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학교 동창생 친구들 4명과 함께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 온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60대 중반의 할배들이 편하게 패키지여행이나 할 것이지 무슨 배낭여행이냐고 걱정해 주는 가족과 친구들의 만류도 있었다. 그러나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가이드를 졸졸 따라다니는 패키지여행에 이젠 신물이 났고 더 늙기 전에 젊은이들처럼 자유여행을 한번 해보는 것이 꿈이었다. 자유여행에 뜻을 같이 하는 친구들과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모든 프로그램을 여행사에서 작성해 주는 패키지여행과 달리 자유여행은 자신들이 모든 여행계획을 작성하고 현지에서 부딪히면서 조정해야한다. 신경 써야할 것도 많고 미지 탐험이라는 불확실성에 대해 약간의 두려움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단체 여행 시의 구속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행동하고 나 스스로가 자유롭게 찾아다니며 여행 할 수 있어 마치 탐험가가 된 느낌이었다. 유럽 몇 개국을 배낭여행하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경험도 하였지만 특히 체코의 프라하에 갔을 때 환전관계로 사기를 당할 뻔 했던 경험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다. 체코는 유럽연합 가입국(EU member)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EU가입국들 처럼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고 자국의 화폐 인 “코루나”를 사용하고 있었다.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서 차로 프라하에 도착하였을 때 시간은 벌써 오후 3시가 지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카를교에서 구시가지 광장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에서 환전소를 발견하고 환전을 위해 그곳으로 들어갔다.
4,5평 규모의 작은 환전소였는데 환전하고자 하는 사람은 투명플라스틱 벽 중간에 터져있는 작은 창구를 통해 환전상 직원과 대화하면서 교환되는 돈을 주고받게 되어있다.환전소에 들어가자마자 벽에 걸려 있는 환율표를 보았더니 오늘의 환율은 1유로가 체코 돈 25코루나 로 표시되어 있었다. 환전소에는 안경을 쓴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직원이 앉아 있었다. 나는 500유로를 창구를 통해 집어넣으면서 코루나로 교환해 달라고 환전소 직원에게 요구했다. 그는 코루나를 세어서 창구 밖의 나한테 내밀었다. 그런데 내가 확인을 해보니 예상했던 12,500 코루나가 아니고 7,500 코루나 였다 혹시 직원의 계산 착오였나 싶어 그에게 재확인을 요청했더니 그 금액이 정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오늘 환율 1:25이면 12,500 코루나를 우리에게 주어야하는데 왜 그 금액의 60%에 해당하는 7,500 코루나 만 주냐고 따졌다. 그는 오늘의 환율대로 정확히 교환해 주었으니 환율표를 다시 확인하라는 것이다. 환율 표에는 1 유로에 대한 환율이 15∽25 이고 여기서 15의 숫자는 가까이 가서 유심히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깨알같이 작게 쓰여져 있고 25의 숫자는 멀리서 보아도 금방 알아 볼 수 있게 크게 쓰여져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환율은 매일 변동하고 오늘의 환율은 1:15 라는 괘변을 늘어놓았다. 나는 사기꾼 같은 그의 태도가 너무도 쾌심하고 불쾌하여 코루나를 돌려주면서 교환하고 싶지 않으니 다시 유로 화를 돌려달라고 말했더니 그는 일단 창구로 들어와서 교환된 돈은 다시 돌려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일행은 흥분되어 그에게 영어 또는 한국말로 갖은 욕을 다 퍼부어도 그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였다. 1시간여 동안 환전소에서 떠들며 버티어 보아도 별 소득이 없자 친구들은 손해는 보았지만 외국에서 피치 못하게 겪는 경험에 대한 수업료라 생각하고 떠나자고 하였다. 나는 불의와 타협은 절대 안 된다고 말하며 한국인의 매운 고추 맛을 꼭 보여 주고야 말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그리고 내가 경찰에 고소할테니 너희들은 환전소에서 기다리고 말하고 파출소를 찾아 나섰다.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물어가면서 30여분 헤맨 끝에 드디어 파출소(체코어로는 POLICIE)를 찾았다. 요즈음은 인터넷에 들어가 구글에서 제공하는 네비게이션 앱을 이용하면 길 찾기가 훨씬 수월하지만 그 당시는 그저 사람들에게 물어서 가는 수밖에 없었다. 파출소는 우리나라처럼 단독 건물이 아니고 복합식 상가 건물들내에 있었다. 파출소 건물 밖에 있는 벨을 눌렀더니 경찰이 나왔다. 아마도 오후 5시가 넘어서 인지 다른 경찰은 보이지 않고 당직하는 경찰 한 명만 나타났다. 내가 온 이유를 설명하려 했지만 그는 전혀 영어가 통하지 않았다. 그는 잠시 어디 갔다 오더니 근처에 사는 한 중년 아주머니를 데리고 나타났다. 그녀는 영어가 능통하였기 때문에 나는 경찰서에 온 이유와 환전사기로 인하여 손해를 입게 되었으니 도와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경찰은 환전상 일어난 문제의 해결은 경찰 소관이 아니라고 말하며 A4 용지로 된 신고서 양식 1장을 주면서 내일 금융감독기관에 접수시키라고 친절히 알려 주었다. 나는 환전소에 돌아와 그 뻔뻔한 직원에게 신고서 양식을 내밀어 보이며 말했다. “야, 이놈아 이 서류를 똑똑히 보아라, 나 방금 파출소에 너의 비리를 신고하고 왔다. 내일은 다시 금융감독기관에 신고하고 언론에도 폭로 하겠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 카메라의 플래쉬를 연신 터트리고 사진을 찍으면서 겁을 주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끔쩍도 하지 않던 그가 우리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자기 보스와 의논해 봐야겠다고 말하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5,000 코루나를 추가로 주면서 우리에게만 특별대우를 해주는 것이라고 생색을 냈다. 나는 결국 사기꾼을 굴복시켜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다는 자신감에 만족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환전 문제로 우리 일행이 2, 3시간 동안 관광을 하지 못하게 한 것이 과연 잘한 일이지 의아해 하면서 친구들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첫댓글 대단하시네요 라노장님
함께 여행하고 싶네요.
저도 배낭여행이 꿈이었는데 실천 못해 봤어요 그저 편안한 패키지만
누구나 모르면. 당할수 있지요. 어려운일을 잘 해결 하신 리노 정님 대단한일 하셨네요
와우~ 코리아의 저력을 보여주셨네요 참잘하셨어요 정말 ㅎㅎ
전 95년에 몇달동안 프라하에
대단 하십니다 영어가 안되기도 하지만 용기도 없고 자유여행은 꿈도 못꾸어 보는데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 주셨군요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