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급속충전의 숨은 병목 전극 내부 배치에서 찾았다
KAIST 3차원 디지털 트윈으로 손상 경로 추적
바인더 쏠림 때 리튬도금 10% 이상 증가
두꺼운 전극일수록 구조 설계의 영향 뚜렷
▲ 인포맷 저널 선정 후면 표지
충전 시간을 줄일수록 배터리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교통체증이 시작된다. 리튬이온이 흑연 입자 안으로 제때 들어가지 못하면 표면에 금속 리튬이 쌓이고, 이 작은 손상이 반복되며 성능 저하와 수명 단축으로 번진다.
KAIST 이강택 기계공학과 교수와 조은애 신소재공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실제 상용 리튬이온배터리 흑연 음극을 3차원 디지털 트윈으로 옮겨 급속충전 때 나타나는 내부 손상의 위치와 원인을 들춰냈다.
▲ 디지털 트윈기반 음극 열화 분석 개략도
전극은 리튬을 저장하는 흑연, 입자를 붙잡는 바인더, 이온이 오가는 기공으로 구성된다. 연구진은 이 세 요소를 가상공간에 그대로 구현한 뒤 전극 두께와 기공량, 바인더의 분포를 달리하며 리튬 이동과 리튬도금, 보호막 형성, 팽창 응력의 변화를 함께 살폈다.
결론은 재료의 총량만큼 배치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두께 50마이크로미터 전극은 바인더 위치가 달라도 전체 충전용량 차이가 4% 이내에 머물렀다. 겉으로는 성능 차이가 크지 않아 보이지만, 바인더가 한쪽으로 몰린 전극에서는 이온이 지나는 기공이 좁아지며 집전체 주변 리튬도금이 고르게 분포한 전극보다 10% 이상 늘었다.
▲ AI생성 이미지
전극을 83마이크로미터로 두껍게 만들자 차이는 더 선명해졌다. 바인더 분포에 따른 충전용량 격차가 약 18%까지 벌어졌다. 에너지 저장량을 높이려 전극을 두껍게 할수록 내부 재료의 자리 배치가 급속충전 성능을 좌우한다는 뜻이다.
기공의 위치도 관건이다. 충전 때 팽창하는 흑연 입자는 주변의 빈 공간이 충분할 때 힘을 나눠 받지만, 여유 공간이 부족하면 특정 부위에 응력이 몰린다.
▲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기계공학과 이강택 교수, 신소재 공학과 조은애교수, 기계공학과 강예진 박사과정
연구진은 실물 전극을 반복 제작하기 전에 가상공간에서 손상 위험을 예측할 길을 열었다. 급속충전 시간을 줄이면서도 오래 쓰는 전기차 배터리의 설계 기준이 한층 정교해질 전망이다.
이강택 교수는 "겉으로 드러난 충전용량만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내부 문제를 3차원 디지털 트윈으로 살폈다"며 "바인더와 기공의 분포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전극 설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KAIST 기계공학과 강예진 박사과정이 1저자로 참여한 연구는 국제학술지 '인포맷(InfoMat)'에 게재됐으며, 7월 7일 후면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대전=이한영기자