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가씨
아빠가 2008년에 예상 밖으로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 한 편 있단다.
그 책은 바로 세라 워터스가 쓴 <핑거스미스>란 책이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여 끝까지 손을 놓을 수 없었던 책.
이 정도면 영화로 나올 만하다고 생각했었어.
이미 2005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더구나.
그런데, 올해 다시 우리나라에서 각색해서 다시 영화로 만들어졌단다.
노출 장면 때문에 많은 이슈가 있었던 영화 <아가씨>
아빠도 보지는 못했지만, 이야기가 탄탄해서,
이야기만으로도 잘만 만들면 성공했을 텐데,
노출 장면만 너무 부각되어 이야기의 힘이 줄어든 것은 아닌가 싶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 <아가씨>란 영화 때문에 영화의 원작 소설 <핑거스미스>와
그 소설을 쓴 세라 워터스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어.
아빠도 문득 오래 전 읽었던 소설이 생각나면서,
세라 워터스로 검색을 해보게 되었어.
그가 쓴 여러 책이 검색이 되었고, 디자인이 유달리 예쁜 이 책이 눈에 갔단다.
그래서 읽었어.
솔직히 이야기해서 <핑거스미스>보다는 별로였단다.
1. 에어즈 家 사람들
이야기는 1940년대 몰락해가는 헌드레즈 홀의 한 귀족의 집에서 시작한단다.
주인공은 의사인 패러데이야.
패러데이는 30년 전인 1919년 열 살 때 엄마가 하인으로 일하는 에어즈 집안의 집에 간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에어즈 가의 집은 그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었단다.
그런데 30년 전이 지난 1949년, 그는 의사로써 그 집에 다시 가게 되었어.
에어즈 家의 주치의는 동료 의사인 데이비드란 사람이었는데, 일이 있어서 대신 가게 된 거야.
에어즈 家의 하인 베티가 아프다고 했어.
패러데이에게는 감회가 새로울 만한데, 30년이란 시간은 에어즈 家를 전혀 다른 집으로 만들었단다.
에어즈 가는 에어즈 씨가 죽은 이후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고,
에어즈 부인의 자존심으로 근근이 이어가고 있었어.
첫째 딸 수전이 있었는데, 어렸을 때 죽었고,
둘째 딸 캐럴라인은 이제 스물일곱 살의 처녀였어.
몰락해가는 귀족 집안에서 억척스러움도 가지고 있고, 장녀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단다.
그리고 아들 로더릭이 있었는데, 2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다가 부상을 입어
그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었어.
하지만, 그는 에어즈 家의 유일한 남자로써, 집안의 가장 역할을 충실해 해냈어.
농사일도 도맡아 했어.
그런 집에 패러데이가 방문했단다.
하인 베티가 아프다고 해서 진료를 해보니, 바로 꾀병인 것을 알았어.
베티에게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돌아갔어.
그런데 패러데이는 로더릭의 다리 부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단다.
자신이 최근에 개발한 의료기술에 대한 임상실험을 로더릭에게 하고 싶었어.
그래서 그것을 에어즈 가 사람들에게 설명을 했고,
일주일에 한번씩 에어즈 가에 들르기로 했어.
그러면서 에어즈 가 사람들과 친해지게 되었어.
2. 이상한 일이 생기다
에어즈 가의 자존심을 지켜오고 있는 에어즈 부인은 오랜만에 파티를 열기로 했어.
말은 안했지만, 에어즈 부인은 그 파티를 통해
캐럴라인이 결혼 상대를 만나기를 내심 기대했었어.
하지만, 캘러라인과 로더릭은 그 파티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았어.
집안 사정이 파티를 할 여건도 되지 않았고, 기분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런데, 그 파티에서 불상사가 일어났단다.
이웃집 베이커 하이드 부부의 어린 딸 질리언이 에어즈 가의 늙고 충실한 개 지프에게 얼굴을 물려 중상을 입었어.
다행히 그 현장에 패러데이가 있어서 응급조치를 취하고 빠른 판단으로 조치를 취했지만,
얼굴에 난 상처는 오랫동안, 어쩌면 평생 남아있을 거야.
