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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먼 거리를 빛의 속도에 가까운 빠른 속도로 갔다 오는 우주여행을 생각할 때 고려해야 할 현대물리학의 이론 하나가 있다. 바로 1905년에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특수상대성이론이다. 물리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좀 복잡할 수 있는 이론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수식을 생략하고, 우주여행을 생각하는 데 필요한 두개의 결과만 살펴보겠다.
① 움직이는 물체의 길이는 짧아진다(길이수축)
②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시간지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빠른 속도, 예를 들면 비행기의 속도 정도로는 특수상대성이론의 길이수축이나 시간지연을 직접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적어도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가 빛의 속도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속도가 되어야 이러한 길이수축이나 시간지연이 두드러지게 된다. 바로 이 길이수축과 시간지연이라는 특수상대성이론의 결과로 인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수백 광년 또는 그 이상의 거리를 여행하는 상황에서 아주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먼저 특수상대성이론의 결과들을 우주 여행하는 상황에 맞추어 다시 표현해 보겠다. 한 사람이 시계를 가지고 우주선에 탑승해 빛의 속도에 가까운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고 할 때, 지구에 가만히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날아가는 우주선의 길이는 짧아지고(길이수축), 우주선안의 시계는 천천히 흐른다(시간지연).
그런데 우주선에 타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우주선이 정지해 있고 우주선 밖의 모든 것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황이 된다. 마치 기차를 타고 가는 사람이 기차 창밖을 볼 때 밖의 풍경이 기차가 움직이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과 비슷하다. 따라서 우주선 안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우주선 밖에 있는 물체의 길이는 짧아지고, 우주선 밖에 있는 시계는 천천히 흐른다.
여기에서 먼저 길이수축을 주목해보자. 사실 우주선 안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우주선 밖의 모든 것이 움직인다. 따라서 우주선 밖의 모든 것의 길이가 짧아진다. 즉 우주선 밖의 거리도 짧아진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면 광속의 80%의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우주선 밖의 거리가 5분의 3으로 줄어든다. 좀 더 빨리 날아 광속의 99.5%의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우주선 밖의 거리가 10분의 1로 줄어든다. 이 경우 지구에서 볼 때 400여 광년 떨어져 있는 북극성까지 거리가 광속의 99.5%로 날아가는 우주선 안에서는 10분의 1인 40여 광년으로 줄게 된다. 즉, 40여 년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가 되는 것이다. 더 빠르게 광속의 99.995%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우주선으로 여행을 하게 되면, 북극성까지 거리가 우주선에서 볼 때는 불과 4광년으로 줄게 되어 단 4년여 정도만 날아가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가 된다. 이 경우 왕복여행은 8년여 정도면 가능하다.
이제는 북극성보다도 더 먼 거리의 우주여행을 살펴보자. 목적지는 우리 태양계와 북극성이 속한 우리 은하계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계인 안드로메다 은하계다. 우리가 어렸을 적부터 공상과학 소재의 이야기에서 많이 나온 바로 그 안드로메다 은하계다. 지구에서 약 25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계는 빛도 250만 년 동안 날아가야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먼 거리에 있다.
안드로메다 은하계도 마찬가지로 우주선의 속도가 충분히 빠르면 특수상대성이론의 길이수축에 따라 그 거리가 줄어들어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가 된다. 이 경우 우주선의 속도가 적어도 광속의 99.999999995%는 되어야 한다. 우주선의 속도가 이쯤 되면 날아가는 우주선 안에서는 지구에서 안드로메다 은하계까지 거리가 25광년으로 줄어들게 되고 25년 정도만 날아가면 안드로메다 은하계에 있는 별이나 행성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우주선의 속도가 더욱더 빨라 광속의 99.9999999999995%가 되면 거리가 2.5광년으로 줄어들게 되어 2년6개월 만에 안드로메다 은하계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아직까지는 이론적이기는 하지만, 지구에서 봤을 때 25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계에 단 2년6개월 만에 도착한다는 사실은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보면 어딘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가장 빠르다는 빛도 250만년이 걸려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를, 빛의 속도보다 느린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이 2.5년 만에 도달한다는 말, 즉 가장 빠른 속도로 날아가도 250만년 걸리는 거리를 2.5년 만에 간다는 말은 뭔가 모순이 있어 보인다. 무엇이 문제일까?
