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하다 싶은 것이 있습니다. 거리를 뒤집어놓을 듯한 차량 질주 경쟁, 당연히 많은 차량이 충돌도 하고 다치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총질 싸움, 다치고 쓰러지고 해도 경찰이 보이지 않습니다.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냥 당사자들끼리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인가요? 법도 질서를 지키려는 마음도 없는가요? 마치 무법 서부시대를 보는 듯합니다. 뭐 그런 전통을 계속 이어가는 모양입니다. 서양의 문화가 싸움과 전쟁으로 형성되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가만 정착하여 공동체를 이루는 농경문화가 아니라 철 따라 옮겨 다니는 유목이나 수렵생활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농기구보다는 전쟁 무기가 더 익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총기 소유가 가능하지요.
아무튼 어찌 보면 법보다는 힘이 더 빠르고 확실합니다. 법이 개입하기 전에 이미 해결되어 있다면 이 또한 매우 편리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결과는 짐승과 다름없는 약육강식 사회가 되리라는 것입니다. 이게 사람 사는 사회냐? 하겠지요. 사람은 그런 단계를 거쳐 오늘의 질서를 가진 사회로 발전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여전히 무력이 활개치는 사회를 선호한다면 문제입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문명을 버리고 짐승의 세계로 가는 길입니다. 사람이 사람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 그러한 단계들을 거쳐 발전해왔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을 가지려는 사람들을 법으로 통제하는 것입니다. 나라와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사실 법이 있어도 법망을 피해가며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집단이 있습니다. 그래서 속이고 빼앗고 힘으로 강제하며 약한 사람들이나 어수룩한 사람들을 갈취합니다. 게다가 서로의 이익이 충돌하면 서로 싸웁니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힘의 강약으로 나뉩니다. 그 집단에서 지배자로 군림합니다. 자기네만의 사회를 구성하고 자기네만의 원칙을 만들어 준수합니다. 배신은 용서되지 않고 가차 없는 처단을 합니다. 조직의 강화를 위해 사용됩니다. 그런데 이 조직이 그 나라 사회의 법을 안 지켜도 됩니까? 그건 말이 안 됩니다. 그럼에도 자신을 숨기며 자기 영역을 지키고 살아갑니다. 물론 가지고 있는 재력을 이용하여 일반사회와 유대관계를 가지려 합니다.
라스베가스에서 힘을 자본으로 살아가는 ‘잭 카터’ 아마도 이전 살던 시애틀에서도 좀 유병하기는 했습니다. 그 덕에 동생도 똑같지는 않지만 힘을 좀 필요로 하는 직장에서 일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내와 십대 딸과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무엇을 업으로 하는 직장인지도 모르고 일만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고 정체를 알게 되자 안 되겠다 싶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딸이 그 무리들 가운데 아는 사람들에게 붙잡혀 강제 마약을 투약 받고 성폭력까지 당합니다. 증거물이 될 CD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됩니다. 조직의 우두머리가 가만둘 리 없습니다. 마치 음주운전처럼 꾸며서 살해합니다.
갑작스런 동생의 사망을 접하고 잭은 시애틀로 돌아옵니다. 동생의 성격상 음주운전을 할 만한 사람도 아니고 정황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자꾸 피하려는 눈치를 보입니다. 그래서 이것은 분명 사고가 아니라 살인이라 판단하고 하나하나 파헤쳐 들어갑니다. 자연히 조직, 그것도 관련 있는 우두머리와 수하들이 훼방 공작을 폅니다. 뻔하지만 돈으로 막으려고도 합니다. 문제는 자기만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동생의 가족이 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악한 무리가 흔히 이용하는 것이 바로 상대방의 힘없는 가족입니다. 복수를 꾀하려는 사람에게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동생의 아내 곧 제수씨(‘글로리아’)도 짐작은 했을 것입니다. 남편이 그렇게 허망하게 죽을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러나 대항할 힘이 전혀 없습니다. 경찰에서도 ‘음주운전 중 사고’로 결론짓고 사건을 마무리하였을 것입니다. 사실 부검까지 해봐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역시 돈으로 막았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글로리아도 더 이상의 개입을 원치 않았습니다. 남은 식구라도 안전하게 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잭이 그냥 떠나주기를 바랐으니까요. 도우려는 사람은 없고 혼자서 파헤쳐 들어갑니다. 본인 스스로 죽을 위험을 감수하며 동생의 사망 원인을 찾아갑니다. 증거물, CD를 찾으려 합니다. 동생이 일했던 주변을 뒤지며 다닙니다.
조카인 ‘도린’도 결국은 이 무서운(?) 삼촌의 편에 섭니다. 자신이 어떻게 당했다는 것도 고백합니다. 잭의 맘속에 불이 치솟았을 것입니다. 하나하나 관련자들을 찾아 응징합니다. 시원하지요. 돈과 권력을 등에 업고 있는 자들이 자기 힘만 믿고 멋대로 사람들을 부리고 자기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것을 보면 특히나 힘없는 사회적 약자는 살맛을 잃습니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들이 그나마 위안을 줍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더 가엾어집니다. 그냥 그림의 떡이나 먹고 사는 셈이니까요. 법이 제대로 작동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 힘을 발휘해주면 좋겠습니다. 하기야 그 법도 힘 있는 자들의 손안에서 노리개 구실이나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세상 참! 영화 ‘겟 카터’(Get Carter)를 보았습니다. 2000년 작품입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행복한 6월 한 달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