에어즈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어.
평상시 지프의 행동을 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
분명 질리언이 지프에게 장난을 심하게 쳤을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질리언의 부모는 딸이 다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었어.
최소한 지프를 죽어야 한다고 했어. 안 그러면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했지.
결국 패러데이가 에어즈 사람들.. 특히 지프에게 애정을 깊이 갖고 있는 캐럴라인을 설득해서
지프를 안락사 시키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단다.
그렇게 파티는 엉망으로 끝이 나고 말았어.
이 사건 이후, 에어즈 가에서는 이상한 일어났어.
로더릭이 자꾸 이상한 증세를 보였어.
밤에 넘어져서 부상을 당하고, 정신을 잃기도 하고…
캐럴라인은 패러데이와 함께 로더릭 몰래 그의 방안에 들어가서,
집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일에 대해 패러데이에게 설명을 했어.
로더릭의 방에는 검게 그을린 듯한 이상한 자국이 있었어.
이 정체 모를 자국이 최근에 생겼다고 이야기했지만, 패러데이는 원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로더릭과 우연히 시내에서 만난 패러데이는 자신의 집에 로더릭을 초대했어.
로더릭이 무엇인가 숨기는 듯했어.
그래서 설득하여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하게 했어.
로더릭은 파티가 열린 날 참석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자신의 방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래.
그 일은 거울이 스스로 움직여서 깨지는 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보고
로더릭 자신도 심함 불안감과 공포를 느껴서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어.
이후에는 물건들이 스스로 움직여서 그 움직인 물건들에 로더릭 자신이 걸려서 넘어지곤 했다는 거야.
패러데이는 의사이다 보니 그 초자연적인 현상을 믿지 않고,
오히려 의사 다운 의료적인 판단을 했단다.
패러데이는 공황장애와 정신장애를 겪고 있다고 판단을 했고, 그것을 로더릭에게 이야기했어.
그러자, 로더릭은 격분했어.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다고 말이야.
아빠는 왜 로더릭이 그렇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았어.
혹시 패러데이가 한 임상실험의 부작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단다.
그리고는 나중에는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겠지. 하면서 책장을 넘겼단다.
패러데이는 로더릭이 걱정이 되었어.
그래서 캐럴라인에게 이 사실들을 이야기했어.
그러던 어느날 밤에 에어즈 가에 화재가 발생했어.
가족들 모두 로더릭이 불을 낸 것이라고 생각했어.
로더릭이 제정신이 아닐 때 말이지.
에어즈 가 사람들과 패러데이는 로더릭을 병원에 입원시키기로 했어.
당시 전쟁 후 후유증에 따라 정신 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많았거든.
3. 결말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
의사들이 하는 파티가 있었어.
패러데이는 캐럴라인을 초대했단다.
캐럴라인도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귀족의 장녀라고 하는 꼬리표를 떼고 스물일곱 살 젊은 아가씨로 돌아갔어.
그 모습을 보고 패러데이는 캐럴라인에게 은근히 끌렸어.
캐럴라인도 패러데이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어.
그들은 집에 오는 길에 잠시 샛길로 빠졌고,
키스 직전까지 갔지만, 캐럴라인이 갑자기 거부를 했단다.
이 일이 있고 나서 한동안 어색한 사이가 되었는데,
이런 모습을 보고 에어즈 부인이 오히려 둘 사이를 넘겨 짚었단다.
에어즈 부인도 패러데이가 나이가 많기 하지만, 캐럴라인의 짝으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
둘 사이는 그 어색함을 극복하고 결혼을 약속한 사이가 되었는데,
캐럴라인은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고 있었어.
그런데, 그 동안 잠잠했던 집에서 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단다.
이번에는 전화벨이 저절로 울리고, 차임벨이 저절로 울렸어.
그리고 이 일로 에어즈 부인은 신경쇠약에 빠지게 되었단다.
이 증세는 점점 심해져서, 환각 증세까지 보이면서,
어렸을 때 세상을 뜬 첫째 딸 수전을 보았다고 했고, 자해도 시도했어.