문제는 누구의 시간인가를 구분하지 않는 데서 발생한다. 빛이 광속으로 안드로메다 은하계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 250만년은 지구에 있는 사람의 시간이고, 광속의 99.99999999995%의 속도로 날아가서 안드로메다 은하계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2.5년은 우주선에 있는 사람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 지구에 가만히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사실 광속의 99.99999999995%의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도 안드로메다 은하계에 도달하려면 빛과 거의 같이 250만년이 지나야 한다. 하지만 시간지연에 따라 지구에 있는 사람에게는 움직이는 우주선안의 시계가 지구의 시계보다 100만 배 천천히 흐른다. 지구시간이 250만년 흐르는 동안에 우주선 시간은 단 2.5년만 흐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날아가는 우주선 안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우주선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우주선 밖의 세상이 상대적으로 움직이고, 시간지연에 의해 움직이는 지구의 시간이 천천히 흐르게 된다. 우주선의 속도가 광속의 99.99999999995%이면, 우주선 안의 사람에게 지구의 시간은 100만 배 천천히 흐른다. 우주선이 안드로메다 은하계까지 가는 데 걸리는 우주선시간 2.5년 동안에 지구시간은 2.5년 나누기 100만, 즉 79초 정도만 흐르게 된다는 것이다. 우주선이 지구에서 안드로메다 은하계까지 가는 동안, 지구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지구의 시간이 250만 년이 흐르는데, 우주여행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지구의 시간이 79초 정도만 흐른다는 것은 모순으로 보인다. 어디에 문제가 있을까?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움직이는 물체의 길이는 짧아지고(길이수축),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은 천천히 간다(시간지연). 이 때문에 지구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날아가는 우주선의 길이가 짧아지고 우주선안의 시계가 천천히 흐르게 된다. 마찬가지로 날아가는 우주선 안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우주선 바깥세상의 길이는 줄어들고 시간은 천천히 흐르게 된다. 즉 지구, 우주선 양쪽 모두가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상대방의 길이가 줄어들고 상대방의 시계가 천천히 흐른다는 좀 특별한 상황이 발생한다.
바로 이런 특별한 상황을 바탕으로 한 역설이 제기됐다. 그 역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쌍둥이 두 명 중에 한 명은 지구에 남아 있고 나머지 한 명은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를 낼 수 있는 우주선을 타고 멀리 떨어져 있는 외계행성에 다녀온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① 지구에 있는 쌍둥이 한 명의 입장에서는 특수상대성이론의 시간지연으로 인해 우주선으로 여행하는 다른 쌍둥이 한 명의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따라서 다른 한 쌍둥이가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지구에 있는 쌍둥이는 더 늙게 된다.
② 우주여행을 하는 쌍둥이 입장에서는 지구가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되므로 지구의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른다. 따라서 우주여행을 한 쌍둥이가 더 늙게 된다.
즉 서로가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상대방에 비해 늙게 된다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 이야기에 쌍둥이가 등장해서 이를 ‘쌍둥이 역설’이라고 부르는데, 이 역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모순 때문에 특수상대성이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쌍둥이 역설 문제는 1910년대에 이미 해결된 문제다. 결론을 말하면 두 상황 중 한 상황만 맞아 모순이 없다. 사실상 쌍둥이 역설 문제는 역설이 아닌 것이 된다. 이 글에서는 알려진 여러 해결방법 중에서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해결 방법을 이용해 왜 그렇게 되는가를 알아본다.
원래의 쌍둥이 역설 문제는 우주선이 외계행성에 도착한 후 다시 지구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행성 근처에서 우주선의 방향을 지구로 향하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속도를 줄여 방향을 바꾼 뒤 다시 속도를 다시 올려주어야 한다. 감속과 가속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사실 특수상대성이론은 일정한 속도로 일직선으로 움직이는 경우만을 고려한 이론이다. 이렇게 감속과 가속이 있게 되면 일반상대성이론까지 고려해야하므로 문제가 좀 더 복잡해진다. 이러한 이유로 특수상대성이론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수정된 쌍둥이 역설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수정된 쌍둥이 역설은 다음과 같다.
① 지구를 지나쳐 목표한 외계행성을 향해 빛의 속도에 가까운 일정한 속도로 날아가는 A라는 우주선이 있다.
② A 우주선은 지구를 지나치는 순간 A 우주선안의 시계를 지구에 있는 기준 시계와 똑같은 시간으로 맞춘다.
③ A 우주선이 계속 비행을 해서 목표 행성을 지나칠 때 B 라는 또 다른 우주선이 반대방향으로 그 행성을 지나쳐 지구를 향해 같은 속력으로 날아간다.
④ 이렇게 두 우주선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외계행성을 동시에 지나치는 순간, B 우주선의 시계를 A 우주선의 시계에 맞춘다.
