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녀는 치솟고
배세복
수리조합장 집은 방죽 아래 있었고
하늘로 치솟는 추녀를 가졌다
해는 언제부터 저기서 빛났나
다른 이들은 근처 논밭에서 일했다
길을 걸을수록 뜨거워지는 정수리
방아깨비는 끊임없이 방아질했다
글쎄 요즘에도 머슴이 있다네요
갑은 천천히 머슴 머슴 중얼거려 봤다
꼭 일소가 밭을 갈다가
멈추며 우는 소리 같았다
해는 타올라 저수지 윤슬을 바라보면
타버릴 것처럼 뜨거워지는 눈알
그는 이 길로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안장은 꺼지고 체인은 늘어났다
저쪽은 물귀신이 있다는 곳이다
귀신은 왜 사람들을 데려갈까
누구는 데려오고 누구는 데려가고
정말 매미를 잡아 날개를 떼도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왜 산 것들은 죽기 전까지 우는 것일까
갑은 손그늘을 만들어 봤다
여전히 땀은 솟아났다
달걀꽃도 지쳤는지 풀어진 노른자
걸음을 멈추고 치솟는 추녀 쪽을 향해
동그랗게 손나팔을 모았다
아버지, 병이 태어났어요
게타리를 한껏 추켜올리던 을이
갑을 따라 소리쳤다
손톱 끝이 까만 땟국물로 가득했다
―계간 《상상인》 2024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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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세복 / 충남 홍성 출생. 2014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몬드리안의 담요』 『목화밭 목화밭』 『두고 온 아이』. 문학동인 〈Volume〉 회원. 고등학교 국어교사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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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녀는 치솟고 / 배세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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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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