패러데이는 에어즈 부인을 정신 병원으로 옮기자고 했는데,
이번만은 캐럴라인이 격한 반대를 했단다.
그런데 캐럴라인이 격하게 반대한 그 다음날 연락을 받았어.
에어즈 부인이 방에서 문을 잠그고 문 손잡이에 목을 매달고 죽었다는 거야.
옆에는 상실에 빠진 캐럴라인이 있었어.
그 어떤 위로가 필요하겠어.
이젠 그 큰 저택에 캐럴라인 혼자 있어야 하잖아. 물론 하녀들이야 있었지만…
정신병원에 있는 로더릭은 증세가 점점 심해진다는 소식만 들려오고…
에어즈 부인의 장례식을 치르고,
패러데이는 결혼식을 빨리 하자고 독촉했어.
마지못해 알았다고 대답한 캐럴라인.
하지만, 결국 캐럴라인의 확신은 꺾이고 말았어.
그래서 결혼 며칠 전 결국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어.
패러데이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어. 화를 터뜨리고 말았지.
이후 패러데이는 실연 당한 슬픔을 톡톡히 겪었단다.
그런데, 또 다시 그 집에서 슬픈 소식이 전해졌어.
캐럴라인이 죽었다는 거야. 난간에서 떨어져서 1층으로…
그게 자살이냐, 아니면 사고사냐, 아니면 또다른 원인이냐…
목격자는 없었고, 하녀 베티가 죽은 캐럴라인을 발견한 것이 전부였단다.
결국 패러데이도 수사를 잠깐 받긴 했지만,
경찰은 캐럴라인의 죽음을 자살 또는 우발적인 사고로 규정했단다.
이제 남아 있는 페이지는 얼마 없는데, 진실은 나올 기미도 보이지 않았어.
지금까지 헌드레즈 홀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어떤 일들에 의해서 일어난 것인지, 설명이….
앗, 그렇게 소설이 끝났어. 아무런 설명도 없이.
무엇인가 심오한 진실과, 헌드레즈 홀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이 사실을..
이래저래해서 일어났던 일이다… 하는 말들을 기대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말이지…
아, 이 허탈감.
그런데, 옮긴이의 글을 잠시 읽다 보니,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 소설의 화자는 패러데이였단다.
그러니까 이 글의 전부를 진실이라고 믿어야 하느냐 말이야.
패러데이의 시각에서 쓴 거짓이 담겨 있다면…
그 생각을 하니, 패러데이…
그가 어렸을 때부터 동경의 대상이 되었던 헌드레즈 홀을 차지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조력자로써 베티가 있었던 것이고…
맨 처음 패러데이가 헌드레즈 홀의 에어즈 가에 오게 된 것도 베티의 꾀병이었잖아.
거의 그의 꿈이 이루어지기 직전, 캐럴라인이 결혼을 깨버리자,
그 분노를 담아 캐럴라인을 죽인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단다.
다시 책을 펴서 마지막 페이지를 펴봤어.
대충 넘겨 읽었던 그곳에는 의미심장한 패러데이의 글이 있었단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금이 간 창유리뿐이고,
거기에서 이쪽을 지그시 노려보는 일그러진 얼굴은,
간절히 원했으나 원을 이루지 못한 얼굴은, 바로 나 자신이니까.”
…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어.
하인이었던 베티의 일인칭 시점으로 다시 한 권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일련의 사건을 봐 오거나, 주변에 있었던 베티의 시선으로
이 모든 일들을 다시 이야기하는 거야.
아빠의 상상력이 너무 갔나?^^
암튼, 아빠가 지은이를 만날 수 있다면, 이렇게 한번 조언해 주고 싶더구나.
베티를 화자로 해서 다시 한번 소설을 써달라고 말이야.
오늘은 여기까지…
책제목 : 리틀 스트레인저
지은이 : 세라 워터스
옮긴이 : 엄일녀
펴낸곳 : 문학동네
페이지 : 716 page
펴낸날 : 2015년 09월 21일
책정가 : 16,800원
읽은날 : 2016.10.18~2016.10.24
글쓴날 : 2016.11.04,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