⑤ B 우주선이 계속 여행을 해서 지구를 지나치는 순간 지구에 있는 기준 시계와 B 우주선안의 시계의 시간을 비교한다.
두 개의 우주선이 필요하고 두 우주선이 외계행성을 동시에 반대 방향으로 지나쳐야 한다는 또 다른 기술적인 문제가 있긴 하지만 어차피 빛의 속도에 가까운 우주선도 가정하는 마당에 생각하지 못할 것도 없다. 그리고 이 수정된 쌍둥이 역설 문제에는 지구에 있는 사람, A 우주선에 타고 있는 사람, B 우주선에 타고 있는 사람, 이렇게 세쌍둥이가 필요할 수 있겠다.
쌍둥이 역설 문제에서 누구의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흘렀는지 더 적게 흘렀는지 확인하는 직접적인 방법은 우주여행을 하는 동안 지구에 가만히 있는 사람과 여행하는 사람이 직접 자기와 상대방의 시계가 어떻게 흐르는지 서로 관측하고, 그 관측한 결과를 서로 비교하여 결론을 내린다.
매우 당연한 방법으로 보이는 이 기본적인 방법을 통해 쌍둥이 역설 문제를 살펴보자. 광속에 가까운 속도를 낼 수 있는 우주선이 있다는 가정에 더해 하나 더 가정할 것이 있다. 망원경 같은 관측 장비가 엄청나게 발달해서 지구에 있는 사람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는 우주선 안의 시계를 직접 볼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런 가정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면 우주선 안의 시계를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고 이를 지구에 곧바로 전송해 지구에서 실시간 방송으로 우주선 안의 시계를 볼 수 있다고 가정할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을 쓰던 우주선 안의 시계가 흐르는 것을 지구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기만 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지구의 시계도 우주선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고 가정하자.
지구에 있는 사람은 우주선에 있는 시계를 계속 실시간으로 보면서 우주선이 여행하고 돌아오는 동안 우주선 안의 시계가 얼마나 흐르는지 확인하고, 우주선에 있는 사람은 지구에 있는 시계를 계속 실시간으로 보면서 우주여행 하는 동안 지구의 시계가 얼마나 흐르는지 확인하다. 그리고 우주선이 지구에 돌아왔을 때 서로 확인한 상대방의 시간을 비교하면 된다. 이런 절차를 통해 쌍둥이 역설과 같은 모순이 있는지, 모순이 없다면 누가 더 늙게 되는지 알아볼 수 있게 된다.
정지해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이 천천히 간다는 사실을 우리는 특수상대성이론을 통해 알고 있다. 하지만 직접 볼 때 항상 그렇게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즉 아는 것과 보이는 것은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지구에서 2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을 향해 광속의 0.8배의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이 있다. 지구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우주선이 1년에 0.8광년을 날아가므로 20광년 떨어진 목표 외계행성에 도착하는 데에는 총 25년이 걸린다. 자, 이제 우주선이 여행하는 동안 우주선 안의 시계를 최첨단 망원경을 통해 실시간으로 본다고 가정해보자.
우주선이 지구를 막 떠날 때 우주선 안의 첫 시계장면은 우주선이 지구에 있어 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우주선이 지구시간으로 25년 후에 목표 외계행성에 도달했을 때 우주선의 시계장면은 지구에서 곧바로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이 시계장면의 빛이나 전파가 외계행성에서 지구로 전달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구에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장면이 외계행성에서 20광년 떨어진 지구에 도달하려면 총 20년이 더 걸린다. 따라서 지구에서는 우주선이 외계행성 도착할 때 시계장면을, 우주선이 지구를 출발해 외계행성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25년에다 시계장면이 외계행성을 출발해 광속으로 지구까지 날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 20년을 더해, 총 45년이 지난 후에나 보게 된다.
그러면 우주선 안의 시계는 지구에서 외계행성까지 가는 동안 얼마나 흐를까? 특수상대성이론의 시간지연에 의하면 우주선 안의 시계는 지구에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구시간 25년보다 3/5배로 천천히 흘러 15년이 흐른다. 우주선 안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우주선 밖의 모든 것이 길이가 짧아져서 지구와 행성 간의 거리가 12광년으로 줄어들게 되고 그 거리를 광속의 0.8배로 날아가게 되어 우주선 안의 시간은 15년이 흐른다는 같은 결과가 나온다.
이렇게 15년이 흐르는 우주선 안의 시계를 지구에서는 지구시간으로 45년 동안 실시간으로 보게 되어, 지구 시계보다 15년/45년=1/3로 느려진 우주선의 시계를 보게 된다. 우주선 안의 시계가 천천히 흐르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특수상대성이론의 시간지연과 마찬가지이지만 실시간으로 보는 시계는 1/3로 느려져, 이론상으로 알고 있는 시간지연의 정도 3/5보다 더 느리게 흐르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느리게 흐르는 우주선 안의 시계를 보는 것이다.
