와 해체를 요청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까지 등장했습니다. 모 국회의원은 축협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하고 국회에서 그런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체육계에 존재하는 숱한 지적과 혼란속에서도 움직임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가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아주 이례적인 일입니다. 문체부가 대한축구협회를 직접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축구협회는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축구협회는 이런 나라는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축협은 정치적으로 압박을 받으면 국제축구연맹(FIFA)의 제재를 받을 수 있고 협회 자격 정지로 월드컵 본선에 나갈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축구협회는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듯 합니다. 마치 축구협회는 전혀 잘못이 없는데 국민정서법에 어긋난다고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하고 나섰다는 논리입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축구협회의 주무 부처는 바로 문체부라면서 지금까지 운영이라든지 대표팀 감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어났다면 주무 부처에서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안 될 일이라며 응수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해 300억원의 재정이 축협으로 흘러들어가는데 그런 과정을 강건너 불구경하라는 말이냐며 축구협회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한축구협회에 연간 300억원 정도의 국가 재정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수익에서 정부 의존도가 30%에 달하는 셈입니다. 사실상 정부 재원 충당이 없으면 축협 운영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재벌 총수를 협회장으로 내세웠지만 재정부실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축협의 재정자립을 촉구하는 지적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정말 갈데까지 가보자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상당수의 축구팬과 전문가들이 반대한 홍명보 감독 건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습니다. 축구팬들의 요구에 응할 필요도 그럴 마음도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표한 것으로 보입니다. 축구협회가 HDC 현대산업개발의 자회자인 것처럼 오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보입니다. 현대산업개발의 일개 축구구단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과 팬들을 무시하고 한국축구를 장악하겠다는 독단으로 읽힙니다.
이제 정부가 나서고 국회도 축협을 자세히 들여다 보겠다는 상황에서도 축구협회와 축구협회장은 자세와 태도를 바꿀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더구나 축구협회를 조사하겠다는 정부방침에 오히려 반발하고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자신들을 향해 쓴소리를 하는 목소리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고자세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반응은 이제 그들의 관심밖의 사항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존재하는 조직가운데 가장 힘이 세고 뚝심이 강한 조직으로 자리매김하는 형국입니다. 팬들도 사라지고 정부 지원금도 받지 못할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언제까지 그런 뚝심과 무모한 저항정신이 존재할 지 두눈을 뜨고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2024년 7월 20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