이제 우주선이 외계행성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후반부 우주여행을 생각해보자. 조금 전에 고려한 상황과 마찬가지로 우주선은 지구시간으로 25년이 걸려 지구에 도착한다. 그런데 우주선이 외계행성을 막 떠날 때 우주선 안의 시계장면은 지구와 우주선이 20광년 떨어져 있기에 우주선이 외계행성을 떠난 지 20년이 지난 후에야 지구에서 볼 수 있다. 우주선이 지구에 도착할 때 우주선 안의 마지막 시계장면은 25년 후에 지구에서 바로 보게 되므로, 지구에서는 우주선이 여행하는 동안 우주선 안의 시계를, 우주선 총 여행시간 25년에서 첫 시계장면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20년을 뺀 5년 동안 실시간으로 보게 된다.
우주선 안의 시간은 외계행성으로 갈 때와 마찬가지로 시간지연이나 길이수축에 의해 15년이 흐르게 된다. 따라서 지구시간 5년 동안 우주선안의 시계가 15년 흐른 것을 실시간으로 보게 되어 지구시계보다 15년/5년=3배의 속도로 빨라진 우주선 안의 시계를 보게 된다. 우주선이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데도 특수상대성이론의 시간지연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더 빠르게 흐르는 우주선 안의 시계를 지구에서 보는 것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의 시간지연에 따르면 광속의 0.8배 속도로 움직이는 우주선의 시계는 3/5의 속도로 느리게 흐르는 데 반해, 실제 실시간으로 보는 우주선의 시계는 멀어질 때 1/3배로 느리게 흐르고 다가올 때 3배 빠르게 흐른다. 정리해보면 우주선이 2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까지 0.8광속으로 왕복여행 할 때, 지구에서는 멀어지는 우주선의 시계는 45년 동안 실시간으로 보고, 가까워지는 우주선의 시계는 5년 동안 보게 된다. 멀어지는 동안 우주선 안의 시계는 1/3로 느리게 흐르는 것으로 보여 우주선의 시간이 45×⅓=15년이 흐르고, 가까워지는 동안 우주선 안의 시계는 3배로 빨리 흐르는 것으로 보여 우주선 안의 시간이 5×3=15년이 흐른다. 결론적으로 지구에서는 지구시간 50년 동안 우주선시계가 30년이 흐르는 것을 보게 된다.
이렇게 우리가 알고 있는 특수상대성이론의 결과와 다르게 보이는 이러한 상황은, 일정한 주파수를 가지고 있는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다가올 때는 높게 들리고(주파수가 높아지고) 멀어져 갈 때는 낮게 들리는(주파수가 낮아지는) 현상과 비교된다. 이렇게 사이렌 소리가 다르게 들리는 상황은 아는 것과 듣는 것의 차이를 보여준다. 사이렌 소리가 일정 주파수를 가지고 있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실제 들리는 주파수는 앰뷸런스의 상대 움직임에 따라 주파수가 다르게 들린다. 이렇게 다가오고 멀어지는 것에 따라 사이렌소리가 다르게 들리는 것이, 우주선 안의 시계가 우주선이 상대적으로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천천히 또는 빠르게 흐르는 것으로 보이는 것과 비교된다.
빛의 주파수나 파장이 빛을 발생하는 물체의 상대적인 움직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특수상대성이론으로 정리한 것을 상대론적 도플러 효과라 부른다. 움직이는 우주선 안의 시계가 천천히 또는 빠르게 가는 것으로 보이는 현상도 이 상대론적 도플러 효과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특수상대성이론의 결과인 시간지연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임이 분명하지만, 우리가 직접 보게 되는 결과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아는 것과 보이는 것의 차이를 이해하면 쌍둥이 역설의 해결도 그만큼 쉬워진다.
이제 우주선 안에서도 지구에 있는 시계를 실시간으로 본다고 가정하고 우주선에서 실시간으로 보는 지구의 시계는 어떤지 확인해 보자. 지구에서는 지구의 시계장면이 꾸준히 전송된다. 우주선은 광속의 0.8배 속도로 날아가기 때문에 우주선의 입장에서는 지구와 외계행성 간의 거리가 12광년으로 줄어(특수상대성이론의 길이 축소) 지구에서 외계행성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나 외계행성에서 지구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똑같이 15년씩이다. 한편 외계행성에 도착하는 순간, 방향을 바꾸는 주체가 우주선 자체이므로 (수정된 쌍둥이 역설에 따르면 A, B 두 우주선이 외계행성 위치에서 교대를 하므로), 처음 15년 동안 멀어지는 지구의 시계를 실시간으로 보게 되고, 나중 15년 동안 가까워지는 지구 시계를 실시간으로 보게 된다.
지구와 우주선이 멀어지는 처음 15년 동안은 상대론적 도플러 효과에 의해 지구의 시계가 1/3배로 천천히 흐르는 것으로 보여 우주선에서 본 지구시계는 15×⅓=5년이 흐른다. 가까워지는 후반부 15년 동안은 지구의 시계가 3배로 빨리 흐르는 것으로 보여 우주선에서 본 지구시계는 15×3=45년이 흐른다. 따라서 우주선에서는 우주선 시간으로 30년 동안 지구의 시계가 50년이 흐르는 것을 보게 된다. 결국 지구에서 볼 때나 우주선에서 볼 때나 모두 지구의 시계는 50년, 우주선의 시계는 30년이 흐르게 된다. 따라서 전혀 모순이 없게 되고 지구에 가만히 있는 사람이 더 늙게 된다. 모순이 없으니 역설도 아닌 것이 된다. 이렇게 아는 것과 보이는 것의 차이를 명확히 하면 쌍둥이 역설 문제와 같은 특수상대성이론과 관련된 문제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는 우주선의 속도가 광속의 99.99999999995%의 속도를 낼 수 있다면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 은하계에도 2년6개월이면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정도 우주선의 속도면 5년 만에 안드로메다 은하계까지 왕복 우주여행도 가능하다(실제 여행할 때는 가속과 감속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 문제가 더 어려워진다). 그러면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 은하계로 왕복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지구의 시간은 얼마나 흐르게 될까?
지구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우주선의 속도가 빛의 속도와 비슷하므로 우주선이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 은하계에 갔다 오려면 지구시간은 500만 년이 흐른다. 우주선을 타고 여행한 사람은 5년만 여행하고 돌아오는 것이지만 지구의 시간은 무려 500만 년이 흘러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5년 만에 500만년 후의 지구로 가는, 마치 먼 미래로 가는 시간여행을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된다.
지구에 500만 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게 되면 지구에는 가족이나 아는 사람이 살아있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제쳐 두고라도, 현재의 인류도 멸종해 있을 지도 모르고, 진화론에 따라 진화한다면 어쩌면 전혀 다른 모습의 인류로 변해 있을지도 모른다. 기후 변화에 따라 해수면의 위치도 변해 지도가 달라져 있을 수도 있고, 판구조론에 따른 대륙이동으로 인해 대륙의 위치도 변해있을 수도 있다. 좀 아찔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500만 년 후의 미래라면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는 상황들이다.
이런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 그렇게 먼 거리의 우주여행 떠날 수 있을까? 그리고 지구에 있는 사람에게는 500만 년 후에나 결과를 알 수 있는 이렇게 먼 거리의 우주여행을 계획하려고 할까? 만약 가족친지, 친구, 직장동료, 그리고 우주여행 결과를 확인하려는 관계자들이 같이 탑승해 단체로 우주여행을 떠난다면, 이런 여행을 시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편도여행일 경우에는 새로운 정착지에서 살아나갈 방안이 있어야 하겠고, 왕복여행일 경우에도 많이 변해있을 미래의 지구에서 살아나갈 방안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먼 우주여행을 떠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엄청난 모험정신으로 무장하거나 조금 괴팍스런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마찬가지로 안드로메다 은하계에 고도로 발달된 문명과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는 외계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해도 그들이 지구까지 오는 것을 쉽게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 <수퍼맨>에서 수퍼맨이 태어난 곳인 크립톤행성이 파괴되는 것처럼, 그들 행성의 멸망에 직면해서 새로운 거주 행성을 찾는 경우라면 혹시 모를까, 안드로메다 은하계의 외계생명체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지구에 오는 것은 실질적으로 타당성이 좀 부족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만약에 지구인과 비슷한 수명을 가지고 있는 외계생명체들이 우주에 존재한다고 하면, 우주선을 타고 지구에 올 수 있는 외계생명체는 아마 은하계 안에 있는 천체 그 중에서도 기껏해야 일이십 광년 떨어진 천체에서 오는 외계생명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적절하다. 마찬가지로 우주여행에서 돌아와 지구에 있는 지인들을 다시 보려면, 우주여행으로 갈 수 있는 외계 천체는 일이십 광년 정도로 한정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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